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영암지역에서는 시종농협과 미암농협, 덕진농협 등 3곳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들 농협은 서호농협과 학산농협, 덕진농협과 각각 합병작업을 거쳐 월출산농협, 서영암농협, 영암낭주농협으로 각각 재탄생했다. 이에 따라 영암에선 기존 11개 농협에서 8개 농협으로 줄었다. 다시 말해, 11개 읍·면에 한 곳씩 있던 농협들이 통폐합되어 8개로 감소한 것이다. 대신에 없어진 3곳은 지점으로 존속돼 종전과 별반 다를 게 없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들 농협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 이유는 딱 한 가지다. 갈수록 악화되는 경영환경 탓이다. 농업·농촌의 환경이 과거 1읍면 1농협 시대를 용납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때문에 조합원들의 환업사업은 고사하고 직원들의 인건비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이러한 경영환경은 지역농협의 통폐합 속도를 가속화시킬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이 같은 사실은 농협들 스스로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합원의 편익증진을 앞세워 무리한 투자를 하는 조합들이 있다. 주유소만 보더라도 영암읍에서 신북까지 이르는 도로변에 농협주유소가 3군데, 일반 주유소가 5군데나 있다. 마트도 대다수 농협이 운영하고 있다. 심지어 장례식장과 음식업까지 진출해 있는 상황이다.
종전에는 지역여론을 살피며 접근했으나 언제부턴가 돈 되는 사업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신용사업에 치중하고 경제사업을 기피하던 때와는 정반대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떴다방’ 업체를 끌어들여 혹독한 시련을 겪은 영암축협 하나로마트 역시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한 고육지책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영암농협과 좁은 상권을 놓고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는 축협으로선 얼마 안되지만 임대료를 챙기고 마트도 홍보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업체의 제안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물론 조합들의 경제사업이 조합원의 편익과 소비자들의 서비스 개선에 순기능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역경제가 날로 피폐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소상인들의 설자리가 점점 잃어가고 있는 게 문제다. 인구 6만이 무너지고, 공공기관들이 속속 떠나가는 영암의 현실과 합병으로 가는 협동조합들의 현실 등을 종합해 볼 때 조합들의 보다 책임 있는 자세가 요구된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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