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출산 자락에 세워진 동양 최대 규모의 인공암벽 등반 경기장이 쓸모없이 방치되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2003년 문을 연 이 암벽 경기장은 국립공원 월출산 입구 1만 4천726㎡ 부지에 전체면적 588㎡, 지상 4층, 높이 16m 규모의 주경기장과 부대시설을 갖췄다. 이에 소요된 사업비만도 국비를 포함 6억7천만원이 투입됐다.

한때는 전국 스포츠 클라이밍대회, 제13회 아시아 스포츠 클라이밍대회를 열어 15개국 130여 명의 선수가 참가한 가운데 열띤 기량을 펼친 바 있다. 그런가 하면, 국가대표 및 상비군, 청소년 대표선수의 훈련장소로 승인을 받아 이들의 전지훈련 장소로 사용되기도 했다. 2007년 세계적인 등반가 허영호씨와 김홍빈씨가 참가해 등산학교가 열리고 대한산악연맹에서 주최하는 전국 일반 등산 심판위원 교육도 열리는 등 산악인들의 체험과 교육장소로도 이용돼 왔다.

건립 당시만 해도 월출산과 함께 새로운 명소로 가꾸고 각종 대회를 유치하여 지역경제도 활성화 한다는 차원에서 동아시아권에서는 최대 규모로 지어진 것이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는 제대로 운영을 못하고 문이 4년째 닫혀 있다는 것은 전형적인 예산낭비의 사례로 꼽히고 있다. 유지관리도 소홀히 한 탓인지 스탠드도 부식돼 볼썽사나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인공암벽 등반은 우선 자연 암벽까지 가야 하는 시간과 경비를 절감할 수 있고 난이도를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안전 또한 자연 암벽 등반보다 뛰어나 계절과 기후에 관계없이 전문 클라이머는 물론 일반 초보자들도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어 훈련목적으로 큰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즐거운 스포츠로 발전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년째 무용지물로 변한 것은 전라남도 산악연맹에서 손을 떼면서 부터다. 즉 산악안전 지도자가 없다는 이유로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쉽사리 납득이 가지 않는다. 그동안 많은 공공시설물이 지을 때는 그럴 듯한 명분을 내세워 놓고 나중에는 감당을 못하고 방치하는 사례가 더러 있었다. 이번 사례도 그 범주에 벗어날 수 없다. 애초 애물단지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없지 않았으나 우려가 현실화 된 셈이다. 지금이라도 활용방안을 비롯한 빠른 묘안을 찾아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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