6차산업 현장
정명섭·이은경 부부 국내 선진지 답사기

‘나의 귀농·귀촌 성공’에서 ‘지역공동체와 더불어 살기’ 모색
‘돈되는 농사’에서 ‘안심 먹거리 지역공동체‘로 패러다임 변화

 

정명섭·이은경 부부 2009년 초, 학산면 유천마을 귀농 2010년 여름, 유정란 농장 시작 2017년 현재 민들레·곰보배추·아로니아 등 건강식품 생산

지난 11월 20일 영암 귀농귀촌협회(회장 김선찬)는 이미 관내에 정착하거나 아직 예비단계인 귀농귀촌인 약 60여명의 회원들과 함께 2박 3일 동안 충남 및 전북 일대의 선진지 견학을 다녀왔다. 

보통 귀농귀촌인들은 자신들이 농촌에 잘 정착하기 위한 농업기술 및 농장운영의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선진지 견학을 다니곤 한다.

그런데 이번 영암 귀농귀촌인들의 선진지 견학은 단순히 자신들의 농장이나 가정의 정착과 성공을 넘어서 영암지역사회 공동체의 발전을 위한 ‘마을가꾸기 사업 및 로컬푸드사업’으로 시야가 확장된 점이 돋보였다. 

이번 2박3일 견학은 일체의 관광이나 유흥 없이, 충남 예산의 은성농원-청양의 알프스마을-홍성의 거북이마을-완주 경천애인체험마을-완주 평치 두레농장과 마을기업-완주 로컬푸드 혁신점-완주 거점가공센터 등의 코스로 강의와 체험으로 빡빡했지만, 그만큼 배운 성과는 크다 하겠다.

6차산업의 롤 모델을 찾아 나서다

충남 예산의 은성농원(대표 서정학)은 최근 6차산업 우수현장이다. 부모님이 탄탄하게 가꾼 1차 사과농사에서 아들이 2차 사과와인 가공생산을 담당하고, 그리고 며느리가 3차 체험관광 농원을 이끌어 앞으로 농촌가정이 나아갈 길을 잘 개척하고 있는 곳이다. 

특히 우리 영암의 무화과 특구의 무한한 자원을 6차산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좋은 모델이라고 보인다. 물론 우리 삼호에도 부모님이 운영하시는 무화과농장을 기반으로 무화과잼과 무화과즙 등 가공으로 성공한 젊은 형제 귀농인들도 있다. 그러나 삼호 무화과 특구의 많은 무화과농가들이 좀 더 다양한 2차 가공과 3차 체험관광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개별농가의 노력만이 아니라 무화과 가공센터 및 무화과 체험관광마을 공동체의 형성에 행정이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그리고 청양 알프스마을과 홍성 거북이 마을은 귀농귀촌인들의 지역 공동체에서의 긍정적 역할(마을가꾸기사업)을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두 마을 다 이미 자식들은 떠나고 고령화된 농촌사회, 활력이 사라지는 농촌공동체였다. 홍성 거북이마을(대표 전병환)은 주민들의 마을가꾸기사업에 귀농귀촌한 사람들이 적극 합류하여 지역의 유수한 역사와 전통을 살려 전통문화체험관광으로 새롭게 활기를 찾고, 노동력이 약해진 분들이 함께 콩나물 생산, 판매를 하는 마을기업으로 경제력도 회복하였다. 

도시에서 찾아온 학생들에게 마을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예절도 가르치고, 구수한 옛날이야기도 해주며, 자신들의 고독감과 소외감도 극복하고 나아가 자존감도 높아지면서 활기찬 마을이 된 것이다.

청양 알프스마을(대표 황준환) 은 산속 계곡을 끼었지만 그것만으로 관광객을 모을 수도 없고, 홍성 거북이마을처럼 마을의 역사와 자원이 풍부하지 못한 곳이었다. 그런데 그 곳에 귀농귀촌한 사람들이 행정의 마을가꾸기 지원사업을 적극 유치하고 아이디어를 모아 무에서 유를 창출했다. 전혀 지역과 상관없는 그러나 마을 노인들이 할 수 있고, 도시의 체험관광객을 불러들일 수 있는 사업으로 ‘조롱박 터널’과 조롱박 꾸미기 체험, 낡은 농기계를 이용해 ‘할아버지 트랙터 관광열차’ 등을 만들어 내었다. 

