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석 홍 ·서호면 장천리 ·전 전남도지사 ·전 국가보훈처장관 ·왕인박사현창협회 회장
삼절(三絶)이라는 말이 있다. 절(絶)은 뛰어나다는 뜻을 갖고 있다. 따라서 세 가지 뛰어난 것이 삼절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먼저 시(詩)·서(書)·화(畵) 세 가지를 겸비한 문인화가를 삼절이라 한다. 문인사회에서 시·서·화 세 가지 요소가 융합된 상태를 이상적 경지로 보고 최상의 찬사로 삼절이라 불렀다. 조선조의 강희안·윤두서·신위·김정희 등이 여기에 속한다. 시·서·화에 능한 세종 때의 안견·최경, 중종 때의 강희안 세 사람을 삼절이라 부르기도 했다.
또한 한 지역의 뛰어난 인물과 사물 세 가지를 합해 삼절(三絶)이라 한다. 송도삼절(松都三絶)이 그 예이다. 개성의 명승지 박연폭포와 성리학자 화담 서경덕, 명기 황진이를 송도삼절이라 일컫는다. 같은 지역의 세 가지를 하나로 묶어 송도삼절이라고 부르니, 더욱 뛰어나 보이고, 개성에 가게 된다면 그 경관과 유적지를 둘러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박연폭포는 개성에 있는 폭포로서 경관이 수려하다. 금강산 구룡폭포, 설악산 대승폭포와 더불어 우리나라 3대 폭포 중 하나이다. 폭포 위에 있는 박연에 물이 담겼다가 폭포 아래 고모담에 떨어지는 폭포수는 장관이다. 개성을 방문한 사람들의 말을 들으면 가장 인기 있는 명소가 박연폭포 코스라고 한다.
서경덕은 개성출신의 성리학자이다. 조선 중종조의 독창적이며 사색적인 학자로서 평생 은둔생활을 하면서 학문에 몰두하여 주기철학의 대가가 되었다. 인격이 고결하고 학문이 깊어 존경을 한 몸에 받았다. 명기 황진이의 유혹에도 초연하여, 선비의 품위를 굳게 지킨 고고한 학자로서 이름을 떨쳤다.
황진이는 조선 중종조의 개성 명기로서 기명은 명월이다. 그는 한시와 시조, 서화, 가야금 등에 능하여 ‘청산리 벽계수야 수이 감을 자랑마라’ ‘동짓달 기나긴 밤을’ 등 시조는 우리 귀에 익숙하다. 서경덕을 사모하여 가까이 하였으나 그의 높은 인품에 매료되어 문하에 들어가 그를 존경하면서 시가와 풍류로 일생을 보냈다.
우리 영암도 이에 못지않은 뛰어난 세 가지를 가지고 있다. 빼어난 자연경관은 타고난 월출산, 일본에 논어와 천자문을 가지고 가서 문화융성의 기반을 닦은 왕인박사, 불교계의 큰 별로 전국 각처에 불교의 발자취를 남긴 도선국사가 바로 여기에 포함된다. 나는 자랑스런 이 세 사례를 영암삼절(靈巖三絶)이라 부르고자 한다.
월출산은 하늘이 내려 준 영산이다. 지상에서 우뚝 솟아올라, 금은빛 햇살 번뜩이는 바위봉우리들이 깃발을 높이 들고 하늘을 향하여 솟구쳐 오르는 듯한 형상은 장쾌하다. 경관이 빼어나 호남의 소금강이라 불리는 국립공원이다. 김시습도 그의 시에서 ‘호남 제일가는 그림속 같은 산에서 달이 뜬다’라고 읊고 있다. 봉우리 봉우리 골짝 골짝마다 특성이 있으며, 큰바위얼굴은 세계에서 가장 큰 바위얼굴로 알려져 있다. 신령스런 월출산의 정기를 받아 태어난 분이 바로 성기동의 왕인박사와 도선국사이다.
왕인박사는 성기동에서 학문을 연마하고, 일본 응신천황의 초청을 받아 405년 논어와 천자문을 가지고 일본에 건너가, 태자의 스승이 되었으며, 문자를 전하여 학문의 시조로 추앙을 받고 있다. 일본의 화가(和歌)인 난파진가(難波津歌)를 지어 가부(歌父)라 불리우며, 한자로 일본어를 나타내는 ‘만요가나’의 기초를 닦은 유학자로 전해진다. 일본을 만든 101인 가운데 맨 먼저 선정되는 빛나는 발자취를 남겼다. 왕인박사의 묘는 일본 오사카 히라카다시에 있으며 매년 11월 3일에 묘전제를 열어 그를 기리고 있다.
도선국사는 통일신라 흥덕왕 2년(827년) 성기동에서 태어나 일찍이 불가에 입문하여 혜철선사의 직계제자가 되어 선종을 배운 선승이다. 광양 백운산 옥룡사에서 독자적인 선불문을 개설하여 평생 선종 대가의 길을 걸었다. 통일신라 말 혼란기에 고려태조 왕건의 창업을 예언했던 경세의 통찰력을 가진 대승이었다. 풍수지리설의 원조로서 인문지리학의 제창자이기도 하다. 도갑사를 창건하였으며 전국 각처의 사찰에 도선국사의 오랜 발자취가 많이 남아 있다. 72세로 옥룡사에서 입적하였다.
영암의 삼절, 이는 다른 삼절과는 달리 儒(왕인박사) 佛(도선국사) 仙(월출산)의 결합이라 할 수 있다. 이 삼절을 영암의 상징으로 승화시켜 우리 영암의 군격을 보다 드높이고 문화관광자원으로 더욱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