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웅 · 군서면 서구림리 · 전 조선대·광주교대 강사(문학박사) · 전 계간문학춘추 편집인·주간 · 전 전남문인협회 회장

 

자네말이야! 1 더하기 1은 얼만가

강의시간에 한 학생에게 던진 질문이다.

지명을 받은 학생은 한참을 어이없어 하더니 마지못해 대답했다.

2입니다

, 2

이제는 질문을 받은 학생 뿐 아니라 강의실에 앉아 있는 모든 학생들이 뜨악해 한다.

(뭐 저런 교수가 있어약간 돈 게 아니야.)

2니까 2지요.

말도 안 된다는 식으로 그 학생이 내 뱉었다.

여러분이 잘 아는 토마스 에디슨은 물방울 하나에 물방울 하나를 더하면 더 큰 물방울 하나가 된다고 우겼다지 않아요너무나도 당연한 것에 왜할 줄 아는 사람만이 대학생이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강의를 이어갔다.

1665년 어느 가을날 저녁영국의 한 골목에서 벌어진 이야기입니다휘영청 밝은 달빛 아래 한 폭의 수채화처럼 펼쳐진 그 골목길 옆에는 사과나무 밭이 있었는데잘 영근 사과가 간혹 하나 둘씩 뚝뚝 떨어졌지요그 골목길은 간선도로로 가는 목이었으므로 숱한 사람들이 지나갔더랍니다인생세파를 다 겪은 꼬부랑 할머니도 지나가고미모를 한껏 자랑하는 훤칠한 키의 처녀도 지나가고천진난만한 어린이공부에 찌든 학생 그리고 저명한 학자기술자노동자농군또 조폭 깡패나 백수도 지나갔지요하지만 그들 중 어느 누구도 왜사과가 떨어질까 곰곰이 생각해보는 사람은 없었습니다다만 한 소년이 사과 밭 옆에 쭈그리고 앉아서 왜 사과가 떨어질까?’를 궁금해 한 것입니다이 당연한 사실에 의문을 던진 소년은 이내 받쳐주는 것이 없으니 떨어질 수밖에 없구나를 알아차렸던 것입니다그때 사과나무 사이로 두둥실 떠 있던 보름달이 삐꼼 얼굴을 내비쳤습니다. ‘그렇다면 받쳐주는 것이 없는 저 달은 왜떨어지지 않는 것일까’ 곰곰이 생각하게 되고 그 순간 문득 사과나 달 모두가 지구의 인력의 아래 있지만달은 돌고 있기 때문에 떨어지지 않을 뿐이라는 생각이 스쳐간 것입니다우리 모두가 당연한 사실이라고 여기며 무관심한 이 평범한 사실에 의문을 던진 소년은 사과와 달에 동일한 법칙이 적용될 수 있으리라는 상상에 이른 것입니다. ‘그렇다면 태양의 모든 행성들에도 마찬가지로 동일한 법칙이 적용되지 않을까그래서 이들 모두에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법칙이 존재하지 않을까?’까지에 상상을 이끌어낸 소년은 마침내 사과의 떨어짐과 행성 운동이 다같이 만유인력의 법칙 안에 있음을 발견해내고 만 것입니다그 소년이 바로 아이작 뉴턴이 아니겠습니까

그제서야 학생들은 아 이것 봐라!’하는 눈빛으로 강의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렇듯 문학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려면먼저 당연한 것에 왜하며 골똘히 생각할 줄 아는그러면서도 자기 가치관이 뚜렷한 지성인이 되어야 한다왜냐하면 문학은 인간의 정신을 표현하는 한 형태로써 세계를 해석하는 인식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다시 말해 문학이란 궁극적으로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탐구하여 삶의 의미를 반추하게 하는 영역이며인간이 자기 자신을 드러내는 인간 정신의 형성과정이기 때문이다또 다른 어느 예술보다도 가치 지향적 성격이 강한체험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문학 감상도 마찬가지다문학 작품은 단순한 기교의 산물이 아니라 작가의 가치관이나 정서적 폭에서 나온 창작물이라고 할 수 있다그러므로 문학작품의 가치를 결정하는 심미적 기준을 기교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따라서 문학 감상은 작가의 기교와의 만남이 아니라그의 정신과 만남인 것이다정신적 깊이나 남다른 안목이 없는 단순한 기교는 철없는 어린 아이 손에 칼을 쥐어준 것과 같다 할 것이다.

그래서 문학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수준 높은 감상을 하기 위해서는문학적 기교를 익히기에 앞서 왕성한 정신활동을 펴는 지성인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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