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석 홍

우리는 영산강에 대한 많은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
영암환을 타고 목포에 다니던 시절의 애환이 영산강에 서려 있다.
이 물길을 타고 왕인박사께서 천자문과 논어를 가지고 일본으로 건너갔으며, 통일신라의 최치원도 상대포에서 배를 타고 당나라로 유학을 떠났다.
고려 왕건이 후백제 견훤을 제압하기 위해 이 물길을 거슬러 올라 나주에 닿았다.
영산강은 역사의 강이다.
영산강은 어족의 보물창고였다. 철따라 나오는 숭어, 모챙이, 운주리, 짱뚱이, 대갱이 등 수없는 어류들이 우리 입맛을 돋우어 주었다.
영암 어란도 명성을 얻었다.
영산강의 풍부한 물고기 맛을 잊지 못하는 분들 가운데 어떤 분은 영산강 하구둑을 터버리면 어떨까하고 농반 진 반으로 말한다.
또 영산강의 오염을 얘기하면서 하구둑을 터버려야 한다고 공공연히 얘기하는 사람도 있다. 1995년 1기 민선도지사 선거 때, TV토론의 한 패널이 영산강 오염방지대책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한 후보는 하구둑을 터버리는 것이 오염을 없애는 방안이라고 답변해서 나는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영산강하구둑을 터버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영산강농업종합개발사업이 왜 이루어졌으며, 그 혜택이 어느 정도인지를 잘 모르고 하는 말일 것이리라.
영산강사업이 시작된 것은 곡창지대인 전남의 극심한 한해를 극복하기 위해서였다.
1967년과 68년의 한해는 엄청난 재난이었다.
1967년에는 19만4천 농가가 피해를 입었으며, 1968년에는 5만1천ha의 논에 벼 한포기 심어보지 못했다.
당시 나는 전남도청 재정과장직에 있었으며, 한해대책 협의차 군용기 편으로 서울 회의에 참석하기도 했다.
이러한 재난위기를 극복하고 한수해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영산강유역농업종합개발사업계획’을 수립하여 외자도입을 통해 추진하게 된 것이다.
제1단계로 추진한 사업이 4개댐 건설이다. 한해가 심한 전남 중상류지역의 수자원을 확보하기 위해서, 세계은행 차관사업으로 장성댐, 담양댐, 광주댐, 나주댐 건설을 추진하여, 1976년 장성댐을 끝으로 모두 준공되었다.
이로 인해 수해 상습지인 영산강유역의 새끼내들 침수도 해결되었다.
제2단계 사업은 영산강 본류를 둑으로 막아 수자원을 확보하는 것이다, 목포시와 영암 삼호면 산호리 사이에 하구둑을 설치하여, 동양 최대의 담수호를 만들어, 영암을 비롯한 물 대기 어려운 영산강 하류지역과 해안지역의 한수해를 일소하기 위한 사업이다.
하구둑은 1978년 1월에 착공하여 1981년 12월 준공되었다.
담수호의 저수량은 2억5천3백만톤에 이른다.
이 물은 885km의 용수로를 통하여 한해에 시달려온 논에 공급되고, 수원이 전혀 없는 해남 화원반도까지 물길이 닿는다.
항상 가뭄때면 물쌈이 잦았던 우리마을 들판에도 영산강물이 흘러들어 아무리 가물어도 물 걱정 없이 농사를 지을 수 있게 되었다.
이 물은 연락수로를 통해서 물이 없는 영암호와 금호호에 공급되어 값지게 활용하고 있다.
하구둑 공사로 인해서 6천70ha의 땅이 새로 생겨 영암의 대불산단, 도청 신도시, 농지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하구둑 공사가 이루어짐으로써 목포와 영암간의 연결도로가 새로 생겨 교통이 편리해졌으나, 서남해에서 목포를 거쳐 영산포까지 오르내리던 뱃길이 끊겼다.
하구둑에서 영산강으로 오르는 배는 함평 사평까지 운행할 수 있으나, 거기에서 구진포까지는 하천에 모래가 쌓여 올라갈 수 없었다.
그러나 4대강사업으로 인해 그 구간에 쌓인 모래를 걷어내 물길도 트이고 강물도 고여 있다. 나주시에서는 1백톤급 왕건호을 건조해 띄워 놓고 있다.
영산강 제3단계사업은 영암호와 금호호 조성사업이다. 영암과 해남 사이에 있는 영암방조제와 금호방조제의 완성으로 인해 1만2천500ha의 간척지가 개발되어 공단부지, 레져시설 부지, 농지 등으로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다만 유명했던 미암낙지가 사라진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영산강사업으로 인해 우리 영암에는 대불산단과 삼호공단이 조성되고 농지가 늘어났을 뿐 아니라, 농업용수 걱정을 덜었고 나불공원이 이루어져 농업박물관이 들어서있다.
명실공히 농공병진의 고장이 되어 지역 활성화에 크게 기여케 된 것이다.
영산강은 잘 관리되고 활용되어야 한다.
물의 오염대책이 언제나의 과제로 남아있다.
오수배출 문제를 포함한 오염방지 방안이 모두의 지혜로 마련되어, 민관협조 하에 해결되고, 영산강 뱃길에 배가 뜨는 날을 기다려 본다.

     서호면 장천리 生
  전 전남도지사
  전 국가보훈처장관
  왕인박사현창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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