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6·25 제54주년에 부쳐-

 

노블리스 오블리제란 말은 라틴어로서 사회 고위층 인사에게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무로써 이 노블리스 오블리제는 초기 로마시대에 왕과 귀족들이 보여준 투철한 도덕의식과 솔선수범하는 공공정신에서 비롯되었다. 초기 로마사회에서는 사회고위층의 공공봉사와 기부 헌납 등의 전통이 강했고 이러한 행위는 의무인 동시에 명예로 인식되면서 자발적이고 경쟁적으로 이루어졌다. 특히 귀족 등의 고위층이 전쟁에 참여하는 전통은 더욱 확고하였다.

따라서 로마 건국 이후 500년 동안 원로원에서 귀족이 차지하는 비중이 15분의 1로 급격히 줄어든 것도 계속되는 전투 속에서 귀족들이 많이 희생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귀족층의 솔선수범과 희생의 힘으로 말미암아 로마는 고대 세계의 맹주로 자리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천년의 영화를 누리다 보니 해이해져 힘든 국방의 의무가 싫어서 돈을 주고 용병들을 고용하여 국방을 담당하였고 마침내 용병대장 오도아케르에 의하여 로마는 멸망하고 만다. 역사의 필연이라고 할까?

로마는 한국과 유사하다. 반도도 그렇고 지하자원이 별로 없는 농업국에서도 그렇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조국 대한민국의 Noblesse oblige는 어떠한가?

고구려, 백제, 신라의 삼국시대는 물론이고 통일시대, 고려 때까지만 해도 호족들이 자신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차원에서도 잘 지켜져 왔으나 조선시대 정도전 경국대전 양반시대 병역과 납세 부역의 의무를 면해줌으로써 노블리스 오블리제는 무너지고 말았다.

전쟁이 일어나면 무과에 급제한 장군과 관군이 한번도 끝까지 백성들을 외적의 침입으로부터 보호하지 못하여 항상 의병들이 일어나 국난을 극복하였고 또한 무인을 천시하는 사회풍조가 지속되어 이 결과로 병자호란과 임진왜란 한일합방에 이어져 6.25전쟁에 이른다.

미국을 비롯한 참전국의 지도층 자제들이 자원하여 이국땅 한국에서 전사하고 부상당할 때 진정 이 땅의 지도자들의 자녀들은 어떤 사유든 합법을 가장하여 병역을 기피함으로써 상층집단의 약 40%가 병역면제를 세습화하였다. 실로 있을 수 없는 부끄러운 일이다. 그들이 오늘날 대한민국의 상층지도층이 되어 보훈정책을 실시하고 있으니 호국보훈에 대한 열정이 얼마나 있겠는가? 심히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국방의 신성한 의무보다는 자신의 안정을 우선하며 국가의 소중함과 사회공동체의 중요성을 외면하다가는 지난 시대의 나라 잃은 아픔이 다시 찾아오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을 것이다. 따라서 노블리스(명예)만 있고 오블리제(의무)가 없는 국가의 미래는 결코 밝다고 할 수 없음을 촉구한다. 늦은 감이 없진 않지만 이제 우리도 지혜를 모아 다시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불씨를 되살리자. 노블리스 오블리제와 호국정신은 올바른 보훈정책에서 성장한다. 하루빨리 현재 열악한 보훈예산을 국가예산 중 1.76%에서 우리 경제수준에 맞는 3%로 증액하여 700만 호국용사에게 그에 합당한 예우와 보상을 해 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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