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산희

쇠기둥에 의지하고

월인당 이팝나무 할머니 새벽을 여신다

벼락을 이겨낸 한 조각 몸피로

 

이끼치마 입으시고

사백오십 살 젖샘에 출렁 두레박 내려

아득한 기슭으로 물 길어 올려

쌀 안치는 소리

 

영암 모정마을

정월 대보름 풍물소리 받아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기들까지 깨우는

징소리로 불씨 당겨

 

고봉 고봉 이밥 꽃 지으신다

없는 육신의 아궁이에

월출산 일출 지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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