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관광시대, 지역 자원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봉평, ‘메밀꽃 필 무렵’으로 전국 명소화
효석문화제와 메밀, 경제 파급력 엄청나 

■ 효석문화제의 탄생

이효석 작가가 고향 봉평의 메밀밭 풍경을 소설 속에 담아서였을까?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 중>

이효석 생가를 복원한 모습. 원래 생가는 이 지점에서 100여 미터 떨어진 곳이며 다른 건물이 서있다. 복원은 생가 주변에 살았던 주민들의 증언을 통해 이뤄졌다.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을 그대로 펼쳐놓으니 누군가 말한 ‘문학은 시들지 않는다’는 것이 생각날 정도였다.  

장돌뱅이 허생원의 생애 단 한 번의 사랑 이야기가 메밀꽃밭에 그려진 봉평. 이곳은 중고등학교 교과서 나오는 가산 이효석(1907~1942) 선생의 ‘메밀꽃 필 무렵’의 배경이 된 곳이자 그의 고향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봉평은 알아도 봉평이 속해 있는 평창군은 동계올림픽 때문에 알았을 정도이다. 이렇듯 이 작품을 읽은 모든 사람에게 봉평은 기억 속의 소설로만 남아 있었다.

봉평 사람들은 이 작품을 현실 세계에 가져와 다시 한 번 살아 있는 문학의 정취와 작품이 만들어졌던 시대의 정서를 그려냈다. 이효석 선생을 기리기 위해 ‘봉’과 이효석의 ‘석’을 따서 봉석회(가산문학선양회)를 1970년께 만들고 1971년 가산문학선양회는 이효석 선생 추모를 겸한 첫 ‘효석백일장’을 군 단위 범위로 개최했다. 이후 지역민들이 지역발전을 위해 의견을 모으고 조율하다가 1999년부터는 제1회 ‘효석문화제’로 이름을 바꾸고 문화관광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이것이 지금의 축제 모태가 돼서 해를 거듭할수록 프로그램을 보충하고 봉평 다운 경관을 위해 메밀밭 경작면적을 늘리면서 볼거리와 먹거리, 인프라 등을 꾸준히 갖추었다.

축제가 열리는 시기는 따로 정하지 않고 7월 파종해서 꽃을 피우는 시기인 9월에 9일 동안 다채로운 프로그램과 메밀 먹거리를 선보이며 열린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우수축제로 선정돼 1억5천만원의 예산을 지원받았다. 첫해 1천여만원의 예산에서 현재는 6억여원으로 늘어났으며 축제 인프라 구축에 상당부분 투입이 되고 있다.

■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

축제장 건너로 봉평 소재지와 봉평장터가 보인다.

효석문화제의 컨셉은 소설의 배경이 된 그 시대와 정서를 느끼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유명가수의 공연이나 먹고 즐기는 데에 축제예산이 투입되지 않아 다른 지자체의 예산 투입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다.

효석문화제 초기부터 지금까지 문학이라는 일관성을 가지고 모든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초기에는 문학적인 측면이 강해 볼거리와 먹거리가 부족하다는 평을 들었으나 이후 메밀경작 면적을 대폭 늘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토속음식을 발굴해 내놓았다. 

또한 이 지역은 공동체적인 정신이 남아있고 자치의식이 강해 축제를 만드는데 기획과 세부적 측면을 주민들이 함께하고 메밀밭을 조성하거나 축제 조형물을 만들 때에도 대가 없이 참여한다. 첫 회부터 축제예산의 부족분에 대해서 지역의 상인들과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성의껏 자금을 제공해왔으며 더욱 풍족한 예산으로 더 나은 축제를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는 모습도 눈에 띤다. 

전병설 (사)이효석문학선양회 언론이사는 “우리 지역을 다른 지역에선 아직도 울력을 하고 있는 곳으로 안다”면서 “봉평 사람들처럼 축제나 지역의 힘든 일이라면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발 벗고 나서는 곳은 전국에 없을 것이다”고 자신했다.   

