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문형선

“이번 전시 출품작에 나무들이 많습니다. 나무들에 새겨진 꽃 하나 하나는 개인을 의미합니다. 사회의 구성원들이죠. 하나의 작품 안에 사회가 이루어져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색깔도 다르고 모양이 다르지만 하나로 모아 함께하는 유토피아로 만들고 싶은 의도를 담았습니다.”

‘유토피아’의 작가 문형선. 지난 8월 17일부터 30일까지 광주 갤러리 리채에서 열리는 12번째 개인전을 열었다.

‘유토피아를 만나다’를 주제로 15점 내외의 작품을 선보인 그는 영암읍 장암리가 고향인 젊은 작가다. 2010년 광주 유스퀘어 문화관에서 첫 개인전 ‘혼자 놀다’를 열고 회화적 기법보다는 사진, 영상, 설치 등 복합매체를 활용해 잠재된 욕구분출의 돌파구를 찾았다.

당시 빨간 타이즈를 입고 찍은 사진과 영상 탓에 ‘레드맨’으로 불리기도 했던 작가는 “욕망이 사람의 몸에서 분출되지 않은가 하는 생각에 시도했었다. 예술가라면 상황에 따라서 다양한 연출을 할 필요가 있다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회비판과 전위적 미술활동 등으로 내부 욕망을 분출하던 작가는 8~9년 전부터는 완전히 페인팅 작업으로 돌아와 그만의 유토피아를 선보인다.

“유토피아를 찾아가는 이유는 현실에 만족하고 페인팅하는 순간에 만족하는 것을 찾고자 하는 과정입니다.”

지난 2010년 광주미협 사무국장으로 활동했던 문 작가는 2013년부터 광산문화원에서 사무국장을 맡아 광산구 문화현장을 기획하고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그리고 학기 중엔 조선대 미술대에서 제자들을 가르치고, 또 지난해에는 광주국악방송 라디오 진행자로 바쁜 날들을 보냈다. 그러면서 지난해 봄부터 화순 도곡의 소소미술관에서 레지던시 작가로 입주해 작품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작가는 영암의 장암리 문씨 집성촌인 마당바우 마을, 소를 키우고 농사를 짓는 토박이 농사꾼의 아들이다. “저의 아버님은 소를 키워 미대를 보내 뒷바라지를 해주셨습니다. 5학년과 5살인 두 아이가 있는데 어떻게 키워야 할지, 작업할 때 도움을 주고 희생하는 아내에게는 또 어떻게 보답해야 할 지 생각들이 많습니다. 여러 다양한 활동들을 열심히 하며 안정적 자리를 모색하는 중입니다.”

작가는 놀이터 아름 대표로 문화기획과 교육,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추진했고, ‘화가의 만찬’이라는 광산구 프로젝트를 추진했는가 하면 현재도 공공미술 ‘러블리 퍼블릭’을 매주 금요일 운영하는 등 문화를 기획하고 현장에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당분간 소소미술관에 머물며 개인전과 광주아트페어를 준비하고 내년 초에는 서울, 부산, 경남 등 전시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힌 작가는 “가족 잘 부양하고 열심히 작업하는 게 가장 큰 고민이고 과제”라며 “페인팅과 미디어, 사진작업을 병행하며 일부를 입체화하는 작업들을 해볼 생각이다. 미술의 흐름이 권위적인 걸 떠나 재미있고 다함께 갈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바램도 전했다.

저작권자 © 영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