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왕인 문해학교는
왕인문해학교는 사회·경제적인 이유로 교육 적령기에 교육기회를 놓친 어르신들에게 한글과 셈, 그리기, 종이접기 등과 함께 건강증진 목적의 프로그램을 접목해 마을 경로당과 회관 등으로 문해교육사가 직접 찾아가 평생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영암군의 교육복지 차원의 핵심 프로그램이다.
문해학교 탄생의 사회적 배경은 헌법에 규정된 평생교육의 진흥에 관한 국가의 책무를 완수하기 위해 1982년 제정된 사회교육법을 토대로 1999년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평생교육시설의 설치, 평생교육사의 양성, 평생교육 프로그램 개발 및 평생교육기관에 대한 경비보조 등의 방법으로 모든 국민에게 평생학습의 기회가 부여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평생교육 보장을 위한 ‘평생교육법’이 마련된 이후로 볼 수 있다.
영암은 2007년 말 평생학습도시로 선정되면서 어르신 문해학교 설립에 대한 계획을 마련하고 2008년에는 영암왕인문해학교의 첫문을 열고 올해 9기까지 총 8,300여명의 수료생을 배출했다. 제9기 왕인문해학교는 2015년 12월부터 2016년 9월까지 총 10개월간 운영되었으며 58개교실 923명이 입학해 55개 교실(마을 단위, 요양원과 주간 요양보호소), 667명의 수료생이 나왔다.

왕인문해학교의 특이한 점은 민선4기 김일태 군수 시절부터 민선 6기 전동평 군수까지 주요 복지 사업의 하나로 꾸준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며 영암군이 노인 대상의 복지행정 분야에서 우수기관으로 자리잡은 데에는 왕인문해학교, 왕인대학, 찾아가는 노인대학 등이 큰 역할을 했다.

왕인문해학교는 어르신들의 배움에 대한 열망을 채워주고 나아가 문자를 통해 세상과 세대간 단절감을 완화시켜주는 역할을 해왔다. 또 단순히 글을 배운다는 것에서 벗어나 어르신들의 모임을 바탕으로 마을 커뮤니티를 생성하여 집에서 싸온 먹거리를 나눠먹으며 마을의 단합과 화합에도 이바지했다. 정신과 육체의 건강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접목했으며 터미널에서 버스승차권 사는 법, 은행자동화기기 사용법, 관공서 서류 떼기 등 실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학습도 실시해 일상적으로 겪는 불편함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문해지도사들의 열정적인 가르침

현재 어르신들을 가르치는 문해지도사들은 전문대졸 이상의 학력을 갖춘 영암 지역민으로 구성됐으며 각 읍면별로 55명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교통비 등 실비만 지원받으며 자원봉사하고 있다. 2인 1조로 수업을 진행하며 한 사람은 교사의 역할을 하고 한 사람은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어르신 곁에서 1대1로 도움을 준다.

이들 문해지도사들은 어르신들을 더욱 잘 지도하기 위해 다재다능한 면모를 갖추고 있다. 글공부만 하다가는 어르신들이 지루해 하고 학습효과도 떨어지는 데 이 때에는 좋은 글과 시를 어르신들에게 들려주고 가요 부르기를 하며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며 함께한다. 또한 종이접기, 부채만들기 등 기본적인 공예 기술을 갖추고 있어 다양한 과목을 두루 가르치고 있다.

이러한 수업의 성과는 봄에 열리는 영암왕인문화축제에서 부스에 진열해 관람객들의 시선을 모으고 있으며 전국적인 성인문해학교 대상의 대회에서도 좋은 결실을 거두고 있다.

2014년 9월 세계문해의 달을 맞아 교육부가 주최한 ‘2014 전국 성인문해교육 시화전’에서는 서춘자 어르신이 ‘글자 품은 호맹이’로 우수상인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사무총장상을 수상했다. 2015년 9월 대한민국 문해의 달을 맞아 개최된 ‘2015 전국 성인문해교육 시화전’에서는 오옥선 어르신이 ‘망태기에 담은 꿈’으로 최우수상인 교육부장관상을 수상했다. 이외에도 곡성군에서 열린 2015년 전남성인문해교육 골든벨 대회에서도 2등과 4등자를 배출했다.
2015년 왕인문해학교는 외부 기관인 영암신문과 공동으로 어르신NIE교실을 진행했다. 문해지도사들도 NIE 교사와 전문교수가 강사로 나선 강의를 듣고 교육 개념과 방법을 배우고 서서히 어르신들에게 교육을 실시했다. 당시 중앙지와 지방지 등의 여러 신문이 어르신들에게 제공돼 시사적인 내용과 이슈를 다루며 세상바라보기를 시도했다.

전성원 문해지도사는 “휴대폰 메시지 보내기는 정규 과정은 아니지만 한 어르신에게 가르쳐 드렸는데 생애 첫 메시지는 자신이 만든 작품 이미지와 함께 글을 손자에게 보냈고 이를 받은 손자는 깜짝 놀라며 반가워했다”고 하며 “또 한 어르신은 부녀회와 생활개선회 등의 사회단체 활동을 하며 회장직도 맡은 적이 있었는데 글을 잘 몰라 고생했고 주변에서 회장 연임을 부탁했어도 자신이 없어 이를 거절한 적이 있었는데 글을 배우고 나서 더욱 자신감있게 살고 있다”며 문해교육사에 고마움을 전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르신들은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세계가 한글을 통해 보이니 신기하고 즐겁다고 한다”며 “어르신들에게 새로운 다양한 것을 가르쳐드리고 조금씩 글을 깨우쳐가는 모습을 볼 때 문해지도사라는 봉사자로써 기쁨과 행복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왕인문해학교에 대해 영암군은 학습재료 등의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영암군보건소에서도 어르신들의 건강체크와 건강체조 강습, 간식 제공, 지역 기업체들도 노트와 스키치 북 등을 지원해 원활한 수업이 가능토록 도왔다.

 

왕인문해학교는 변화한다

지자체, 기업체, 민간 봉사자 자원 등이 결합해 무려 10여년동안 변함없이 해온 영암의 왕인문해학교는 우리나라 평생교육의 모델로 자리를 잡고 있다. 인근 해남 등의 시군 지역 문해지도사들도 우리 군을 찾아 수업을 참관하고 실습하고 있다.

전성원 문해지도사는 “작년 전남평생교육원 교원연수과정에서 멘토로 참가하면서 왕인문해교실을 많이 알렸다”면서 “타 시군 문해교육사들도 영암이 다양하고 질좋은 교육을 하는 곳으로 정평이 나 있다”고 말했다.

왕인문해학교는 앞으로도 문해지도사 역량강화와 함께 어르신들의 교육에 더욱 다양한 분야를 접목해 나가며, 특히 지역의 문화예술단체와의 협력을 통해 문예를 향유하고 배울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할 계획이다.

 

김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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