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관광시대, 지역 자원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7> 영암의 경관농업 현황<끝>

영암군 경관농업, 유채

주로 축제와 관광을 위해 왕인축제 주무대가 있는 군서면 일원 벚꽃나무 주변의 논에 유채밭을 조성해왔다.

기후변화로 인해 봄꽃이 한 시기에 한꺼번에 개화하는 현상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영암의 대표축제인 왕인문화축제가 날씨에 좌우되는 벚꽃의 개화에 따라 축제 성패 여부가 결정됐다.

영암군은 2007년 관광객에 볼거리를 제공하고 꽃이 지고 씨가 맺히면 수확해 사료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경관 작물로 유채를 선정하고 군서면 도갑사 입구 54ha, 길이 2km일대에 심기로 하고 주변 100여 농가에 대한 설명회를 거친 후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경관단지를 조성해왔다. 이는 경관보전 시범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유채는 10월에 파종해 다음해 4월 초순부터 개화되며 유채꽃이 만개하면 아름다운 봄의 향취와 맞물려 국립공원 월출산, 구림한옥마을, 도갑사, 왕인박사유적지 등과 어우러져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올 것으로 기대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봤다.

2009년에는 유채 경관단지를 활용해 왕인문화축제가 끝난 후 유채꽃이 만발하고 스포츠대회와 도갑사 대웅보전 낙성식이 열리면서 군서면 일원과 관광지에 주말 상춘객이 몰려오기 시작했으며 유채꽃단지 특설무대에서 ‘영암 유채꽃 토요콘서트’를 개최했다. 하지만 이후 왕인문화축제에 모든 초점이 맞춰지면서 경관작물과 조사료로 활용되는 측면이 강해졌다. 즉, 벚꽃이 피는 왕인축제에 대한 투자와 성공이 경관농업에 대한 지역 자원의 결합의 필요성을 떨어뜨린 것으로 분석된다.

영암농협 경관농업, 메밀

영암농협은 경관농업 3개년 계획을 세우고 올해 천황사 일원에 25ha의 메밀 경관단지를 시범적으로 조성했다. 내년부터 110㏊(332,750 평)에 대한 ‘월출산 천황사 들녘 경관단지 조성사업’을 본격적으로 실시한다.

영암농협은 벼의 생산원가가 200평 당 31만2천375원, 수확량은 480kg에 매출액은 62만7천749원(고정직불금 66,667원, 변동직불금 141,082원 포함)이며 손익(매출액-생산원가)은 31만5천374원으로 분석했다. 메밀과 유채는 200평 당 15만1천375원의 생산원가에, 수확량은 130kg에 매출액은 73만8천334원(고정직불금 66,667원, 타작목전환 직불금 250,000원, 경관직불금 226,667원 포함)으로 무려 58만6천959원의 손익이 발생돼 경관조성과 작목전환의 이점을 설명하고 많은 농가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영암농협은 경관단지 110ha에 100여 농가가 참여해 메밀을 경작하면 약 100t을 수확할 것으로 예상하고 지역 내 소비를 높이기 위해 여러 음식을 개발해 기찬장터에서 판매할 계획이다. 메밀이 각종 성인병을 예방하는 슈퍼푸드로 알려지며 수요가 늘고 있어 수확량의 70~80%가 지역에서 소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영암농협에서 경관단지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양승훈 상무는 “올해는 안정적으로 메밀단지를 조성하기 위한 업무와 참여 농가를 모으는 데에 주력하고 있다. 월출산의 기와 가족애를 바탕으로 한 스토리텔링 작업, 포토존 설치, 지역 문화예술 연계, 메밀음식 개발과 함께 기찬장터 활용, 가공식품 개발 등을 준비하고 순차적으로 실현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경관단지 참여 농가의 소득을 올리면서 농업과 관광을 결합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기획취재를 마치며

영암지역은 월출산과 영산강 등의 수려한 자연경관과 함께 왕인박사와 도선국사 등의 인물, 마한, 가야금산조, 구림·장암·영보마을, 사찰, 민속놀이 등의 역사·문화·예술적 자원을 풍부하게 지니고 있다.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타 지역에 비해 충실한 콘텐츠를 본래부터 가지고 있기 때문에 관광산업에 있어 경쟁력이 있으며 지역 정체성과 문화적 다양성을 기반으로 관광에 접목한다면 기존 관광시장에서의 틈새시장 개척이 가능하리라 여겨진다.

다른 지역을 보자면, 평창군 봉평면의 메밀꽃축제는 본래 지역에서 재배해온 메밀과 이효석의 문학을 접목하고 지역의 인·물적 자원을 활용해 독특한 문화 콘텐츠를 창출해냈다. 울진은 수백여 년의 임농업의 역사를 바탕으로 보부상에 관련된 스토리텔링을 접목하고 금강송 숲을 보전하는 방향으로의 제한적인 개방을 통해 사시사철 탐방객이 찾아오는 곳으로 만들었다. 나주는 역사문화에서 시민들이 중심이 돼 도시 정체성을 찾아가며 일관성을 가지고 관과 함께 구도심 재생사업을 하고 있으며, 순천 또한 시민들이 관과 협업하는 형태로 자연생태와 농업문화를 도시의 브랜드로 정착시켰다. 각 지역마다 지역 활성화를 위해 지역의 특유한 문화, 자연환경 등의 지역자원을 활용했다.

하나의 단순 아이템만으로는 흡인력을 가질 수 없기 때문에 농촌지역이 가진 고유의 따뜻한 정과 문화 또는 지역특유의 관광자원이 자연스럽게 융합돼야 농촌관광으로 알려지고 자리 잡음을 볼 수 있었다. 또한 공동체적인 마인드를 가진 깨어있는 지역민(시민사회)과 이와 함께하는 열린 지자체가 있는 지역이 타 시·군보다 앞서 새로운 아이템을 창출하고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으며 민관 거버넌스 체제를 통해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머리를 모으기 때문에 지역갈등도 적었다.   

모든 지자체가 오감만족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관광객을 끌어 모으기 위해 발 벗고 나서고 있지만 ‘대도시 안에 사람들이 향유할 모든 것이 있다’고 가정한다면 우리 지역만이 가진, 우리 지역에 와야만 보고 배우고 즐거워 할 수 있는 뭔가가 있어야 한다. 영암만이 가진 풍부한 문화와 자연경관, 생명산업인 농업 등의 본래 가지고 있는 것들이 경관농업과 결합한다면 도시인 또는 개인의 정신적 빈곤함과 공허함을 멈춤과 머무름을 통해 채우고 치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영암만의 관광 아이템을 얼마든지 창출하고 머지않은 지방소멸의 시대에 살아남을 활력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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