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영 동

인간의 역사가 전개되는 시점에 카인과 아벨이 있었습니다.
카인은 유일한 혈육인 아벨을 돌로 내리쳐 이 지상에 혼자 남게 되었는데 인간은 어쩔 수 없이 원죄를 짊어진 카인의 후예들이 되었습니다.
문명의 태동기부터 숙명적인 살인사건이 등장하는 것은 인간의 가슴에 본능적인 투쟁과 적개심이 동시에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시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고대의 성인들은 인간의 심성이 애초부터 선하다.
아니면 악하다는  논쟁을 수없이 하였음에도 결국에는 명쾌한 답변을 얻어내지는 못하였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가슴에 선과 악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주장만은 일견 설득력이 있어 보입니다. 배부른 사자는 한없이 평화로운 눈초리로 그늘에 누워 초원의 짐승들이 풀을 뜯는 모습을 한가로이 지켜보고 이따금 귀나 꼬리를 흔들어 파리를 쫓아내며 배를 하늘로 향하여 낮잠을 즐깁니다.
이에 반하여 배고픈 사자는 온 몸에 살기를 띠고 거친 발톱과 이빨로 살아있는 짐승들을 가리지 않고 쫓아가 목 줄기를 물어 갈기갈기 찢어 피가 뚝뚝 떨어지는 살점을 뜯어 먹습니다.
위 두 가지의 유형은 그 상황만 다를 뿐 모두 사자의 이중적인 모습을 묘사한 것인데 그 저변에는 생존의 논리가 은연중 깔려 있습니다.
이세상의 살아있는 모든 존재들은 자신을 방어하고 앞으로 살아 갈 에너지를 충전하기 위하여 처절한 투쟁이 있은 후에야 비로소 국지적인 평화를 누릴 수 있을 뿐입니다.
어찌 보면 우리 모든 생명체들의 슬픈 삶의 공전은 전쟁과 평화의 이분법에 의한 쉼 없는 쳇바퀴 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전쟁은 악을 상징하고 평화는 선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인간은 식량을 생산하는 다양한 시스템을 개발하고 전기를 비롯한 각종 기계매체를 통하여 대량의 음식물과 신선도를 유지하는 체제를 완비하였으며, 종이와 문자의 발명으로 인하여 무한대의 지식을 저장하는 것도 모자라 형체도 보이지 않는 전자매체의 끝없는 진전에 힘입어 광대한 지식의 공간을 창출하였습니다.
이제 인간은 마음과 신체에 필요한 에너지원의 거의 모두를 확보하고 마음의 평화를 충분히 누리고도 남을 거대한 사이버의 세상을 만들어 놓고서도, 현세와 가상의 공간을 혼백이 휘둘리도록 넘나들며 피나는 투쟁을 벌이는 것입니다.
사이버의 세상에는 엄청난 논리들이 각자의 정당성을 앞세워 자신의 의지를 마음껏 표출하고 있습니다.
이따금 주장이 갈라지면 나와 다른 상대방을 무너뜨리기 위하여 네티즌의 붓은 창과 칼로 변하면서 무서운 살인무기로 변모하기도 합니다.
사자는 먹이 감이 되는 상대에게 최소한의 공격에 그치지만 사이버상의 문객들은 엄청난 지식의 바다에서 자신과 뜻이 다르면 고요히 떠나가면 될 것을 나무나 꽃이나 대상을 가리지 않고 공격하고 심지어는 상대를 말살시키기 위하여 유언비어를 퍼뜨리기도 합니다.
마음의 상처는 몸의 상처보다 더 아프고 괴롭다고 하였습니다.
무책임한 논객들의 총칼로 인하여 최진실을 비롯한 다수의 연예인들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가는 빌미가 되었습니다.
무책임한 도발로 자살까지 이르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차마 죽지 못하는 아픔을 홀로 삭이는 애달픈 영혼들 또한 너무도 많아졌습니다.
무작위로 사이버의 공간에 대고 소리 없는 총을 쏘아대다가 상대방의 정체를 확인해보니 정작 친했던 친구이거나 형제였다면 그동안의 상처는 어떠한 방식으로 치료가 가능할까요. 우리 사는 세상의 환경은 맑고 깨끗하여 평온하게 유지되어야 할 것임에도 사이버 상에는 폭력이 난무하여 다음 세대를 무너뜨리는 재앙이 될지도 모릅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생각들이 제 각각으로 주장이 서로 다르게 보일수도 있지만 알고 보면 그들은 적이 아니고 더불어 살아가면서 아름다운 세상을 공동으로 가꾸어 나아갈 우리의 동반자인 것입니다.
유럽에서 최고 과학자의 반열에 올라 아이작 뉴튼과 함께 쌍벽을 이루었던 과학도로 57세에 심령적 체험을 통하여 하늘의 소명을 받은 시령자(視靈者) 신학자로 27년간 영계를 자유로이 왕래하였던 ‘스베덴보리’ 박사는 “인간이 자살하면 우주에서 깨끗이 소멸된다고 생각하지만 영원한 고통의 시작일 뿐이다.
껍질인 육신만 죽일 뿐 영체는 소멸시키지 못하고 하늘의 형벌은 상상을 초월한다.
자살악령은 지상을 떠나 영계에 가지도 못하고 자살한 장소를 떠나지도 못한다.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최대의 죄로 자기 살인이다”고 가르치셨습니다.
비명에 세상을 떠나간 영혼들에 대한 아쉬움과 비통함이 점점 더 짙어만 갈 뿐입니다.    
상대방으로 하여금 인간으로서 최악의 순간을 맞이하도록 원인을 제공한 총성 없는 살인자에게는 하늘은 과연 어떠한 형벌로 다스릴지 짐짓 궁금하기도 하고, 그 결과에 대한 상념에 만감이 교차하며 두려움에 사지가 절로 떨려옵니다.
지금이라도 우리는 지나간 시간 속 자리한 악령의 허물을 벗어던지고 사이버 세상의 신사로 태어나는 준비를 다시금 서둘러야 할 때인 것입니다.

     영암읍 송평리
  법무사
  전남인터넷신문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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