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농촌-6차 산업이 희망이다
<4>일본 6차산업의 메카, 오오야마농협

고노하나 가르덴의 전경. 일본 오이타 현(縣) 오오야마(大山) 국도변에 있으며, 농산물 직매장과 식당, 매실숙성 및 가공품 판매장 등을 갖추고 있다. 연간 방문객이 270만명에 이른다.

농협이 지역을 바꾸다

요즘 흔히 쓰고 있는 로컬푸드의 일본식 이름은 지산지소(地産地消) 활동이다.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하자는 뜻이다. 일본에는 슈퍼마켓 보다 직판장이 활성화 돼 있다. 이곳 직판장은 지역에서 생산된 1차 농산물을 비롯해 6차산업 가공품이 판매되고 있다. 6차산업과 일촌일품(一村一品) 운동의 발상지로 알려진 일본 오이타 현(縣)에 있는 오오야마(大山) 농협을 찾았다.

고노하나 가르덴의 농산물 직매장. 이곳에 농산물을 출하하는 농가는 3천400명이 넘는다. 농협은 20%의 수수료만 취하고 매출액의 80%는 조합원의 몫이다.

오오야마 농협은 1960년대 소득작목으로 매실과 밤을 심는 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이며 어려운 농촌 현실의 변화를 모색했다. 그 성과를 바탕으로 1990년 농산물 직매장과 유기농식당(오가닉 농원)을 국도변에 개설했다. 1천300㎡ 천변 부지에는 매실숙성 및 가공품 판매장, 빵집, 찻집, 도예공방도 잇따라 열었다. 이 모두를 합해 ‘고노하나 가르덴’이라고 한다. 연간 방문객이 270만명에 달할 정도다. 이곳에 농산물을 출하하는 농가는 3천400명이 넘는다. 농협은 20%의 수수료만 취한다. 매출액의 80%는 고스란히 조합원의 몫이다.

고노하나 가르덴의 유기농식당.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로 음식을 만들고 조리도 지역의 여성농가들이 직접 전통식으로 한다.

유기농식당인 ‘오가닉 농원’의 특징은 우선, 지역에서 생산하는 농산물로만 음식을 만든다는 점이다. ‘오가닉 농원’은 직매장에서 팔고 남은 농산물을 어떻게 처리할까를 놓고 고민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두 번째는 조리사 모두가 지역의 아주머니, 할머니들이다. 그들은 처음에 자신들이 만든 음식을 누가 먹을까 우려했지만, 오전 11시에 문을 여는 ‘오가닉 농원’에 들어가려면 줄을 서야만 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손님의 절반은 한번 왔던 사람이 또 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다이어트를 하는 젊은 여성들에게 인기다. 조리사들은 직매장에 들어오는 농산물을 보며 그날 메뉴를 결정하고, 음식을 만든다. 일본 수상이 찾을 정도로 유명한 ‘오가닉 농원’의 식재료는 안전성과 신선도를 제일로 꼽는다. ‘어머니의 손 맛’인 전통의 맛을 살린 것도 특징이다.

단층 목조로 지어진 140석의 식당에는 80여종의 요리가 진열된 뷔페식이다. 요금은 한국 돈으로 1만2천원 가량. 소박한 시골 요리들이 대부분이다. 두부, 곤약, 시금치, 무말랭이, 토란, 고구마튀김, 버섯요리, 죽순요리, 산채무침, 토종닭 튀김, 버섯밥, 각종 채소 샐러드, 버섯카레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요리가 즐비하다. 물론 100% 지역에서 유기농으로 재배된 농산물이다. 고객의 80%인 후쿠오카 사람들이 두 시간이나 차를 몰고 오는 이유다. “도시에서는 찾을 수 없는 음식을 만듭니다.” 오오야마 농협 직원의 말이다.

