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동 현

영암문화원 주최 향토작가 미술전시회에서 우연히 만났던 현의송 선생님과 격의 없는 정분을 느껴 자리를 함께 한 일이 있다.
농민신문 사장 시절 선진 일본의 농촌상을 지상에 연재한 기사를 즐겨 읽었었다.
그래서 일본농촌 사회와 우리농촌 사회의 차이점을 물었더니 정직한 생활습관이 정착화 돼 있고 지방자치가 토착화 돼 있는 것이 일본농촌 사회의 특징이라고 말씀하셨다.
하기야 도쿠카와 바쿠후(德川幕府) 삼백년 이전부터 지방분권의 정치체계로 이어진 일본이다. 지방자치의 오랜 경험과 정직을 신조로 살아온 일본의 농촌사회는 건전하게 발전하고 있을 것이다.
조선시대 양반들의 횡포, 일제의 폭정, 6·25의 사회 불안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우리들은 거짓을 수용하였다.
거짓과 속임수, 우리들의 생활규범은 정상을 잃어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얼마 전, 나는 축협하나로마트 365코너에서 400만원을 인출한 일이 있다.
100만원 단위로 네번 인출해서 점퍼의 비좁은 호주머니 속에 구겨 넣어 집에 와 세어보니 400만원이어야 할 돈이 395만원이었다.
5만원권 한 장이 부족한 것이다. 이상하다 싶어 다시 세어 보았다.
역시 5만원권 한 장이 부족하였다.
잘못 센 것 같아 손가락에 침을 발라 꼼꼼히 세어 보았으나 역시 부족하였다.
왜! 어디에서 어떻게 하였기에 부족한 것일까? 허망하고 허전하였다.
생각하면 할수록 씁쓸하였다.
하지만 인부 삯을 주어야 했기에 다시 축협으로 가서 오만원을 더 인출하였다.
오고가는 길위, 구석구석을 살펴보기도 하고 인출기의 위아래 주위 일대를 샅샅이 살폈으나 그 어디에도 돈은 없었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더니... 아쉬웠다.
90살의 나이 탓에 저지른 실수였을 것 같은 자책감에 씁쓸하였다.
돈 오만원! 생각하면 별것 아닌 적은 돈이기도 하였지만 허전하였고 고령의 치매 현상인 것 같은 실감이 들어 인생마저 허무해 짐을 느끼고 있을 때 갑자기 전화벨이 울렸다.
“축협입니다. 돈 오만원이 떨어져 있기에 주어서 댁의 통장에 넣어 드렸습니다.”
순간 모든 시름은 가고 기뻤다. 감사했다.
우리 축협에 대한 친근감, 신뢰감. 믿을 수 있는 우리의 축협이라는 감정이 밀물처럼 가슴에 벅차 올랐다.
돈 5만원은 크지 않다.
하지만 5만원으로 인해 나타난 우리 축협의 정직성, 믿음성은 일본농촌 사회의 정직성과 같을 것이다.
우리 영암축협 직원의 정직함을 칭찬하고 싶다.

영암읍 회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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