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존중 ‘농약안전보관함’ 선물 들고 고향 찾아
은퇴 후 마당발 인맥으로 제2인생 알차게 일궈가 사외이사·사무국장 등 한때 직함만 34개 ‘마당발’

 

 

 

 

 

 

지난 510일 군서면 평리마을에서 농약안전보관함을 전동평 군수와 마을대표에게 전달하고 있는 유석쟁 전무(왼쪽에서 세 번째).

공익재단서 복지 전도사로

지난 510일 오전 11시 가랑비가 내리는 가운데 군서면 도갑리 평리마을에서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올해 처음으로 영암군민들에게 농약안전보관함이 무료로 지원되기까지는 군서출신 생명보험재단 유석쟁 전무(62·사진)의 역할이 있었다. 이날 농약안전보관함을 전달하고 마을주민들에게 푸짐한 음식을 마련해 대접한 유 전무는 군서면 양장리가 고향이다. 보험업계에 몸담아 오다 은퇴한 뒤 2모작 인생을 꾸려가고 있는 유 전무가 큰 선물 보따리를 들고 이날 고향 어르신을 찾아 뵌 것이다.

 

자신의 경험과 인맥을 활용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제2의 인생을 멋지게 살아야 합니다.”

교보생명 계열인 교보보험심사 대표직을 마치고 지난해 1월초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상임이사(전무)로 취임해 눈코뜰새 없이 바쁜 유 전무는 은퇴를 맞는 사람들도 의기소침해 있지만 말고 더 바쁘게 살 생각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재 그가 몸담고 있는 생명보험재단은 삼성생명, 교보생명 등 국내 18개의 생명보험회사들이 출연한 재원으로 설립됐으며, 자살예방 지원을 위해 긴급 상담전화 설치, 청소년 자살예방사업 지원, 어린이집 건립과 운용, 고위험 임산부 의료비 지원 등 여러 사업을 벌이고 있다.

그는 재단 상임이사로 부임하고 보니 생보사들이 이렇게 좋은 일을 하고 있는데 국민들에게 아직 많이 알고 있지 못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재단의 일도 알리고 재단 직원들도 만족시켜주는 일을 3년 동안 열심히 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전형적인 자수성가형 인물

그가 교보보험심사 대표를 끝으로 회사에서 은퇴한 것은 지난 2009년이다. 그는 회사를 나왔지만 더 많은 일로 바쁜 하루를 보냈다. 그도 그럴것이 그가 지난해까지 들고 다녔던 명함은 무려 11. 직함 수가 무려 34개에 이른다. 진주 유씨 중앙종친회 이사, 재경 영암군향우회 이사, 군서남초동문회 사무국장, 구림중동문회 사무국장, 청원중고(옛 동대문상고) 총동창회 사무국장, 서울교대 출사회 사무국장, 건국대 행정학과 사무국장 등등. 지금은 재단업무에 매진하기 위해 많은 걸 내려놓았지만 직함에서 그의 일대기를 엿볼 수 있다. 그는 군서면 양장리 시골서 자란 전형적인 자수성가형 인물이다. 군서남초등학교와 구림중학교를 거쳐 서울의 형님 집에 올라와 동대문상고와 서울교대를 마쳤다. 그리고, 8년간 초등학교 교사생활을 하면서 건국대 행정학과에 편입, 야간수업을 받으며 자신의 꿈인 4년제 대학공부도 끝냈다. 이후 대졸공채 기준에 턱걸이 하는 꽉찬 나이로 교보생명에 신입사원으로 입사, 본격적인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영업소 총무로 시작해 주임, 영업소장, 과장, 부장, 팀장, 상무, 지역본부장 등 회사의 본사와 현장을 거치며 웬만한 보직을 다 거쳤다. 지점장을 5군데나 돌았고, 지역본부장으론 3군데나 총괄했다. 그리고 신입사원으로 시작한지 20여년 만에 계열사 사장 자리에 올라 교보보험심사 CEO5년을 지냈다. 그의 이름도 독특하다. 그는 이름에 이 들어가는 건 내가 유일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한문서당 훈장을 했던 외할아버지가 지어주신 이름인데 그 뜻을 일러주시지 않고 돌아가셨어요. 그 뜻을 찾아내는 것이 내 삶의 임무 중 하나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대학원 등에 개설되는 CEO과정만 고려대, 서강대, 전경련, 순천향대, 건국대, 한국체대, 한국종합예술학교 등 7군데를 다녔다. CEO과정을 7번이나 다닌 덕인지 3년간 한양대에서 문화예술 CEO과정 주임교수로도 강단에 섰다. 두터운 인맥, 즐겁고 바쁜 하루

요즘도 그는 각 단체 사무국장과 CEO과정들을 통해 쌓은 인맥을 힘으로 바쁘고 즐겁게 하루를 보낸다. “어느 신문인가 총리 후보자에 대한 기사에 형님만 800, 마당발이란 제목을 달렸더군요. 그래서 저도 제가 형님이라 부르는 이들을 세어봤는데 1500명이 넘더군요.”그는 교보보험심사 대표를 물러나면서, 은퇴 후 지켜야 할 5가지 원칙을 세웠다. 은퇴 전에는 이런 저런 이유들로 잘 실행하지 못했던 것들이다. 그의 5원칙은 나누고, 베풀고, 봉사하고, 희생하고, 양보하며 살자는 것이다.

그래서 은퇴 후에도 회사 대표를 할 때보다 더 빽빽한 스케줄을 소화하는 탓에 매일 집에는 자정이 넘어서야 들어갔다. 집안 일에는 소홀할 수밖에 없지만 다행이 아내가 적극적으로 이해하고 도와준다. 시간 날 때마다 아파트 지하의 헬스장을 이용하고, 주중엔 비즈니스 골프로, 주말엔 등산으로 건강을 챙긴다. 그의 오랜 회사 경험과 깊고 넓은 인맥은 다른 일반 기업체에서도 무척이나 탐을 낸다고 한다. 그가 2009년 회사 대표를 그만둔 뒤 인성내츄럴, 블랙박스 코리아, 포맨해운항공 등 6개 회사에서 사외이사직을, 골프클럽Q안성, LS공조, 케어카라 등 6개 회사의 고문직을 맡아 활동했던 것은 이를 반증한다. 또 본인이 직접 양재동 화훼 공판장에서 '선심농원'이란 꽃집도 차렸다. 화원은 주변 분들의 추천으로 시작한 것이다. ·취임이나 승진, 조문 등 꼭 인사를 할 때 필요한 꽃들 가지고 사업을 차리면 어떻겠느냐는 권유를 받았다. 역시 그의 두터운 인맥 덕분에 대표이사 출신 꽃집 주인의 화원은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았다.

교사 시절에 만난 부인 조희숙씨는 지금 송파구 영풍초등학교 교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유석연 전 유선호 국회의원 특보가 바로 위 형이다.

문배근 기자 

저작권자 © 영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