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금정 할머니 집에서 사라진 둘째 딸
생후 29개월에 잃어…변씨 부부 안타까운 사연

맞벌이를 하던 부부는 첫째 아들에 이어 둘째 딸을 얻었다.
기쁨도 잠시, 두 아이를 양육할 형편이 안 됐던 부부는 할머니의 손에 아이들을 맡겼다.
그러던 어느 날 2살이 된 둘째 딸은 할머니가 잠시 집을 비운 사이 사라졌고, 그렇게 20년의 세월이 훌쩍 지나 버렸다.
변유정씨(당시 2세·여)를 찾고 있는 아버지 변모씨의 안타까운 사연이다.
어린이재단 실종아동전문기관에 따르면 1995년 변씨 부부는 예쁜 둘째를 갖게 됐다. 짱구 이마에 처진 눈이 매력적인 귀여운 딸이었다.
하지만 충남 연기군에서 맞벌이를 하며 살던 변씨 부부가 3살 아들에 갓 태어난 딸까지 아이들을 모두 양육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결국 부부는 아이들이 자랄 때까지 조부모에게 잠시 양육을 부탁하기로 했다.
아이들은 금정면 월평리에서 친할머니와 친할아버지의 사랑 속에 무럭무럭 자랐다.
사건이 발생한 것은 2년이 지난 1997년 4월 5일. 또래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점심을 먹은 후 낮잠을 자던 유정이는 그날도 할머니의 품에 안겨 잠이 들었다.
유정이가 잠든 것을 확인한 할머니는 유정이를 내려놓은 뒤 잠시 볼 일을 보러 밖으로 나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집으로 돌아온 할머니는 깜짝 놀랐다.
자고 있어야 할 손녀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이었다. 변씨는 “시골에서도 외딴 곳에 떨어져 있는 집이어서 목격자가 없다”며 “추측해 보면 잠결에 일어나 보니 할머니가 없어 울며 찾으러 다니다 실종된 것 같다”고 말했다.
유치원에 들어갈 때까지만 떨어져 지내기로 했던 변씨 부부는 영원히 딸을 볼 수 없다는 생각에 가슴이 미어졌다.
직접 딸을 찾으러 나선 부부는 전단지를 만들어 전국의 공공기관에 배포했다.
대도시와 고속도로 휴게소 등 전국 곳곳을 직접 찾아다니며 전단지를 돌렸다.
수많은 전단지를 뿌린 만큼 제보전화도 수백통 받았지만 오매불망 기다리던 유정이는 아니었다.
직접 얼굴을 대면한 아이들 역시 생김새는 비슷했지만 유정이가 아니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실종 당시 곤색 줄무늬 니트에 보라색 바지를 입고 검정색 구두를 신고 있던 유정이는 올해 22살 숙녀가 됐다.
20년이 지났어도 변씨 부부는 유정이가 경찰서를 통해 직접 자신들을 찾아올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변씨는 “생후 29개월에 잃어버린 딸 유정이가 지금은 어엿한 숙녀가 됐을텐데 외모가 아무리 변해도 내 딸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며 애타는 부모의 마음을 전했다.     

  파이낸셜 뉴스 박준형 기자

저작권자 © 영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