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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주의조 수 웅

해가 뜨고 지는 현상만으로 보면 태양이 지구를 도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사실은 지구가 태양을 돈다. 구조주의자들은 어떤 문화적 텍스트나 행위가 그 자체로 하나의 본질적 의미를 갖는다고 보지 않는다.
그 텍스트나 행위의 내부적 혹은 외부적 요소들이 맺고 있는 관계, 즉 구조에 의해서 그 의미가 생산된다고 본다.
예컨대 사람의 팔이 몸에 붙어 있을 때는 팔 구실을 하지만 잘리어 있으면 한갓 고기 덩이에 지나지 않는다.
이를 가장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문화현상이 바로 ‘언어’다. ‘정’이라는 단어는 따뜻한 정을 느껴봄으로써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장’이나 ‘종’이라는 비슷한 음운조직에서 그 의미의 차이를 느낌으로써 이해된다.
또 ‘무지개’의 구체적인 색깔은 수도 없이 많은데, 나라마다 언어규칙을 두어 우리나라처럼 일곱 가지 색으로 구분하기도 하고, 다른 나라에서는 세 가지 또는 열두 가지로 구분하기도 한다. 따라서 전체 언어체계에 대한 고려 없이 어떠한 단어도 의미를 축출해 낼 수 없다.
건널목의 교통신호를 생각해보자. 빨강 신호등이 켜지면 멈춰서는 것은 빨갛기 때문이 아니라 파랑이나 노랑 신호등이 아니기 때문이다.
만일 빨강 때문이라면 어디서든 빨간색만 보면 멈춰서야 하는 것 아닌가? 또 군대에서 중위라는 개념은 소위나 대위가 없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구조주의에서는 문화의 의미가 그 자체에 내재한 것이 아니라 ‘차이’나 ‘관계’에 의해 생겨난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니까 ‘단어’란 차이를 바탕으로 선택, 배열됨으로써 의미가 생긴다는 것이 구조주의의 기본 사고방식이다.
그런데 구조주의는 이런 방식이 모든 문화행위에서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래서 구조주의자들은 다양한 문화행위를 하나의 언어, 하나의 기호행위로 보고 언어의 규칙과 개념을 적용함으로써 그 의미를 분석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런 구조주의의 기원은 소쉬르의 ‘일반 언어학 강의’이다. 현대철학은 인간을 인식의 중심에서 탈락시켜 무의식을 부각시키고, 언어 중심이 되었다. 내가 언어로 표현하는 게 아니라 언어구조가 나로 하여금 발화케 한 것으로, 내가 쓴 저서에도 내가 만든 단어, 내가 생각한 내용은 없다는 것이다.
라캉은 언어가 욕망 같이 구조화 되어 있어 인간을 통해 발화하고 있다고 본다. 푸코는 사물이 있고 말로 그것을 형용한다던 지금까지 사고를 부정한다.
지구는 300억년 그대론데 지동설, 천동설이란 말은 왔다 갔다 했다. ‘현존’만 보았지 ‘부재’를 보지 못한 것이다.
노래방에서 노래는 들리고 반주는 안 들린다.
노래를 멈추면 반주가 보인다. 부모의 중요성은 돌아가신 뒤에 느낀다.
이처럼 중요한 것은 부재인데 그 전까지의 철학은 현존 위주의 사고만 했다.
근대 철학은 텍스트만 중히 여겼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컨텍스트다. 구조주의는 안 보이는 것을 본다.
그러니까 전통철학의 합리주의를 이어받은 구조주의는 본질을 깨뜨린다는 게 핵심이라서, 칸트부터 사르트르까지의 주체중심주의, 인간중심주의에 대한 특권의식을 비판한다.
구조주의 이전 전통철학은 실재와 상상 두 차원의 철학이었다.
그런데 구조주의는 우리가 사물을 지각할 때 눈에 안 보이지만, 이미 상징적 차원이 나와 사물 사이에서 작동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대상과 맺는 관계는 사실상 구조라는 룰이 상당부분 지배하고 있다.
그래서 구조주의는 무의식의 사고다.
내 안인데 사실 내 바깥에 있는 게 구조다. 그래서 바깥사유다.
우리는 밥 먹으면서 한국ㆍ서양의 밥상 차림의 차이를 의식하지 못한다.
그게 무의식이다.
인류 문화는 주체의 산물이 아니라, 구조에 따라 만들어진 필연적 산물이다.
인간이 사유할 때 나도 모르게 따르는 룰이 있는데, 그 룰의 대표가 언어다. 그래서 구조주의 출발점이 소쉬르의 언어학이다.
구조주의자들은 사실, 상상이 아니라 차이의 체계가 중요하다.
구조주의적 사고방식을 알 수 있는 중요한 예가 토테미즘이다. 토템과 부족은 사실적 관계다. 그런데 구조주의자들은 프로야구 같이 차이들의 놀이 또는 관계들의 체계가 중요하다.
그러니까 구조주의 핵심은 표피적 현상 밑바닥에 존재하는 ‘구조’ 체계다. 현상적으로 나타나는 어떤 사건이나 행위에는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심층적 원리나 체계가 있다는 게 바로 ‘구조’다.
따라서 구조주의자들의 문화 분석은 겉으로 표현된 문화현상 속에 숨어 있는 구조를 드러내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  군서면 서구림리
  전 조선대·광주교대강사(문학박사)
  전 전라남도문인협회장
  아시아문화전당 창작스튜디오
     레지던시 작가(소설가)
 

영암신문  yasinm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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