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홍

김홍

우리나라 말은 상대에 따라 높임말과 낮춤말과 반말로 말하는 식이 엄격하게 구별된다. 높임말은 상대방을 높게 이르는 말이다. 존대말, 공대말이라고도 한다. 반대로 낮춤말은 상대방을 낮추어 보게 된 말로, ‘~하게’ 또는 ‘~해라’와 같이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말할 때 쓰는 말이다.

반말은 말 그대로 반(半)말이다. 높임말도 아니고 낮춤말도 아닌, 어정쩡한 절반 정도의 말이라고 해서 반말이라고 한다. 말끝이나 조사(助詞) 같은 것을 줄이거나 존경 또는 하대하는 뜻이 없이 어름어름 넘기는 말이 반말이다.

그런데 무의식적으로 존대말을 한다는 것이 반말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예를 들어 ‘어디 가요?’는 ‘어디 가십니까?’이거나 ‘어디 가시오?’로 말하는 것이 확실한 존대말인데, 자칫 ‘어디 가요?’라는 반말로 표현해지기 쉽다. 생판 모르는 사람이나 손윗사람에게 이런 투의 반말을 계속 한다면 잘못된 언어습관으로 버릇없는 사람이 될 것이다.

필자가 서울 용산에서 군 복무를 할 때, 반말 때문에 곤욕을 치른 적이 있었다. 군 쫄병이 상급자에게 ‘식사 했오?’, ‘어디 가요?’ 등등 말끄트머리에 습관적으로 ‘오’와 ‘요’를 붙여 말하는 바람에 소위 반말시비에 걸려들어 혼쭐났었다. 다행히 내무반장이 전라남도 여수 출신이었기에 사투리로 인한 고행(?)의 길이 오래 가지 않았다.

말은 사실언어와 감정언어로 구분할 수 있다. 사실언어란 사실을 사실대로 표현하는 언어이고 감정언어란 사실보다도 감정을 표현하는 언어다. 그런데 사실언어는 정보나 지식에서 나오는 말이므로 머리는 채워주지만 사람의 마음을 기쁘게 하는 말은 못된다. 그러나 감정언어는 마음에서 나오는 말이기 때문에 우리 마음으로 전달되어 마음을 기쁘게 하기도 하고 슬프게 하기도 한다.

오랜만에 지인을 만났을 때, 사실언어는 ‘이제 나이가 들어 보입니다’와 같은 말이다. 사실대로 말한 것이지만, 듣기에 좋은 표현이 아니다. 따라서 상대방은 기분이 상하기 쉽다. 반면에 감정언어는 ‘모습이 아주 좋게 보입니다’라고 표현하는 긍정적이고 배려하는 말로 상대방을 기쁘고 행복하게 해주는 말이다.

서구 사회는 사실언어 보다 감정언어를 더 많이 사용한다. 사람을 만날 때마다 듣는 첫 소리가 바로 감정언어다. ‘Hi!’ ‘Thank you!’ ‘Sorry!’ ‘OK!’ ‘Very good!’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사람을 만나도 ‘하이!’ 조금만 실수해도 ‘쏘리!’라고 말한다. 물건을 사지 않고 나와도 점원은 ‘땡큐!’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런 감정언어가 발달하지 못했다. 처음 만나는 사람끼리 인사는커녕 눈치를 살피고 멀뚱멀뚱 훑어보고 길을 가다 부딪쳐도 아무 말도 안하기 일쑤다. 오히려 서로 못마땅한 눈으로 쳐다보고 심지어 언쟁을 하기도 한다. 요즘 젊은이들은 예외지만, 60대 이상 남자들은 아내에게 평생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못하고 살아온 게 실상이다.

‘말은 해야 맛이고 고기는 씹어야 제 맛이 난다’고 했다. 의사표현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알 수 없다는 것을 먹는 음식과 사람들이 좋아하는 고기에 비유한 말이다. 입의 대표적 기능은 의사를 표시하는 말을 하는 것과 음식물을 신체 내부로 들어가기 전에 씹어서 1차로 소화시키는 것이다. 말하는 것과 먹는 것, 이 두 가지 기능을 제대로 해야 사람 노릇을 할 수 있다. 특히 비판을 하는 것을 속어로 ‘씹는다’는 표현을 하기도 하므로, 현실에 대한 비판을 하지 않고 침묵을 지킨다면 현실은 나아지지 않는다는 의미도 있을 것이다.

말은 그 사람의 교양이요 인격이다. 말이라 해서 다 말이 아니다. 말은 참말이어야 한다. 거짓말은 말이 아니다. ‘천냥 빚도 한마디 말로 갚는다’는 속담과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곱다’는 속담이 있다. ‘세치의 혀가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한다’는 말이 있는가 하면, ‘같은 말이라도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도 있다.

말 속에 자신의 진실성이 담겨 있어야 한다. 표정 없는 말, 성난 듯한 인상으로 나누는 대화는 부담감으로 다가온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남의 말을 잘 들어주고 남의 의견이 내 의견과 다르다는 것을 인정할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상대의 의견을 존중해 주고 진실한 말을 아름답고 부드럽게 할 때 인격적으로 존경받는 사람이 될 것이다.

* 영암읍 역리 生

* 전 동강대학교 교수(경영학박사)

* 코리아․서티모르 문화교류센터 총재

* 늘빛 문화교육연구소 이사장

* 영암군 노인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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