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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명(考終命)
영암읍 역리 生
전 동강대학교 교수 (경영학박사)
늘빛 문화교육연구소 이사장
영암군 노인대학장

예로부터 사람들이 생각한 오복(五福)은 치아, 자손, 부부해로, 재산, 명당이었다. 오복 중 첫 번째로 치아를 꼽았던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잘 먹어야 건강하게 장수 할 수 있고, 둘째 자손은 대를 이어야 한다는 보수적인 관념에서다. 셋째로 부부해로는 자식보다 부부간 금슬이 좋게 잘 살아야 집안이 화목하고, 넷째 손님 대접은 가진 것이 있어야 손님을 대접할 수 있다는 뜻이고, 다섯째 명당에 묻히는 것은 죽어서 명당에 잘 묻혀야 자손들에게 복을 전해 줄 수 있다는 고정관념이었다.

유교에서 말하는 오복은 수(壽)·부(富)·강녕(康寧)·유호덕(攸好德)·고종명(考終命)으로 보통 사람들이 바라던 오복과 비슷하다. 수는 목숨이니 오래 삶을 뜻하고, 부는 부유함이니 넉넉한 재산을 일컬으며, 강녕은 건강하고 편안함을 말한다. 그리고 유호덕은 덕을 좋아하며 즐겨 행함으로써 남들로부터 칭송과 존경을 받는 것을 의미하며, 고종명은 제 명대로 살다가 편안하게 가족들 앞에서 죽는 것을 뜻한다.

오복의 덕목 중 고종명은 영종(令終)이라고도 일컫는다. 고종명은 모든 사람이 바라는 최후의 모습이다. 그렇지만 누구나 다 그렇게 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병을 얻어 아프거나 어떤 불행한 사고를 당해 제명대로 오래 살지 못하거나 편안한 죽음에 임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고종명을 속된 말로 아주 잘 표현하고 있는 것이 ‘구구팔팔(9988) 이삼사(234)’이다.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2∼3일 아프고 나서 죽는다’는 뜻이다.

일찍 요절하거나 오래도록 병환으로 고생을 하다 죽으면, 본인은 물론이고 가족에게까지도 큰 슬픔과 많은 고통을 안겨주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오래도록 건강하게 살다가 편안한 죽음을 맞이할 것을 원한다.

그런데 고종명에 유호덕 하려면 발생률이 극히 낮아지게 된다. 덕망을 쌓아 남들로부터 존경을 받으면서 명대로 오래 살다가 편안히 자연사로 죽는 사람은 무척 바람직하고 부러움의 대상이 되겠지만 실제 그렇게 되기에는 매우 어렵고 희소하다.

후덕한 사람이 장수를 누리는 것은 가장 바람직하고 소망스런 일이다. 그러나 후덕한 자가 일찍 죽는 경우와 박덕한 자가 오래 사는 경우가 문제다. 유덕자가 요절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박덕자가 장수하는 것은 남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의학이 발달하고 건강음식이 계발됨에 따라 앞으로 고종명에 해당된 사람이 많아 질 것이다.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현상이 더욱 바람직하기 위해서는 덕망을 구비한 유호덕의 미덕도 함께 향상되어야 한다.

이 세상에 태어나 한평생을 살아가는 삶의 가치와 목표는 오복(五福)의 소유가 아닐까 싶다. 천수를 누리며 사는 수(壽),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평안하게 사는 강녕(康寧), 어느 정도 경제적 여유를 누리며 사는 부(富), 덕을 베풀며 사는 유호덕(攸好德), 천수를 누리고 자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서 편안히 눈을 감는 고종명(考終命), 이 오복은 누구나 마음먹기에 달려있는 게 아니다.
특히, 오복 중에 일생을 마무리하는 고종명은 세상과 하직하는 복으로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운도 따라야 이루어지기에 가장 힘들며 또 한편 두려운 것이기도 하다.

필자는 고종명에 대한 의미를 되새길 때마다, 퇴계 이황 선생께서 세상을 떠나실 때, 온 가족들에게 마지막 남긴 말 “저 매화나무에 꼭 물 주거라.”를 떠 올리곤 한다.

퇴계 이황 선생은 일상의 사소한 일들도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때문에 가치 있는 일들을 꾸준히 실행하면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뜻을 지켜 나가려 했다. 별세하던 날, 자신이 일상적으로 해왔던 일들을 마치고 눈을 감으려할 때도 자신의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은 변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이 보면, 매우 사소한 일인 매화나무에 물 주기가 퇴계 이황 선생은 초심을 지키고, 자신의 뜻을 굳건히 하는 하나의 가치가 있는 일이었던 것이다.

단풍이 형형색색으로 곱게 물들어 가는 가을이다. 고종명! 언젠가 다가올 삶의 마지막 순간에 남길 수 있는 말을 위해 보다 진실한 삶을 살아야겠다는 걸 느낀다.

김 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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