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암 남산농원 박명준씨
김영란법 시행 3달...화훼농가 ‘직격탄’
일본 수출로 험난한 파고를 넘다

 

 

 

 

 

 

 

<사진1>국화·금어초 등 화훼산업을 선도하며 일본에 수출하고 있는 미암 남산농원에는 연중 많은 사람들이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 20135월 미암 남산농원을 방문했던 농촌진흥청 이양호 청장(사진 가운데)이 박명준 대표(사진 좌측)의 농장 현황에 대해 청취하고 있다.

 

<사진2>지난 2011년부터 시크릿 가든이라는 상표로 일본에 금어초, 국화, 후리지아 등을 수출하고 있는 남산농원 박명준 대표. 지난해 김영란법시행으로 많은 화훼농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일본 수출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고 있다.

 

꾸준한 수출로 고사위기 벗어나

 

지난해 928김영란법이 시행됐다. 부정청탁 등에 대해 처벌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든 이 법은 사회 다방면으로 큰 영향을 미쳤다. ‘김영란법시행 이후 관내 한우농가와 화훼농가들이 당초 우려 했던대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화훼의 경우 상당수가 선물용이어서 거래가 끊긴데다 저가 화훼 소비마저 위축돼 화훼 농가들이 고사 위기에 처해 있고, 관내 꽃가게들도 매출이 뚝 끊겨 울상이다.

 

지난달 27일 영암에서 유일하게 화훼농가로 성공한 미암면 남산농원(대표 박명준)을 찾았다.

남산농원은 화훼전문 농가로 대부분의 물량을 일본으로 수출하고 있다. 7천여 평에 달하는 광활한 하우스에는 12월부터 4월까지는 금어초, 5월부터는 국화가 재배되고 주로 일본으로 수출되고 있다. 내수는 전체 물량의 10%에 불과하다.

일본은 비교적 수출이 까다롭다. 그러나 박씨는 전체 물량 90% 가량을 일본에 수출하고 있다. 일본의 플라워 옥션공판장(FAJ)은 전 세계에서 9개국만이 수출을 하고 있을 정도로 규정이 매우 까다롭다. 그러다 보니 FAJ에 수출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품질 만큼은 인정받는다고 한다.

일본에서 남산농원의 꽃이 인정받기까지는 박씨 부부의 피땀어린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매일 밤 늦은 시간까지 하우스를 돌아보며 꽃들의 상태를 살펴보고 새벽시간에는 꽃을 포장하고 수출을 위한 작업을 한다. 잠자는 시간은 고작 3시간 남짓에 불과하다. 박씨 부부의 이런 바쁜 나날은 일년내내 지속된다.

최소 200박스 이상 수출해야 어느 정도 이윤을 남길 수 있지만 소비자와의 약속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킨다는 신념하에 소량의 주문이라도 정성껏 포장해 납품을 하고 있다. 이렇게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나간 덕분에 FAJ 관계자로부터 신뢰를 쌓을 수 있었으며 지금까지 별다른 어려움 없이 6년째 수출을 계속하고 있다.

박씨 부부의 이런 노력은 김영란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반 화훼농가들에 비해 그나마 타격을 줄일 수 있다는 데 위안이 되고 있다. 오히려 물량이 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가 대비 수출가는 약 10배 이상 높다. 여기서 운송료를 30%가량 제외하면 그래도 국내가 보다는 훨씬 높다. 일반 화훼농가들이 도산위기에 처해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큰 행운이 아닐 수 없다. 일찍이 수출에 눈을 떴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리고 뛰어난 제품생산과 신뢰를 쌓아왔던 노하우가 더해져 이룬 결과다.

박씨 부부는 꽃을 최대한 싱싱한 상태로 보내기 위해서도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금어초는 꽃잎이 약해 잘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이러한 단점을 해소하기 위해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자신만의 방법을 터득해 재배에 성공했다. 그래서 자신의 고유 브랜드인 시크릿가든의 금어초는 꽃을 흔들어도 꽃잎이 잘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우수한 품질을 자랑하며 일본상인들 사이에서 평판이 좋다. 또 꽃을 최대한 손상 없이 수출하기 위해 포장작업에도 남다른 노하우를 갖고 있다. 꽃이 손상되지 않도록 세워 만든 포장지를 별도로 제작해 사용하고 있다. 이렇게 수출된 물량이 연간 100만본 정도에 이른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5~8억 정도에 달한다.

 

2기작 중 여름국화 재배는 포기

 

박 씨의 이런 노력은 결코 헛되지 않아 지난 2011년 제52회 전국농업기술자대회에서 영암군에서는 처음으로 농업기술상 본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누렸다.

그러나 지난해 본격 시행에 들어간 김영란법은 박 씨에게도 적잖은 타격을 주고 있다. 국내소비가 전혀 안되고 있기 때문이다. 10% 가량은 국내소비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화훼산업이 직격탄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박 씨는 인사철이나 장례식 등 애경사가 있을 때마다 난·화분·화환 등 구매가 이어졌지만 청탁금지법 시행 후 아예 돌려보내거나 거절하는 사례가 속출해 화훼공판장에서 경매가 유찰되는 사례가 많아 결국 꽃을 폐기처분하고 있는 실정이다고 화훼업계의 어려운 사정을 전했다.

이로 인해 박씨는 농장에서 일하던 외국인 근로자를 모두 내보내고 부인하고 둘이서 거대한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중국산 수입이 늘어나고 김영란법으로 그나마 소비가 안돼 인건비도 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박 씨는 연간 2기작을 해야 하지만, 일본 수출용 겨울 재배만 하고 여름농사는 포기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즘 화훼농가들은 어려움이 무척 많다. 인건비와 유류대 등은 계속 올라가는데 국내소비는 김영란법으로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면서 이렇게 가다가는 일 년 안에 자영업자들도 줄줄이 문을 닫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문배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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