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관광시대, 지역 자원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조선 숙종 때부터 왕실의 ‘황장봉산’으로 지정 보호
금강송 사랑과 관광상품화 지명에 반영…‘금강송면’

금강송 숲, 국가중요농업유산 등재
경북 울진군은 동해에 접해있고 면적의 85%이상이 산악지대다. 이곳은 무려 1천만 그루의 금강 소나무가 자라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인구 5만3천여명이 살고 있다. 산이 많고 바다가 있어 특산물로는 대게, 금강송, 송이 등이 있다. 이 외에 원자력발전소가 있는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특히 이곳의 금강송 숲은 조선시대 숙종 6년(1680) 왕실의 황장봉산으로 지정이 돼 현재까지 보호되고 있으며 이 지역의 브랜드 이미지로 부각되고 있다. 1959년에는 국내 유일의 육종림으로 지정됐으며 1985년에는 천연 보호림에서 2001년 산림유전자원보호림으로 지정돼 현재 국가가 보호하고 있는 국유지이며 산림유산자원이다. 과거 수백 년 동안 금강 소나무와 함께 살아오면서 독특하게 형성시켜온 산지 농업문화가 남아있는 곳으로 2016년 12월 29일 농림축산식품부의 국가중요농업유산 제7호(임업유산 제1호)로 선정됐다.

울진군 금강송면 소광리, 북면 일대에 국내최대 대규모 군락을 이루고 있는 금강송 숲이 지닌 자연 생태경관, 생물 다양성 그리고 목재 자원으로서의 우수성과 더불어 사람들의 농업문화가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더불어 금강송 숲길에는 영동지방과 영서지방의 물자를 교역하는 보부상들이 다니던 십이령 옛길과 산촌의 문화적 흔적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는 것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보호와 수탈의 역사 속에서 국가와 지역주민의 노력에 의해 지켜져 왔으며 산간오지 주민들이 살아온 삶과 역사 그리고 농·임업 문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어 가치가 높아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에도 도전하고 있다.

2014년 1만9천여 명의 탐방객이 다녀갔으며 지역주민들이 도시락 판매와 민박을 통해 총 1억7천여만 원의 소득을 올렸다. 2016년에는 3만여 명이 다녀가 3억여 원을 상회했다. 맑은 물과 기암괴석이 장관을 이루고 있는 명승지 제 6호 불영사 계곡과 해발 1천66m의 통고산, 금강소나무 원시림, 공민왕이 피난했다는 전설을 간직한 왕피리가 있는 서면은 지역민들의 금강송 사랑과 관광 상품화를 목표로 2015년 ‘금강송면’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금강송이란 이름은 여러 설들이 있지만 금강산 소나무라는 뜻으로 알려져 있다. 남으로는 설악산을 거쳐 삼척과 울진, 영덕까지 자생하고 있으며 길고 곧게 자란 자태가 아름다워 미인송(美人松)이라 부르기도 한다. 크게 자란 금강송의 중심부가 진한 황갈색을 띠기 때문에 황장목(黃腸木)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단단하고 금이 잘 가지 않아 궁궐의 고급 건축자재로 쓰였다고 한다. 일제 강점기에는 울진과 봉화지역의 금강송이 무차별 벌목되어 철도역인 춘양역을 통해 반출되면서 춘양역에서 실린 소나무란 의미로 춘양목(春陽木)이라 불리기도 했다.

보부상 삶의 애환이 남아있는 숲길

금강 소나무 숲, 제1길은 이곳을 넘어 봉화장터까지 가던 보부상과 소상인들의 애환이 서려있다. 제1길은 조선시대 보부상들이 오가던 ‘십이령길’로써, 북면 두천1리에 있는 숲길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이곳을 오가던 상인들의 은공을 잊지 말자는 쇠로 된 비석(내성행상불망비) 두 개가 비각 속에 서있다. 이 길은 불영계곡 옆으로 국도가 뚫리기 전까지 봉화군과 경북 울진군을 잇는 가장 가까운 길은 ‘십이령길’이었다. 보부상들이 걸었던 이 길은 거의 일직선으로 편한 길로 돌아갈 여유가 없어 수많은 고개를 넘었다. 큰 고개로는 바릿재, 평밭, 샛재, 느삼밭재, 너불한재, 저진치, 한나무재, 넓재, 고치비재, 멧재, 배나들재, 노루재 순으로 열두 개이며 작은 고개는 30~40개에 이른다.

