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농촌에 대한 현 정부의 정책은 융·복합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6차산업화를 꼽을 수 있다.

6차산업이란 1차산업의 농림수산업, 2차산업의 제조·가공업, 3차산업의 서비스업을 복합한 산업이다. 농산물을 생산만 하던 농가가 고부가가치 상품을 가공하고 향토자원을 이용해 체험프로그램 등 서비스업으로 확대시켜 높은 부가가치를 발생시키는 산업을 말한다.

6차산업화의 한계는 농촌고령화와 인적자원 부족, 농민 1인이 생산·가공·경영·마케팅 등 모든 일을 해결해야 하는 점 등이다. 그래서 농촌 청년층과 사회 각 분야에서 많은 경험을 쌓은 귀농인을 중심으로 하는 조합형식의 창농(농업기반 창업)으로 변화하고 있다.

본지는 창농으로 고소득을 올리는 전국의 스타농업인과 조합을 찾아 성공 노하우를 전수하고자 한다.<편집자 주>

 

1인의 농업에서 조합의 농업경영 방식으로

 

지역농업 한계 지역특성 활용해 극복

협동조합 조직으로 사업 아이템 발굴

 

경상북도 예천에서 만난 박덕근 대표

예천은 인구 44천여 명이 거주하며 낙동강 중상류에 위치하고 산악이 많은 지역이다. 농업으로는 평균 기온이 15~18의 비교적 서늘한 기후로서 사과를 주로 재배해왔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인해 사과 산지가 북쪽과 고지대로 옮겨가면서 기존의 과수원은 밭과 논으로 개간되고 있다.

이러한 지리·환경적인 요인은 사과농업 사양화와 함께 맞물려 벼와 밭작물에 의존하는 중소농업이 주를 이루게 됐다.

박덕근(42·예천군 지보면) 예천자연사랑농원 대표는 연세대 법대를 다녔고 이후 사법고시 2차에서만 여러 번의 고배를 마시며 서울생활을 접고 5년 전 귀농했다. 그의 아버지는 예천에서 66(2만여평)의 사과 과수원을 가진 부농이었지만 고령과 함께 사과농업의 사양화로 어려운 상황이었다.

박 대표는 예천의 사과농업 사양화를 누구도 예상하지 못하고 농가도 한 평생 과수원만 바라보고 있다가 결국 과수원은 논과 밭으로 바뀌게 됐다농업의 변화와 흐름을 예측하고 고소득을 올리기 위해서는 지역의 특성을 바탕으로 연구하고 아이템을 발굴해 사업화하는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자신 같은 사람이 농촌에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귀농 1년차부터 과수원에 호두와 참깨를 재배하며 여러 번의 농사 실패를 겪은 박 대표는 경북대와 안동대의 농업학교를 오가며 배운 6차산업을 바탕으로 예천자연사랑농원을 설립하고 안동생물자원연구소 권중배 박사의 약도라지에 관한 정보를 접하면서 약도라지를 재배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약도라지가 예천의 토질에 잘 맞고 일반 도라지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크고 뿌리가 많으며 사포닌 성분이 일반 도라지보다 3배 높아 소비자의 호평을 받으며 농원이 자리잡는 계기를 마련했다. 더불어 예부터 예천이 자랑하는 깨를 활용해 기름을 추출하여 판매하고 있다.

 

귀농인 모임과 정보 공유가 사업의 원동력

박덕근 대표는 귀농 당시 여러 번의 실패를 경험했는데 이는 정보 부족과 농삿일에만 몰두했기 때문이었다고 평했다. , 자신 한 명이 주요 작물을 선택하고 육체적으로 가장 힘든 농업생산에 80%, 가공에 10%, 판매에 10%의 노동력을 소모하면서 소득은 기대에 못 미치는 상황이었다.

특히 밭작물은 기계화도 어려워 구시대 농업을 답습하는 수준이어서 어떻게 하면 덜 고생하고 산악지대의 좁은 농지에서 더 많은 소득을 올릴 수 있느냐는 것이 그의 고민이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 준 것이 약도라지이고 더불어 인터넷과 SNS, 약재시장 등의 판매망이었다. 박 대표는 2014년 가공장 앞 밭 13(39백여 평)에서 생산된 약도라지를 뿌리 당 20만원에 백화점, 약령시장, 인터넷을 통해 전량 판매해 억대의 매출을 달성했으며 각종 매체의 주목을 받았다.

박 대표는 약도라지의 성공으로 목표 소득을 이뤘지만 이도 3~5년이면 오가피나 오미자처럼 사양길로 들어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래서 그와 함께하는 젊은 귀농인들과 함께 새농부들이란 협동조합을 창립하고 새로운 사업 아이템 발굴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새농부들협동조합은 농산물 직거래, 로컬푸드 등의 사업을 해오고 있으며 올해에는 곤충산업에 뛰어들었다. 한 조합원의 아이템 제공도 있었지만 예천군이 원래 1997년부터 곤충산업을 육성해오고 있어 각종 지원혜택도 좋았다. 각 조합원의 땅에 10여 곳의 사육장을 지었고 올해 730~815일까지 열리는 예천 세계곤충엑스포에 참가해 곤충 추출물인 프로틴을 첨가한 아이스크림, 곤충 단백질과 분말을 넣은 빵을 내놓았다.

박 대표는 인접 도시인 안동시에 경북도청 이전, 틈새시장인 식용곤충 시장의 진입 용이성과 시장선점, 곤충 추출물의 고 활용성 등을 분석해 보니 사업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경북도청 신도시의 인구가 3~5만명으로 추산될 경우 농업과 곤충체험 관광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 식용곤충 시장은 아직 초기지만 일부 매니아층, 건강에 관심 많은 소비층이 있어 시장 확실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 대표와 새농부들조합원은 사회 각 분야에서 여러 지식과 경험을 쌓은 것이 농업 경영 활동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한다. 생산, 가공, 회계, 판매, 홍보마케팅 등의 경영활동에 동참해 일을 분담해 혼자일 때보다는 사업추진의 규모화와 다각화가 가능해졌다.

박 대표는 농산업 창업에서 성공하려면 가장 크게 시장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상인의 마인드를 가져야 하고 농업생산에 10%, 가공에 20%, 판매에 70%의 노력을 쏟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면서 경영 구조도 농업에 뜻이 있는 여러 사람이 협업하는 시스템으로 가야 사업 지속성과 안정성이 유지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진혁 기자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 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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