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호면 장천리 生 전 전남도지사 전 국가보훈처장관 왕인박사현창협회 회장

추석은 우리의 명절 중 명절이다. 이날을 1년 중 가장 즐거운 명절로 지켜 내려오고 있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가을의 중심 기후여서 나들이하기에도 알맞은 때이다. 멀리 나가 있는 자손들이 고향에 모여드는 만남의 날이기도 하다. 온갖 곡식이 무르익은 결실의 계절로서 햇곡식과 햇과일이 풍성하여, 감사한 마음으로 온 가족이 모여 차례를 모시고, 조상의 산소를 찾아 성묘를 한다. 자라나는 자녀들에게는 조상 숭배의 산교육 시기이기도 하다.

 우리 전통 풍습으로는 햇벼로 술을 빚고 햇쌀로 송편을 만들어 이웃과 나누어 먹으면서 여러 가지 유희를 즐기는 날이다. 일년 중 가장 크고 밝은 보름달이 떠올라 달빛 아래 놀이를 즐기기도 한다. 그래서 ‘일년 열두달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라는 말이 나온 것이다. 

 추석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삼국사기에 의하면 신라 3대 유리왕 때 6부의 여자들을 2부로 나누어, 두 왕녀가 각각 담당하여 대궐 뜰에 모여 7월 16일부터 베를 짜게 하였다. 8월 15일에 그 성적을 심사해서 진편이 술과 음식을 장만하여 이긴 편에게 대접하고 회소곡(會蘇曲)이라는 노래와 춤을 추며 놀았다 한다. 이를 가배(嘉俳) 또는 가위라 했다. 고려 때 가요 ‘동동(動動)’에는 ‘팔월 보름은 가배날’이라는 구절이 나온다. 그런데 조선 때의 가요 ‘사친가(思親歌)’에서 ‘팔월이라 추석일에’라고 표현한 것을 보면, ‘추석’이라 부르게 된 것은 조선조 때부터 인듯하다.
 
추석에는 여러 놀이를 하는 풍습이 전해 온다. 달맞이, 강강술래, 씨름, 농악, 줄다리기 등 온갖 놀이를 했다. 어렸을 적 월출산에 떠오른 추석 달맞이를 하고, 학교 운동장에서 마을 여자들이 보름달빛 아래 강강술래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을 구경한 추억이 아련하다. 씨름은 일상 놀이의 하나였으며 추석에는 장사씨름대회가 열려 구경하러 다니기도 했다. 신복촌과 화소 사이 다리 아래 모래판에서 있은 추석씨름대회는 내 기억에서 떠나지 않는다. 그곳을 지날 때면 늘 그때를 떠올린다.
 
씨름은 두 사람이 샅바나 띠를 잡고 먼저 넘어뜨리면 이기는 우리나라 민속운동의 하나이다. 이와 유사한 운동으로 옛날 중국의 각저(角觝), 고대 이집트에서 시작된 서양 씨름 레슬링, 일본의 스모 등이 있다, 중국 문헌에는 우리의 씨름을 고려기(高麗伎) 또는 요교(撓跤)라고 했다.   
 
씨름은 역사가 깊다. 고구려 주몽이 왕위에 오르기 전, 5부족장 시합에 씨름이 있었다 한다. 고구려 도읍지였던 집안현 통구에 있는 각저총(角軧塚) 벽화에는 씨름이 그려져 있다. 삼국사기 열전 중 신라 김유신 대목에 유신과 춘추공이 씨름을 하다가 옷고름이 떨어졌다는 기록이 있다. 고려사에 충혜왕은 용사들이 씨름하는 것을 구경하였다고 한다. 세종실록에는 세종 원년에 저자도(楮子島)에 배를 띄워 물가에서 씨름하는 것을 구경하였다 기재되어 있다.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에는 군사들로 하여금 씨름을 겨루게 했다 적고 있다. 조선 정조 때 단원 김홍도의 씨름 풍속도는 유명하다. 이 씨름도는 우리나라 풍속을 알릴 때나 씨름대회가 있을 때 TV화면에 자주 방영된다. 이와 같이 옛날부터 우리 조상들은 씨름을 즐기며 생활해 왔음을 알 수 있다.
 
우리의 문화유산인 씨름은 현대적 운동으로 발전하였다. 씨름이 전국체전 종목에 들어가고 씨름진흥법도 제정되었다. 씨름이 무형문화재 131호로 지정되었고 씨름을 유네스코 인류문화유산으로 등재신청을 해 내년 쯤 심사가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씨름전문 단체만도 230개이며 선수도 1천600여명에 이른다. 전남에도 1980년대 보해양조씨름단이 있었으며, 현대삼호코끼리씨름단은 금년 1월 13일 영암군청 민속씨름단으로 인수 발족했다. 지금은 시군구에서 씨름단을 창단 운영하는 경향이며 17개 씨름단이 있다. 대한씨름협회에서는 일부를 프로팀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라 한다. 
 
영암군청 민속씨름단은 한라장사 출신 신예 김기태 감독 하에 13명의 국내 정상급 선수를 포함한 15명으로 구성되어 좋은 성적을 내면서 영암군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있다. 출범 원년인 금년 설날장사 씨름대회에서 이슬기 장사가 백두장사에, 최성환 장사가 한라장사에 등극하는 빼어난 성적을 올렸다. 6월 단오대회에서 최성환 장사가 한라장사에 올랐고 이번 추석 구미대회에서 또 한라장사 가마를 타는 쾌거를 이루었다. 나도 이 씨름대회를 TV로 보면서 승리의 기쁨을 함께 했으며 현장에서 응원한 전동평 군수와 축하 통화를 하기도 했다.
 
고향 팀은 반갑다. 항상 마음으로부터 응원하게 된다. 이것이 애향심인지도 모른다. 우리 영암군청 민속씨름단이 영암군 표지를 달고 빛나는 성적을 올리면서 영암군의 브랜드 가치를 드높여 갈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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