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의 송/학산면 광암마을/전 농협중앙회 신용대표/전 농민신문사 사장/한일농업농촌연구소 공동대표
“이것이 나라냐?”요즘 수많은 민초들 사이에 회자되고 있는 말이다. 120년 전에도 청나라와 일본 사이에서 조선왕조의 혼란상을 보고 농민봉기를 이끈 전봉준 장군과 농민들의 심정도 같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말 없는 일반 서민들은 이 말을 읎조리며 허망하고 허탈해 한다. 그래서 “나라 없는 나라”라는 소설책이 불티나게 팔린다고 한다.
지금 이 시점에서 냉철하게 판단하고 다시는 이런 혼란상이 반복되지 않도록 외양간을 고치는 것도 우리 민초들의 몫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원인과 해법은 없는지? 무엇이 문제인지? 생각해 보자는 뜻이다.
첫 번째가 신뢰(信瀨)의 붕괴 문제다. 도산 안창호 선생은 일제에 저항하며 독립운동을 하면서 거짓 없는 국가를 만드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었다. 경제적으로 부유한 나라나, 군사적으로 강한 나라가 아니라 거짓 없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조선민족은 정직하지 못하고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서 독립국가가 될 수 없는 민족이라고 평가절하 했던 것이다. 일제시대 평양에서 교장을 지냈던 한 분은 일본이 폐망하고 철수한 후 제자가 국회의장이 되었다. 그 대한민국의 국회의장에게 “거짓 없는 국가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문을 했다고 한다. 거짓이 국가사회를 좀먹는 병폐라고 그들이 판단했기 때문이다.
무신불립(無信不立)라고 하지 않는가. 논어에 나오는 이야기다. 식량보다, 군대보다, 민중의 신뢰가 더 중요하다는 논리다. 국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먹는 것과 경제력, 군사력 보다는 지도자에 대한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우리사회는 어떤가. 최고지도자는 거짓말쟁이로 전락했고 지도층 엘리트 집단은 사리사욕에 빠진 것 아닌가?
이를 다시 가정에서부터 가정교육과 학교교육은 물론 사회에서도 정직이 통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에 최우선 순위에 두어야 한다.
두 번째는 시스템의 붕괴 문제다. 사회의 모든 제도는 감시 감독하는 기구가 있고 안전장치가 있다. 천재지변 같은 재앙도 미리 안전과 보완장치가 있다. 즉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보완시스템이 작동한다. 이번 국정혼란의 문제는 시스템이 그렇게 무너져버린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찾아야 한다. 직권남용인지? 직무유기인지? 국가예산을 얼마큼 낭비했는지? 보다는 왜 보완시스템이 작동하지 못했는지? 그 원인을 밝히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속담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있다. 소를 잃었으면 이제는 확실하게 소를 잃지 않는 수단과 방책을 만들어야 같은 사고가 반복되지 않는다.
일명 SKY대학을 나오고, 고시합격을 하고, 국가의 세금으로 외국에 유학가서 공부하고 돌아온 공직자와 지도층이 왜 이렇게 허무하게 무너졌는지? 그 원인을 찾아내야 한다. 그 많은 서슬퍼런 감사원, 경찰조직, 국정원, 검찰조직, 기무부대 등 감찰 정보기관은 어디서 무얼했는가 철저히 파헤쳐야 한다. 최순실이 사리사욕을 추구해서 그만이라도 다행(?)이지, 만에 하나라도 적국의 스파이가 최순실을 조종했다면 국가의 안보는 어떻게 되었을까? 끔찍하기만 하다.
필자는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건전한 시민으로 불리고 싶다. 세월호 문제도 이제 그만 떠들지 말고 덥고 가자고 한다. 통절한 반성과 원인분석이 없으니 매번 비슷한 세계 토픽감의 뉴스가 반복된다는 것이다. 현명한 국민은 역사에서 배운다고 한다. 이번 국정혼란을 거울삼아 지도자 한 사람보다는 시스템이 작동하는 국가사회가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세 번째는 지식인이 몰락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유교국가다. 유교국가는 기본적으로 도덕성을 가장 중요시한다. 특히 지도층과 지식인의 도덕성과 윤리의식이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그래서 시대의 변화를 예견하고 문제를 발견하여 국가의 방향을 제시하고 리드해가는 것이 그들의 임무가 아닌가? 권력과 명예를 가졌는데 왜 재물까지도 가져야 하는가? 수백억 원의 금전이 어디에 필요해서 그렇게 눈이 멀어있는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일본의 지인 중 국회 농수산위원장을 하고 있는 분이 있다. 작년에 일본 여행 중 연락을 받고 그 분의 집에 초청받아 하루 밤을 묵은 적이 있다. 동경의 동쪽 치바현의 농촌지역에 대지 20 평에 건평 35평 정도 2층 주택이다. 1층에 방 1개와 부엌이 있고 2층은 방 2개가 있다. 유명대학을 나와 농협의 CEO를 했다. 정년후 고향 농협의 조합장 자리를 비워두고 맡아주도록 조합원이 요청했으나 농협 전체조직의 요구로 국회의원이 되었다. 농민을 위한 농정활동의 전문정치인으로 변신했다. 지도층이 검소하게 사는 것은 자기는 명예를 가졌으니 재력은 없어도 된다는 사고방식이다.
우리나라는 사상 유례없는 경제발전을 이루었다. “많은 나라가 선진국 바로 문 앞에서 주저앉고 만 것은 국민의식 전환의 실패 때문이다”(사이먼쿠즈네츠). 어느 시대이든 역사의 동력은 국민의식의 전환에서 찾는다. 이것이 나라냐? 는 외침이 우리나라 역사에서 다시는 나오지 않도록 하는 그 동력은 다름 아닌 오늘의 지식인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