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마을에서 신풍마을로 이어지는 옛길.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반개발’ 

개발과 진보라는 이름으로 파괴가 더 자행되는 것을 피하고자 한다면 결집된 정보 캠페인이 긴급히 필요하다세계를 사회적생태적 파멸로 몰아가는 산업체계에 대한 불완전하고 그릇된 이미지를 바로잡는 교육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더 이상의 개발보다는 반개발이 필요하다반개발의 일차적 목표는 사람들에게 그들 자신의 미래를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선택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하는 것이다가능한 모든 통신수단을 사용해서오늘날의 자본 및 에너지 집약적 경향은 지속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궁극적으로는 자기존중과 자립을 증진시키고 그렇게 함으로써 생명을 떠받치는 다양성을 보호하고지역중심의 진정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조건들을 만들어내야 한다

반개발은 전문화와 단편화된 전문지식을 뛰어넘는다그것은 산업화와 도시집중화가 필연적으로 가져다 줄 가족과 공동체의 붕괴에 주의를 환기시키고화석연료의 고갈과 환경파괴의 심각성을 일깨워주는 것이다우리의 산업적 생활방식이 치러야 하는 갈수록 커지는 대가를 폭로할 것이다동시에 반개발은 새로운보다 광범위하고 보다 인간적인 진보의 개념을 증진하고 보급할 것이다그것은 세계 도처에서 좀 더 지속가능한 대안을 탐색하고 있는 수많은 지역운동을 부각시킬 것이다자연요법환경보호토양보존공기와 물의 질에 대한 전 세계적인 관심을 더욱 가시화 할 것이다

 탈중심화와 적정기술 개발

지역적인 것과 세계적인 것 사이의 균형을 되찾아야 한다현대화의 추진력은 전적으로 도시화와 세계화의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지역문화와 지역경제는 놀라운 속도로 사라지고 있고동식물 종들도 함께 사라지고 있다마을공동체를 기반으로 한 농촌사회는 존립이 불가능할 정도로 파괴되고 있다지속가능한 중도는 반드시 탈중심화를 포함한다문화와 경제의 탈중심화와 더불어 에너지 생산도 탈중심화 할 필요가 있다태양바람바이오매스수력을 이용하는 기술을 발전시켜야 한다진정한 적정기술은 순전히 경제적인 면만이 아니라 사회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의 면에서도 고도’ 기술보다 훨씬 비용이 적게 들 것이다그것은 구체적인 사회 및 지리적인 여건에서 태어나고그 여건에 맞도록 조절될 것이다

 전통문화 보존과 생태적 개발

라다크가 서구문명의 영향을 받아 갈수록 산업화 도시화되어 가면서 전통적인 생활방식을 잃어버리는 것에 대해 심각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던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는 우연히 E.F.슈마허가 쓴 <작은 것이 아름답다>라는 책을 읽게 된다이 책은 호지에게 개발이 반드시 파괴를 뜻할 필요는 없다는 확신을 강화시켜 주었다호지는 인도의 주정부와 중앙정부에전통문화의 강점에 근거하고 재생 가능한 에너지 이용을 증진시키는 정책을 펴도록 호소하는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이 호소가 받아들여져 몇 가지 실험적인 프로젝트가 실행되었다호지는 난방용 태양열 기술을 활용한 트롱브 벽을 개발하여 난방비를 절감하게 했다그녀는 수많은 비공식적인 대화와 빈번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서구에 관한 과장된 이미지에 맞서 라다크를 옹호했다전통적으로 연극이 인기가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라다크인들의 자존감을 찾아주기 위한 방편으로 라타크여뛰기 전에 잘 보라는 연극도 공연했다. 1980년대 그녀의 이러한 활동은 <라다크 프로젝트>라는 작은 국제적 조직으로 자라났고, 1991년에는 <에콜로지 및 문화를 위한 국제협회>로 발전되었다이러한 활동의 목표는 보다 생태적이고 공동체 중심의 생활방식을 향한 발전을 권장하려는 것이었다정치적경제적 집중화에 반대해야 할 긴급한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문화교류의 증진을 통한 국제적인 시각을 권장한다또한 자꾸만 좁아지는 전문화로부터 넓은 포괄적인 관점으로의 전환 — 고립된 현상이 아니라 관계와 맥락을 강조하는 접근방식 — 이 더 이상의 사회적환경적 파괴를 막는 데 필수적이라고 느낀다이러한 생각을 전달하기 위해 생태적 발전 센터건립생태적 개발 프로그램 보급워크숍과 세미나 개최교육과 출판유기농업 권장로컬푸드 운동과 같은 다양한 활동을 전개했다.

한 사회 복지의 진정한 지표는 국민총생산이 아니라 국민총행복이다.(부탄의 국왕)

 맺음말

이 책의 저자인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는 스웨덴 출신의 여성 학자이다동양언어학과의 학위논문을 쓰기 위해 방문한 라다크는 그의 생각과 가치관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라다크의 전통문화와 자급자족의 마을생활을 내부로부터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호지는 라다크 사람들의 거의 본능적인 생태적 지혜와 철학에 매료되어 장기체류를 결심하게 된다라다크 문화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자가 되면서 지금까지 자신이 별다른 의문 없이 받아들여 왔던 서구식 산업문명의 기본적 가치들을 뿌리부터 물어볼 수 있게 되었다.

호지는 화려하게 보이는 서구문명의 이면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를 솔직하게 드러내 보인다지난 수 세기 동안 서구문화가 주도해 온 일직선적인 진보관과 그에 기초한 과학기술 문명의 패권적 지배 밑에서 세계 전역의 토착문화들이 소멸을 강요당해왔고이 때문에 오늘날 인류사회의 장래가 극히 불투명하게 되었다.

이러한 산업문화의 한계를 인식한 저자는 그 해법을 라다크의 전통문화와 생활방식에서 찾고자 한다열악한 자연환경 속에서도 근본적으로 건강하고 평화로운 공동체를 유지하고내면적 평정을 누리며물질적으로도 크게 불편을 느끼지 않고 살아가는 라다크 사회에서 인류가 지향해야 할 오래된 미래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이 책은 우리나라가 겪어왔고 또 경험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도시화와 산업화가 이미 한계상황에 도달할 정도로 진행된 오늘날우리나라의 전통사회 속에는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 오래된 미래가 남아 있을까?

영풍마을을 지나 신풍마을로 이어지는 고갯길을 넘어가면서 이 화두가 온통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계속>

 

  

저작권자 © 영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