봉평장터를 중심으로 한 거리 퍼레이드나 소설의 시대를 재현하는 프로그램에는 어김없이 주민들과 학생들이 전면에서 옛 의복을 갖춰서 입고 옛 분위기를 연출해 관광객들이 타임머신을 타고 온 것처럼 느끼게 만든다. 사람이 필요하다면 봉평 안에서 재능과 참여 의지를 가진 모든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대가없이 참여한다. 때문에 먼 곳에서 인기가수나 야시장 등을 불러오지 않아도 되고 적은 예산으로 큰 효과를 내며 먹고 마신 기억만 남는 축제가 아니라 이효석의 문학세계를 배우게 됨으로써 관광객이 지적인 충만감도 함께 누릴 수 있다.

축제 때 메밀밭은 효석문화제 주무대인 흥정천 주변 뿐 아니라, 눈길이 잘 닿지 않는 마을 어귀에도 하얀 메밀꽃이 흐드러져 피어있다. 여기에 메밀농가도 참여하지만 다른 농가나 주민도 축제에 맞춰 최대한 메밀 경작지를 늘리고 있다. 메밀경작 면적은 축제장 일대에 약 100만㎡(30만평)에 이른다. 그리고 이효석 생가를 복원했으며 축제무대 일대에 허생원이 처녀를 만난 물레방앗간과 동이와 만난 충주집을 복원하고 있다.

■ 연중 찾는 관광지로 변모

봉평면은 소설로도 유명하지만 그 자체가 메밀이 전부라고 할 정도로 메밀산업과 식당이 넘쳐난다. 이곳에 오면 이효석 문학의 향취를 느끼고 메밀 음식을 먹어야 하는 것이 이곳 관광의 정석이 돼버린 지 오래이다.  

2010년대 효석문화제에는 연 평균 50만여명이 다녀갔으며 많을 때는 100만 명을 넘을 때도 있었다. 한 번 다녀간 관광객은 이때만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축제 만족도가 높고 지역에 대한 이미지가 좋은데다 주변 관광지도 많아 일년 내내 찾아온다.

지난 해 조사한 축제의 경제 유발효과는 약 400억원 전후였으며 500억원에 육박할 때도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축제를 통해 주변 관광지와 메밀음식이 전국에 알려지면서 관광산업과 메밀관련 산업이 성장한 밑거름이 됐다.  

이효석문학관에 가보면 작가의 생애와 작품을 보여주는 동선을 따라가면 자연스럽게 마지막 은 메밀가공품 등을 전시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국내 메밀경작 면적은 3천177ha, 생산량은 1천892톤이다. 제주도에서 분석한 자료에서 시장의 규모는 외산까지 합쳐 약 7천700톤이 소비되고 있으며 7천700억(톤당 1억원) 원대의 시장이 형성된 것으로 분석했다. 2016년 생산량 순은 전남 472ha 316톤, 전북 311ha 302톤, 경북 366ha 296톤, 강원도 277ha 274톤, 제주도가 1천382ha 263톤 등이다. 2015년 생산량 기준 제주도가 822톤으로 가장 많았는데 2016년 통계에는 제주도 분이 누락되거나 작황이 좋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며 2011년부터 2015년 통계까지 제주도가 2위 지역의 약 2배 가량 많은 생산량을 보였다.

현재 메밀시장은 메밀이 건강식품으로 인식되면서 점점 커지고 있고 지역이나 업체의 점유율은 정확하게 조사된 바가 없지만 봉평은 전국에서 생산되는 메밀의 상당량이 수확하자 마자 봉평으로 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메밀가공 기술과 산업이 앞서 있고 약 17종의 토속음식으로 관광객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듯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문화자원, 메밀의 농업경관, 인구 5천8백여 명의 봉평면민이라는 자치의식과 지역에 대한 봉사정신이 투철한 인적 자원이 조화롭게 버무려져 효석문화제, 일명 메밀꽃축제는 한국에서 손꼽히는 우수축제로 자리 잡고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저작권자 © 영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