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창회 모임을 마치고 나서-
전동렬(재경 구림초 52회 동창회 총무)

자신의 인생을 잊은 채 앞만 바라보고 달려온 우리의 삶. 유행가처럼 주고받는 우리 인생 100세 인생이련가. 아니 지금 30~40대에 해당하는 말이 아니겠는가?

벌써 인생의 이력서에 흰머리와 주름살로 빈칸 없이 한 칸 한 칸 채워가는 삶이 아니겠는가?

회갑을 눈앞에 남겨 놓은 채 지나온 세월을 되돌아보면 아른거리는 추억의 향수들이 짙게 물들어가는 세월이었나 봐. 친구들아. 조석으로 제법 차가운 기운이 살갗을 어루만지고 지나가는 것을 보니 가을이 왔나 봐. 하지만 60이란 숫자가 이 가을을 쓸쓸하게 하는 것 같네.

우리 인생 80이라고 한다면 낭만적인 이 가을도 20번 정도 맞이하겠지. 남은 인생 짧다고 하면 짧고, 길다고 하면 긴 인생이 아니겠는가.

우리는 휴일 공휴일 년차 월차 쉬어 가지만 세월은 휴일과 년차 월차도 없이 밤낮 흘러가는구려. 붙들어 잡아 묶을 수만 있다면 팬티 고무줄이라도 끊어서 붙들어 매고 싶지만 어찌 그리할 수 있겠는가? 우리가 자식들 뒷바라지 하고 지나온 세월, 무릎관절 아프고 허리 아프고 말없이 흐르는 세월 속에 어찌 아픔이 없겠는가. 하지만 우리가 나이 먹고 얘들 키우고 보니 우리 부모님 마음을 헤아릴 때 어찌 아픔이라 할 수 있을까,

그동안 향수를 같이하며 오늘 이 자리까지 함께 해준 친구들 반갑고 고맙다. 친구들아, 이제 뭐가 그리 중요하는가. 건강한 모습으로 이렇게 추억의 잔을 함께 나누며 고향의 봄을 이렇게 부를 수 있다는 것도 행복이 아닐런지...소중한 마음과 가슴으로 전해오는 우리들의 오늘 이 소중한 시간들을 또한 페이지의 아름다운 추억을 담아 가는가봐.

52년 전 왼쪽 가슴에 손수건을 달고 처음 만나 인연이 된 후 여기까지 왔구나. 친구들아 건강하게 그리고 즐겁게 살자꾸나. 80세에 날 잡으러 오거든 동창회에서 친구들 만나야 하기 때문에 못 간다고 전해라... 90세에 날 잡으러 오거든 친구들과 먹다 남은 막걸리가 남아서 못 간다고 전해라. 100세에 날잡으러 오거든 동창회비가 남아서 막걸리 한잔 더 하고 갈려니까 재촉하지 말라고 전해라...

 

 

저작권자 © 영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