보부상들은 주로 동해안 울진 등지의 미역, 간고등어, 소금 등 수십 ㎏의 짐을 등에 짊어지고 130리 길을 3박4일 동안 주파해 내륙인 봉화장터에 내다 팔았다고 한다. 이들로 인해 간고등어가 유명해지고 내륙과 해안의 생필품을 교환하거나 판매해 이 지역 사람들이 삶을 영위하는 데 도움이 됐다. 

시민 환경단체와 주민이 만든 숲길
아름다운 숲길 아이디어는 이 지역의 자연생태를 지키기 위해 댐, 온천, 도로 건설을 반대해 온 녹색연합과 지역 시민운동가들이 들고 나섰다. 녹색연합과 지역 시민환경단체는 1989년 전후 반핵운동으로 인연을 맺었다. 녹색연합은 1996년부터 백두대간 보전운동을 펼쳤는데 낙동강 수계를 만드는 원천인 왕피천의 원시 생태계 보존, 국내최대 산양 서식지 보호활동을 지역 시민운동가와 함께했다.

울진지역 시민환경단체는 이 지역의 빼어난 경관과 숲을 지키기 위한 운동, 반핵운동, 핵폐기장 반대운동으로 이름이 높다. 이들 NGO는 2007년 난개발을 막고 지역 공동체를 유지할 수 있는 개발을 모색하면서 숲길을 추진했다. 산림청의 사업비를 지원받아 생태조사 등 무려 3년간의 준비 끝에 2010년 제 1구간을 열었다. 현재 5구간(4, 5구간 시범운영)으로 총 63km에 달하며 사단법인 ‘울진숲길’이 위탁운영을 하고 있고 숲 해설가 6명은 소광2리와 두천1리 주민이 맡고 있다.

금강소나무숲길 사무소 관계자는 “산림청과 NGO, 지역주민 간의 협력으로 금강소나무 숲길이 만들어졌으며 이들이 처음 모여 생각한대로 보호와 보존을 우선해 숲길을 개방하고 있다”고 밝히며 “숲 보호를 위해 하루 80명 선의 탐방자만 숲 해설가와 함께 입산하도록 하고 있어 연간 3만명 정도만이 이곳을 다녀갈 수 있다”고 말했다. 즉 숲 보호와 보존을 위해 최소 개발과 관광을 허용한다는 것이다. 

술·음료·화장품 제조 등 변화 모색도
문화재 복원에만 쓰인다는 금강 소나무가 숲길로 재조명을 받음으로써 울진군에서는 금강송을 활용한 다양한 제품개발을 위해 나서고 있다. 울진군은 2015년 7월 산업통산자원부로부터 8억을 지원받아 경북해양바이오산업연구원 산하에 금강송사업단을 꾸렸다. 지역업체 10여 곳도 제품생산을 위해 사업단과 함께했다. 사업단에선 금강소나무 자원을 활용한 고부가 기능성 소재화 및 제품화를 추진하고 있다. 금강송 폐목에서 다양한 성분을 추출해 술, 음료, 화장품 등 20여 개 제품을 개발했다. 현재 사업은 3년차에 돌입해 있으며 제품개발 등이 순조롭게 진행돼 올해에는 제품홍보와 판로에 나서고 있다.

아직까지 사업효과로 업체 매출 증대와 일자리 창출 등은 미미하지만 울진군은 생태관광을 육성하면서 장기적으로는 금강송의 활용과 제품화에 심혈을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저작권자 © 영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