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용 *도포면 출생 *전 농협대학 겸임교수 *전 농협중앙회 해외협력실 과장 *목포 문태고 교사

오는 413일은 총선거가 있다.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 온 것이다. 우리 지역구에서도 5명이나 되는 후보들이 출사표를 던지며 저마다 한 표를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제시하고 있는 여러가지 공약들 가운데서 암울한 우리 군의 교육현실에 주목하고 이에 대한 속 시원한 정책들은 보이지 않는다. 후보들에게는 이런 어두운 우리 군의 교육현실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가 보다. 정말 우리 군민들에게는 잔인한 4월이 아닐 수가 없다.

예부터 교육은 국가 백년지대계라 했다. 교육은 보통 평범한 가정의 아이들에게는 미래에 대한 희망이요 학부모들에게는 현실의 문제이다. 한국의 부모들이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이 바로 자녀들의 교육이었고, 지난 40여년의 국가발전 원동력이었다. 이런 국가적 교육열은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도 기회있을 때마다 언급하며 부러워한 대목이다. 하지만 이러한 교육열에 찬물을 끼얹는 상황들이 정치의 계절에 전개되고 있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우리 영암의 교육현실은 참담하다. 지난 번 교육부에서 발표한 학교 통폐합 조건에 의하면 영암군 내에서 통폐합 되어야 하는 학교가 초등학교는 16개 학교 가운데 절반인 8개 학교가, 중학교는 12개 학교 중 6개 학교가 이에 해당된다. 이렇게 되면 관내에 초중고가 하나도 없는 면들이 속출하게 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학교가 지역사회에서 지적측면에서 주는 정신적 지주역할을 무시할 수가 없었다. 학교는 단순하게 교육기관 이상의 상징적 존재감을 지역주민들에게 선사하고 있음을 잊어서는 곤란한 것이다.

여기에 대한 교육당국의 대처방안은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는다. 그저 지역정서를 대변하면서 교육부에 하소연하는 것이 전부이다. 전남도교육청 관계자는 교육재정의 효율성, 교육여건, 학생, 학부모, 지역사회 등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며 학부모·지역주민 등이 동의하지 않으면 통폐합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문제는 교육부가 강제적인 통폐합 조치를 취하지는 않겠지만 통폐합에 응하는 학교에는 상당한 인센티브를 약속하고 그렇지 않은 학교에는 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한다는 것이다. 적게는 40억 원에서 많게는 80억 원까지 인센티브를 약속하면서 학교 통폐합을 압박하고 있다.

따라서 이 문제는 정치적인 역량을 가지고 해결해야 하는데 정치의 계절이 돌아왔음에도 이런 이슈들이 공론화되지 않고 있음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지역의 숙원사업이나 주민들의 소득증대 사업도 중요하지만 국가의 백년을 담보할 교육은 그 어떤 것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다른 사업보다도 우선시되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더구나 흙수저를 물고 태어난 아이들이 기댈 미래가 교육이 아니면 또 무엇이 있겠는가?

또 다른 문제는 이런 식으로 교육의 양적인 면만 관심하다 보니 질적인 문제를 고민해 볼 수 있는 여지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여러 사례들을 살펴볼 때에 교육의 양적인 면은 질적인 면이 확보가 되면 자연스럽게 해결이 되는 부분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우수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역과 학교에 학생들이 몰리는 것은 당연하지 않겠는가?

이러한 맥락에서 경기도 광주시 남한산성 도립공원내에 있는 남한산초등학교의 예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1912년 개교해서 백년이 넘는 역사를 간직한 남한산초등학교는 문화재보호구역으로 개발이 제한되는 바람에 인구가 감소하여 2001년 당시에는 학생 수가 26명으로 줄어들었다. 이로인해 한 때 폐교위기를 맞았지만 교사들과 지역주민들의 노력으로 20163월 현재 168명의 학생들이 다니고 있고 병설유치원까지 운영하는 혁신학교로 탈바꿈했다. 수업도 전통적인 40분 수업에서 80분 수업에 30분 휴식을 하는 블록타임제(blocktime)라는 파격적인 형식을 도입하였고, 교육과정에 교과수업 이외의 생태, 체험교육 서비스들을 과감하게 제공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창의적인 역량으로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설계할 수 있고, 배려하고 협력하는 아이들을 길러내겠다는 교육목표가 세워졌다. 자연스럽게 이 학교는 줄 세우기 교육에 지친 학부모들의 관심을 불러 일으켰고 점차로 전입을 해오는 학생들이 줄을 이었다. 지금 당장 인터넷으로 남한산초등학교를 검색하면 이 학교에 대한 많은 정보들이 올라온다. 그 만큼 학부모들의 관심이 많다는 증거이다. 물론 남한산초등학교와 우리 영암에 있는 학교들이 가지는 사회적, 인문적 자원이 다르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하지만 교육의 양적인 측면만을 관심하고 있는 사이 질적인 측면이 도외시 된다면 이는 분명히 본말이 전도된 상황이라 아니할 수 없다. 유명한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선거문구가 떠오른다. “바보야, 문제는 교육의 질이야!”

더군다나 상급학교들의 문제도 심각하다. 주변의 군들에서 거점고등학교가 본격적으로 가동이 되는 올해 우리 군의 고등학교들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신입생 지원자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이다. 이런 현상은 시작에 불과할 것이다. 갈수록 우리 군에 있는 학교들의 교육적 입지는 점점 줄어들 것이다. 이 또한 정치적인 결단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현 시점에서 정치적으로 중요한 시기에 우리 영암군의 교육적인 문제가 우리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지역사회 구성원 모두가 합심하여 우리교육의 질을 높이는데 주력해야 한다. 아울러 우리 영암군민들은 우리의 교육실정에 맞는 정치적 소신을 가진 정치인을 선택해야 할 뿐만 아니라, 만약 그런 정치적인 소신이 없다면 표를 달라고 애원하는 정치인들에게 우리가 처한 교육문제에 대해 구체적이고 정치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도록 우리군민들이 깨어있는 지성과 행동을 보여주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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