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내가 있는 것은 어머님 은덕”

영암출신 재일교포 2세인 동강 하정웅(78·사진) 영암군 홍보대사가 자전적 에세이 ‘부모님 전상서’를 최근 발간했다. 지난 2014년 역시 자전적 에세이 ‘날마다 한 걸음’을 펴낸 이후 3년 만이다.

1939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난 하 대사는 실업계 고등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지만, 민족차별로 취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도쿄 전기회사에서 일당직으로 일하며 주경야독하는 삶을 살다 영양실조로 실명의 위기를 겪기도 했다. 그러다 우연히 맡게 된 가전제품을 취급하는 조그마한 가게가 도쿄올림픽 때 컬러TV 붐과 함께 번성하기 시작해 큰 돈을 벌었다. 학창시절 화가를 꿈꾸었던 그는 꿈이 좌절되자 유명 컬렉터로 변신해 메세나 운동가의 삶을 걷게 됐다. 1993년 개관한 광주시립미술관에 이우환의 작품 등 212점을 기증한 것으로 시작해 20여 년간 2천500여점을 기증했다. 그의 작품 기증은 광주에만 그치지 않고, 아버지의 고향 영암을 비롯 전북도립미술관, 국립고궁박물관, 포항시립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대전시립미술관, 조선대, 숙명여대 등 ‘하정웅컬렉션’은 대한민국 전역에 걸쳐 있다.

특히 그의 미술품 기증으로 2012년 군서면 도기문화센터 옆에 영암군립 하미술관을 건립해 군 단위에서는 보기 드문 세계적인 수준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영암군립 하미술관과 광주시립미술관에서는 매년 ‘하정웅청년작가초대전’을 열고 있다.

이 책은 일제시대 말기 일본에서 태어나 오늘에 이르까지 그의 어린 시절 고생했던 이야기부터 부모에 대한 애틋한 기억들, 힘든 재일동포 소년에게 용기를 줬던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담겨 있다. 세상을 떠난 부모와의 추억과 그리움도 책 곳곳에 담겼다. 생전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대학에 보내지 못한 것을 미안해 하던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리며 “부모님과 함께 어려운 시대를 함께 살아온 나로서는 아무런 불만도 부족도 없었다”면서 “오늘의 내가 있는 것은 어머님의 은덕”이라고 회상했다.

그는 일본에 거주하면서도 광주·전남지역에 꾸준한 관심을 쏟고 있고 광주시립미술관 명예관장, 수림문화재단 이사장, 금정학원 이사, 영암군 홍보대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문배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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