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차산업 현장
현의송 일본 답사기

소·벼·불루베리·농가식당 가족 모두가 책임 경영
연간 방문객 45,000여명에 연매출 12억원 달해

일본 오이다현 고코노에마치에 있는 베벵코 농가식당. 온 가족이 축산업과 화훼, 벼농사를 지으며 농가식당을 운영해 고수익을 올리고 있다.
학산면 광암마을 生 전 농협중앙회 신용대표이사 전 농민신문사 사장 한·일농업농촌문화연구소 공동대표

가족 경영체의 농가식당

박진도 교수가 대표로 있는 지역재단의 정명회 일본연수단과 함께 일본 규슈지역 연수일정에 함께 했다. 주로 농협 조합장이 주축이고 직원들도 참석했다. 후쿠오카 공항에 도착해서 남서쪽으로 2시간 정도 가서 11시경 오이다현 고코노에마치에 있는 베벵코라는 농가식당에 도착했다. 이 지역은 규슈의 지붕이라고 불리는 구주(九重ㆍ구중) 산맥의 북측에 위치하고 동쪽은 유후인(湯布院ㆍ양포원), 남쪽은 구마모토(熊本ㆍ웅본) 현(縣)에 접하는 곳이다. 표고 900m 한다(飯田ㆍ반전) 고원지대의 중앙에 위치한다. 이 지역에서 252호의 농가가 육용우 4천600두를 사양한다. 오이다현 전체 육용우의 72%를 차지한다. 그 중에 한 농가 와시즈 애이지(鷲頭榮治)씨가 운영하는 농가식당을 방문했다.

베뱅코 식당에서 바라본 구마모토 아소산 전경. 국립공원 내에 있는 베뱅코 식당은 경관이 좋은 곳으로 안전한 식재료를 사용하여 여유 있게 즐길 수 있는 식당으로 인기가 많다.

와시즈 부부와 아들 내외, 장녀·차녀 온가족 6명이 경영하는 가족 경영체다. 일본에서도 이름난 분고우의 스테키 요리를 주문하고 기다리는 시간에 주인 와시즈가 농장경영 내용을 설명한다. 처음 6차산업으로 전환한 계기가 된 것은 동경대학의 교수 이마무라나오미(今村)씨의 강의를 듣고서다.

“21세기는 농업의 시대다” “농업은 6차산업의 시대다”는 이야기에 용기를 얻었다. 그래서 기존의 경영이념을 노동배분과 위기분산, 6차산업의 실천으로 재정립했다. 육용우 부문, 수도작 부문, 화훼 부문, 농가식당 부문으로 나누어 가족 모두가 책임경영을 실천하기로 했다.

경영규모는 이렇다. 와우 육용우 100두, 논 면적 2㏊ 중 650a에서 고시히카리 유기재배, 체험형 블루베리 농사, 양계 250수 ,리조트 농가식당, 목초지 25㏊가 이들 가족이 경영하는 영농규모다. 육용우 매출액이 38백만 엔이고 이를 포함한 전 부문 매출액은 8천9백만 엔에 이른다. 무엇보다 조사료 자급률이 93%에 이르는 점이 특징이다. 목초지 18㏊와 논 2㏊, 휴경지 14㏊에서 볏짚을 생산, 공급한다. 그래서 구입 사료비는 모우 1두에 8만3천 엔이 소요된다. 경영의 특징은 5월부터 11월까지 방목에 의한 노동력 절감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또 하나의 특징은 1년에 1두의 송아지를 생산할 수 있는 발정발견시스템(牛步시스템)도입으로 송아지 생산비용을 나추었다는 점이다. 이 시스템 도입으로 통보받은 후 16시간 이내에 수정시키면 임신이 확실하고 출산 24시간 전에 통지를 받고 미리 출산에 대비하면 실패가 없다.

얼굴이 보이는 축산경영

농가식당은 2003년 자기 농장에서 최고급으로 사양한 지역브랜드 분고(豊後)우를 농가식당의 식자재로 공급해서 식당을 운영한다. 소비자에게 생산농가의 얼굴이 보이는 축산경영을 하겠다는 와시즈 사장의 오랜 숙원을 이루었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자기 논에서 유기재배 한 고시히카리 쌀의 20%는 농가식당에서 사용하고 나머지는 농협에 판매한다. 닭 250수, 블루베리 1천200평은 관광 체험농업으로 운영한다. 농가식당 창업자금은 행정으로부터 2천만 엔을 년 금리 1%로 자금지원 받았다.

당시엔 축산업을 하며 식당을 하는 경우가 없어 언론에서도 관심이 컸다. 처음 2년은 적자였고 어려움도 있었지만 지금은 순풍에 돛단 듯 운영돼 6차산업의 강점을 느끼고 있다는 게 와시즈 에이지 대표의 설명이다.

베벵코 식당운영의 주요 축은 축산과 수도작, 블루베리 등 채소재배 그리고 가족경영이다. 축산은 5~11월 목초지에 방목하며 자연환경을 최대한 활용했다. 현재 150두를 사육하고 있고 보통은 인공수유를 하지만 어미 소와 송아지가 오랫동안 함께 지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건강한 비육우 사양비결이다.

다른 한 축인 수도작에 있어 특별 재배미를 생산하기 위해 일반 벼보다 농약이나 비료를 반 이상 줄이고 제초제는 1회만 사용했다. 현재 베벵코 식당은 연간 4만5천명이 방문하고 총매출은 1억2천만 엔, 우리 돈 12억원 정도다. 대표 메뉴인 분고규(豊後牛) 스테이크 정식은 3천980엔으로 우리 돈 4만원 정도라 3배 이상의 부가가치가 창출된다고 한다. 고객은 80%가 오이다현 내이고 나머지 20%는 인접 구마모토에서 온다.

와시즈씨는 필자가 동경사무소에 근무했던 1980년대 후반 UR협상이 시작되었을 때 농산물 수입개방 반대를 외치며 미국산 자동차를 망치로 때려 부수는 퍼포먼스를 하면서 일본과 미국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그 주인공이 현실적인 대응으로 전환해서 지역농업의 발전을 위한 선도적인 역할을 하는 것을 보고 남다른 감회를 느꼈다.

와시즈 에이지 대표는 “6차산업의 제일 중요한 전략은 1차산업의 연장선임을 항상 염두하고 고품질 생산에 주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령화와 인구감소로 소멸이 염려되는 일본 산촌지역의 평범한 축산농가인 와시즈씨의 마지막 소망은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축산경영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 일환으로 매년 가을이면 생산자 소비자를 초청하는 감사축제를 개최한다는 설명에 감동받았다. <2017년 10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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