직매장 방문객만 연 270만명

오오야마 농협이 있는 오야마정(町)은 인구 4천여명의 작은 마을이다. 중산간 지역으로 45.64㎢의 면적 가운데 80%가 산림지대다. 이곳은 1950년대만 해도 매우 가난했다. 하지만 오야마정은 현재 여권 소지자의 비율이 70% 이상에 달하며 해외여행을 가장 많이 가는 마을로 평가받고 있다. 이런 변화의 중심에는 오오야마 농협이 있었던 것이다.

오오야마 농협은 한국의 새마을운동과 같은 성격의 NPC(NewPlum and Chestnuts)운동으로 가난한 마을을 부자마을로 탈바꿈시켰다. 제1 NPC, 제2 NPC, 그리고 제3 NPC 운동을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와의 신뢰를 쌓으며 농촌이 살 수 있는 희망의 땅으로 거듭나게 했다.

제1NPC 운동은 1961년 시작됐다. 토지 보다는 대부분이 산림이라는 지형적인 특수성을 살려 매실과 밤을 심어 농가경제를 부흥시키자는 운동이다. 제2NPC 운동은 새로운 인격의 결합체를 만들자는 운동이다. 소득만이 아니고 정신적인 여유와 풍요로운 인간을 만들고 축제나 각종 행사를 통해 서로가 격려하고 온화한 인격의 결합체를 만들자는 것이다. 제3의 NPC 운동은 오오야마를 낙원으로 만들자는 운동이다.

이를 주도한 사람은 초대 조합장 야하다 하루미씨(矢幡治美)다. 당시 촌장과 농협 조합장을 겸직하고 있던 야하다 하루미씨는 “매실과 밤을 심어서 하와이에 가자” “종자를 뿌리고 꿈을 추구한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이 운동을 이끌었다. 그 결과 100㏊의 매실을 재배하여 큐슈 제일의 매실산지가 됐다.

1965~75년에는 제품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잼, 젤리, 드링크류, 장아찌 등 가공품 생산으로 농가의 소득을 올렸다. 종래의 생산성이 낮은 경종농업과 축산업 대신에 면적당 수익이나 생력재배 등이 유리한 과수농업을 도입해 농가수익을 높인 것이다. 그러면서 농협은 지난해 기준 49억1천만엔의 총매출을 기록했다. 한국 돈으로 512억원에 달한다. 인구 4천명의 작은 마을에서 이뤄낸 놀라운 성과다.

끊임없이 도전하는 농협 

직매장만 9개소에 달하는 오오야마 농협의 NPC 운동은 지역특성에 맞는 농업개혁을 이뤘다. 다품목 소량생산, 고부가가치의 가공품 등 산간지역의 특색을 살려 쌀보다는 매실과 밤, 자두, 포도, 은행, 유자 등의 과수와 표고·팽이버섯 농사 등 꾸준한 변화를 꾀했던 것이다. 5년 전부터는 설날 음식배달사업도 추진했다. 설날 음식을 준비하는데 부담을 갖는 도시 주부들이나 고령의 조합원을 겨냥한 것이다. 설을 앞두고 미리 주문을 받아 직원들이 배달한다. 일 년에 한 번이지만 약 20억원의 매출을 올린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산·들·강 등 자연자원을 상품화해 소득으로 연결시켰다. 눈으로 보고 코로 향기를 맡으며 입으로 맛을 보는 일본의 미식문화를 접목한 아이디어다. 가을에 붉게 물든 감나무 잎도 요리의 장식용으로 쓰인다. 소포장으로 2천원에 팔린다.

또 황무지로 변한 산골 논밭 26㏊를 확보해 농업공원을 만들고 다양한 꽃과 식물을 심었다. 한쪽에는 한국에서 구입한 흑색미, 녹색미, 적색미를 재배하여 ‘고대미’(古代米)라는 이름으로 소포장 판매와 함께 벼 베기 체험행사도 연다. 남은 쌀은 ‘고대미 빵’을 개발하여 고노하나 가르덴에서 판매한다.

시대변화와 소비자의 기호에 맞추어 끊임없이 새로운 것에 도전하며, 지역과 상생하는 오오야마 농협의 변신은 전 일본 농협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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