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웅

당나라 현종이 자기 뜻이 담긴 명문장을 만백성들에게 발표하고 싶었다. 어전에 모인 신하들에게 그 글을 쓸 사람을 추천하도록 엄명을 하였다. 두 말할 것도 없이 이백(李白)이 만장일치로 뽑혔다. 수소문 끝에 만취한 이백을 찾아내었으나 그를 대궐 안으로 들여놓을 수가 없었다. 그 당시 대궐을 출입할 수 있는 사람은 벼슬아치뿐이었기 때문이다. 하는 수없이 그들은 이백에게 그 자리에서 벼슬을 내려 입궐시켰다. 하지만 이백은 술보답게 임금님이 내린 글제로 글을 쓸 생각은 하지 않고 매일 술만 마시고 있었다. 담당 신하가 애가 시커멓게 타들어갔다. 임금님이 정해준 마지막 날에는 이 신하가 발사심이 나서 마침내 불호령을 내리고 말았다. 그제서야 만취 상태인 채로 지필묵을 가져오게 하여 일필휘지를 했는데, 과연 시선답게 순간에 명문장을 써내어 임금님을 사로잡은 것이다. 이백의 글재주를 본 임금님은 그자를 자기 곁에 둬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이백으로 하여금 궁궐에서 거쳐 하며 글을 쓰도록 명하였다. 이백은 참으로 난감하였다. 그는 임금님께 제발 궁궐 밖으로 나가게 해주라는 간청을 하였다. 임금님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뭇 사람들은 임금님 총애 아래 부귀영화를 누리는 게 소원인데, 이백은 이를 사양하다니… 하지만 그의 간절한 청을 들어주지 않을 수 없었다. 궁궐 밖으로 내보내기로 해놓고도 임금님은 못내 아쉬워하며 내가 네게 무엇을 해주면 좋겠냐고, 뭐든지 말만 하면 들어 주겠다고 하였다. 하지만 이백은 무턱대고 궁궐 밖으로만 내 보내주면 더 이상의 소원은 없다고 대답하였다. 임금님 생각으로는 참 괴이한 일이었지만, 그냥 빈손으로 내보내기가 그래서 요즈음 말로 백지 수표 한 장을 이백에게 건네주었다. 이백은 그 종이 한 장이면 세상에 나와, 재물은 물론 여자 등 뭐든지 가질 수 있는 요술방망이를 얻게 된 셈이다. 궁궐 밖을 나오기 바쁘게, 여전히 술에 찌들기 시작한 이백은 제 방식대로 살다가 마침내 세상을 하직하고 말았는데, 그를 염습하기 위해 장의사가 옷을 벗겼을 때, 그의 호주머니에는 아무 것도 없고 다만 단 한 번도 쓰지 않은 그 요술방망이 백지 수표가 고스란히 남아 있더라는 것이다.

 

*시인은

 

사람들 좋은 놈, 나쁜 놈 구별하는데

이상한 놈으로 분류된다.

 

사람들 옳은 짓, 그른 짓 따지는데

딴 짓으로 딴청 피운다.

 

사람들 중심부서 누리려 안간힘 쏟는데

주변서 옹색하게 서성거린다.

 

사람들 주류 대접 받는 게 소원인데

비주류로 남아 푸대접 자처한다.

 

사람들 콘크리트벽 속 침대 출렁이는데

흙바닥만 밟는다.

 

사람들 이성적으로 사는데

광기만 부린다.

 

시선(詩仙)은

술만 마신다.(*졸저 ‘시인은’ 전문)

 

●군서면 서구림리

●전 조선대·광주교대강사(문학박사)

●전 전라남도문인협회장

●아시아문화전당 창작스튜디오 레지던시 작가(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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