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농촌-6차 산업이 희망이다
<2>일본, 살구꽃마을의 농가식당

살구꽃마을 농산물직매장 전경.

직매장 홍보 위해 만든 채소 뷔페식당 도시인에 인기

살구꽃마을, 새로운 변신
일본 큐슈지역은 농가식당이 인기다. 도시 주변 곳곳에 문을 연 농가식당은 농촌 활성화에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도시 은퇴자들이 귀농해서 전통가옥을 활용, 농가식당을 개업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농가식당의 재료들은 인근 주민들이 직접 재배한 채소가 사용된다. 신선한 채소들을 계절에 맞춰 다양한 요리가 맛있게 나오기 때문에 도시민들의 인기를 차지하고 있다.

살구꽃마을 농가식당 전경.

일본 큐슈 후쿠오카(福岡) 현 후쿠쓰(福津) 시에 있는 살구꽃마을의 농가식당도 그 중 하나다.
지역주민은 물론 인근 후쿠오카나 키타큐슈(北九州) 시 지역에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 이곳은 채소류 중심의 뷔페식당이다. 무 배추 양배추 쑥갓 상추 브로콜리 시금치 토마토 유채잎 미나리 등 우리의 귀에 낯익은 채소류 반찬이 즐비하다. 점심때면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려야 한다. 40석 규모이지만 늦으면 자리가 없다. 그리고 식당 바로 옆에는 농산물직매장이 있다. 농가식당에 오른 채소류는 이곳 농산물직매장에 진열된 신선한 야채를 그대로 사용한다. 지역 농가들이 생산한 야채가 당일 식당에서 신선한 음식으로 팔리고 맛을 본 도시 소비자들이 농산물직매장에 들러 야채를 사가는 것이다.

농가식당 주변에는 약 4천 그루의 살구꽃이 손님들의 발길을 끌어 당긴다. 당초에는 밀감 밭이 있었으나 공원이 조성되면서 살구꽃이 주위에 심어졌다. 살구꽃이 필 때면 손님들이 더욱 많이 몰려든다. 주위의 단풍과 함께 살구꽃의 정취를 느끼고자 하는 도시민들의 정서에 딱 부합한다. 살구꽃마을이 붙여진 연유다.

주부들이 시작한 농산물직매장

농산물직매장 내부모습. 모두 지역 농산물이다.

20여년 전, 후쿠쓰 살구꽃마을도 한국의 농촌과 크게 다를 게 없었다. 10년 전 2개 읍이 합쳐져 인구 5만여 명의 시가 됐지만 고령화된 전형적인 농촌이다. 농촌후쿠오카 시와 기타큐슈 시의 중간쯤에 있는 이곳은, 쌀과 채소, 꽃, 토마토를 주로 생산한다. 그런데 채소가격이 떨어지고 고령화가 되면서 활발하게 움직였던 부녀회 활동도 시들해졌다. 그래서 농가주부 30여명이 주축이 되어 국도변에 트럭을 세워두고 채소를 팔기 시작했다. 매달 한 차례씩 노천시장을 연 것이다. 채소를 팔면서 주부들이 모여 얘기도 나눌 수 있는 좋은 공간이었다. 집에만 있던 주부들이 모여 장사도 하고 서로 터놓고 얘기할 수 있다는데 의의를 두고 장사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그러자 회원들이 점차 늘고 노천시장이 생각보다 잘 됐다. 그래서 1회에서 2회로 늘렸다. 따라서 판매량도 늘어났다. 자연스럽게 상설매장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그리고 마침, 행정기관에서 공원정비 계획이 세워지고 공원 한쪽에 농업직매장이 들어설 수 있는 기회가 왔다. 당초 시에서는 거들떠보지도 않았으나 부녀자들의 요구와 의회에 진출한 한 주민의 노력으로 200평 규모의 상설매장을 설치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면서 회원들도 당초 30명에서 300명 가까이 늘었다. 전체 90%가량이 여성이다. 매출도 해마다 늘었다. 농가들도 채소를 팔아 수백만원에서 최고 1억원까지 소득을 올리고 있다. 수수료 12%만 매장에 주고 나머지는 농가들이 가져간다. 농산물 가격도 자신이 매기고 관리한다. 당일 출하해서 판매하고 남은 농산물은 전량 조합원 각자 회수해 간다. 연령대도 50대 후반에서 88세 최고령의 농가도 참여하고 있다. 지금은 직매장이 많이 생겨 예전만 못하다고 한다. 개설 당시만 하더라도 후쿠오카 현에서 처음이었으나 지금은 주변에 많이 생겨나 경쟁이 극심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곳 직매장은 관내 초·중학교 급식소에 채소류를 납품한다. 조합원별로 매월 채소 종류와 양을 정해서 납품을 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 2005년 ‘식육기본법’을 제정했다. ‘지역의 특색을 활용한 학교급식의 시행’(제20조)과 ’농림 수산물이 생산된 지역 내의 학교급식 이용‘(제23조)을 법제화한 것이다.

농산물직매장은 농가식당을 낳고
13년 전만 하더라도 농산물직매장을 찾는 연간 고객수가 40만 명에 달했다. 고객 대부분이 후쿠오카나 기타큐슈 시에서 오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직매장을 찾으면서 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이 없다고 불평했다. 신선한 채소로 식당을 운영하면 좋겠다는 손님들이 많았다. 이런 요구를 시에 건의해 땅을 임대했다. 그리고 직매장 옆에 농가식당을 마련했다. 40석 규모의 간이식당 정도였다. 물론 식당을 개업하기 전에 여러 곳을 살폈다. 그 중에서도 오오야마(大山)농협의 유기농식당을 벤치마킹했다고 한다. 공원의 높은 언덕 위에 세워진 식당은 멀리 현해탄이 보이고 주변에는 살구꽃이 피어 관광객들이 몰려들었다. 비좁은 식당은 북새통을 이뤘다. 식당이 좁아 불평도 많았다. 그래서 도시락을 만들어 팔았다. 지금은 예전만 못해 점심 위주로 운영하고 있지만, 하루에 100여개 이상 팔려 나갔다. 처음에는 농산물직매장 홍보 차원에서 농가식당을 했지만 매우 성공적이었다.

당일 수확한 신선한 채소를 즉시 요리해서 그 어느 곳보다 맛있게 먹도록 하고, 계절에 따라 새로운 채소를 준비하여 고객들이 질리지 않도록 메뉴 구성에 노력을 기울였던 탓이다. 또 같은 채소라도 요리방법을 달리하여 새로운 맛을 느낄 수 있도록 하면, 고객들이 직매장에 들러 채소를 자연스럽게 사가는 것이다. 지역에서 생산한 채소의 요리 시식코너를 농가식당이 대신해주었던 것이다.

게다가 농가식당은 직매장에서 판매하는 것보다 부가가치가 높다는 점에서 고객들 관리에 최선을 다했다. 식단구성은 수시로 회의를 통해 결정하고 영양사 자격증을 갖춘 조합원이 참여해 대외 신뢰도를 높이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이런 노력 덕분에 농가식당 개업 후 농산물직매장 매출은 훨씬 늘어났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나중에 생긴 농가식당은 농산물직매장의 활성화와 지역 내 농산물의 소비확대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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