비닐하우스 터널을 이어 여름에는 조롱박을 심어 ‘세계조롱박 축제’를 열고, 겨울에는 작은 전구를 연결하여 눈과 잘 어울리는 멋진 야경을 만들어 전 세계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마을의 일자리 창출을 넘어 점점 더 젊은 세대가 결합하여 체계화되어 이젠 20~30대 청년들이 돌아오는 젊은 마을로 활기가 넘치고 있다.

완주 경천애 체험마을, 평치 두레농장과 두부생산의 마을기업(대표 조한승)도 위의 사례와 유사하나 다른 점이 있다면 바로 완주 로컬푸드(대표 안대성)와의 결합을 통해 선순환이 확장된 점이 다르다 하겠다. 고령화되고 활기를 잃은 마을에 귀농귀촌인들이 활력을 불어넣고, 이렇게 활기찬 농촌공동체가 새로운 귀농귀촌인들을 불러들이는 것이다. 2007년부터 완주군은 마을활성화사업을 시작하여 귀농귀촌한 우수역량을 참여시켜왔다. 그러한 성과가 2012년 로컬푸드 직매장 개장과 성공의 기반이 되었다.

2012년 개장한 평치 두레농장은 약 2억의 지자체 지원에 4개의 공동하우스와 1개의 작업장 시설로 시작했다. 두레농장의 운영은 얼마나 수익을 많이 올리느냐가 우선이 아니라 고령화되어 노동력이 없는 마을 어르신들이 할 수 있는 농사운영이 우선이다. 

하루 몇 시간 밖에 일하지 못하시지만, 일하는 보람도 있고, 그 생산물을 로컬푸드에 판매하여 그 수익으로 용돈처럼 월급을 받는 마을공동의 삶의 터전인 셈이다. 좀 더 노동력이 있는 분들은 마을에서 생산된 콩으로 두부 등 가공품을 만드는 마을기업에 참여한다. 이러한 마을사업에 귀농귀촌인들이 적극 결합하고 있다.
 
안심 먹거리 지역공동체로 거듭나야

이제 완주군의 마을공동체들은 로컬푸드직매장을 통해 마을을 넘어 지역, 전국의 먹거리 공동체로 확장되고 있다. 이를 가능케 하는데 일조한 것은 바로 행정에서 추진한 ‘거점 가공센터’이다. 지역 농민들이 자신이 생산한 1차 농산물을 2차 가공품으로 생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거점 가공센터는 우리 영암도 시작되었다. 20억의 행정지원금을 확보하고, 영암농업기술센터내의 부지에 연내 착공예정인 영암가공센터(가칭)는 이미 영암 전지역의 50여 농가를 모집하여 가공교육에 들어갔다. 

내년 2월 초까지 3개월여 동안 가공에 관한 교육도 받고, 이를 위한 공동법인도 만들어 작은 농가나 작은 마을단위로는 어려운 가공생산을 추진할 수 있게 된다. 문제는 아직 제대로 된 영암 로컬푸드 직매장이 없는 상황에서 다양한 마을공동체들의 다양한 생산품의 판매를 여하히 잘 할 것이냐이다.

영암은 농협과 민간, 행정이 통합적으로 로컬푸드사업을 전개하지 못하고, 각 읍면농협과 민간인 영암로컬푸드 사회적협동조합 등이 각개약진하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번 견학에서도 완주군의 사례에서처럼 농협과 민간간이 함께 힘을 모아 성공하기 위해서는 영암군의 투자와 주도적 역할이 관건임을 알 수 있었다. 이미 앞의 선진지에서도 확인되었듯이 귀농귀촌인들의 정착은 이제 개별농가의 성공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영암에 귀농귀촌한 사람들도 이제는 자신이 자리잡은 지역 마을사업에 함께 동참하고, 그 마을 주민의 일원으로서 귀농귀촌의 패러다임이 ‘개별농장의 정착’에서 ‘마을가꾸기의 주체’로 바뀌고 있는 듯하다. 또한 귀농귀촌인을 바라보는 현지 주민들도 이들을 경계의 대상이나 이방인이 아니라, 마을 발전을 선도하는 젊은이, 마을에 신선한 활기를 불어넣는 좋은 이웃으로 마음의 문을 열고 있는 듯하다.

이제 우리 영암인이나 영암에 귀농귀촌한 사람들이나 모두 바로 우리영암 농촌이 ‘안심 먹거리 지역공동체=사람의 온기가 살아있는 마을공동체’의 주민으로 서로를 아끼고 포용할 때이다. 끝으로 이렇게 좋은 견학을 추진해주신 영암군과 영암귀농협회 관계자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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