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영오/영암읍 장암리/전 청주대 한문교육과 교수/전 동덕여대 인문대학장/동덕여대 명예교수

 

우리는 모든 걸 꽉 붙들고 있기만 하면 잘 사는 줄 안다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내려 놓아야 행복해 질 수 있다생명 말고 다 내려 놓아야 행복해 진다지금 가지고 있는 것이 돈이 되었건 권력이 되었건 명예가 되었건 다 내려 놓아야 잘 살 수 있다진정 내려 놓지 못할 형편 이라면 소유를 극소화해야 한다.

오늘날 우리 사회 현실이 저리 소란스러운 것은 집착이 빚어낸 결과다권력을 잡은 자는 더욱 더 강고한 권력 보지를 위해 용을 쓰고 돈을 신으로 아는 자들은 더 많은 것을 차지하려고 발버둥을 친다종교인 학자들까지도 집착에 집착을 더 보탠다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제몫을 늘리기 위해 피 터지게 싸운다개꼬리는 개꼬리를 불러 들인다는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한숨이 나온다.

나는 한 때 등산을 여간 좋아해서 매 주말마다 집을 나서곤 했다저명한 등산가 죤·말로리의 거기에 그것이 있으니까라는 명언의 의미도 채 이해하지 못한 주제에 고삐풀린 망아지 처럼 산야를 누비곤 한 것이 내 젊은 시절 주말의 동선 목록이였다죽을 고비도 몇 차례 넘기기도 했다

등산시 필수품 중의 하나는 석유버너다당시 고가였던 스웨덴제 옵티무스(?)는 등산인들에겐 인기가 대단했다나는 집사람에게 온갖 아부를 다해 이를 마련할 수 있었다이를 손에 넣자 나는 매주 토요일만 되면 만져보기도 하고 표피 등의 부위를 반질반질하게 닦아내기도 하면서 손질을 해대곤 했다이런 나를 두고 집사람은 우스개 소리로 애인보다도 아끼네요하면서 나를 놀리곤 했다.

어느 가을날 주말 나는 이 버너를 등산가방에 넣고 의기도 양양하게 친구와 함께 마니산에 올랐었다최초로 그 버너를 사용해 점심을 지어 먹은 뒤 산행을 계속키 위해 짐을 꾸리는데 버너의 부품 중 가장 중요한 에어 조종나사가 없는 게 아닌가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나는 이 부속품을 찾기 위해 친구와 함께 취사장 주변 구석구석을 뒤지기 시작했다그러나 그 부속품은 어디에도 없었다그렇게 찾기를 얼마나 계속 했을까그런데 친구가 꼭 쥔 내 왼쪽 주먹을 가리키면서 지금 네 주먹속에 쥐고 있지 않아하고 외치는 것이였다신기하게도 그 나사는 내 왼손 주먹안에 꼭 쥐어져 있었다안도의 한숨이 푹 쉬어졌다나는 내 손안에 그 나사를 꼭 쥔 채 풀섶 사이를 돌들의 틈새를 그렇게 뒤지다니 내 자신이 한심스러웠다.

그래 지나친 집착은 손안에 꼭 쥐고 있는 것 마져도 없는 것으로 착각했구나.

동남 아시아의 숲속에 사는 어떤 류의 원숭이는 바나나를 워낙 좋아해서 바나나만 만나면 자신의 생명도 개의치 않는단다그래서 원주민들은 이 원숭이의 이런 습성을 이용해서 원숭이를 잡아 식용키 위해 사냥하곤 하는데 원숭이가 주먹을 펴면 들어갈 수 있고 주먹을 쥐면 나오지 못할 만큼을 대나무 주머니의 입구를 만든 뒤 그 주머니안에 바나나 송이를 넣어 놓는단다이를 발견한 원숭이는 광주리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바나나를 한꺼번에 차지할 양으로 주먹을 곽 움켜쥔 채 주먹을 빼내려고 애를 쓴다그러나 좁은 입구 때문에 주먹은 빠지지 못하고 그렇게 몸부림치는 사이에 원숭이는 그만 원주민에게 잡히고 죽임을 당하고 만다한 개만 쥐고 꺼내면 되는 것을...모두를 한꺼번에 차지할 양으로 꽉 움켜쥔 주먹 펴지 못해 원주민의 먹거리가 되고 마는 원숭이.

해서 당나라 때 고승 조주고불(趙州古佛)은 인생 고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번뇌의 늪에 빠져 허덕이는 제자를 향해 방하착(放下着)하라고 일갈대성 꾸짖었던 것이리라.

집착에 휘둘러 이제껏 살아온 나의 삶이여더 먹기 위해 죽음의 노크를 인지하지 못한 원숭이의 집착이여집착이여집착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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