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정 용/도포면 출생/전 농협대학 겸임교수/전 농협중앙회 해외협력실장/목포 문태고 교사

 

뉴밀레니엄의 환상으로 문을 연 21세기가 벌써 16년 째 접어들고 있지만 과연 우리의 학교가 21세기에 맞는 환상적인 교육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점검해보고 반성해 봐야할 것 같다. 21세기형 인재를 양성하겠다고 학교 교육목표를 설정하지 않는 학교는 대학을 포함해서 초중고를 통틀어 아마도 하나도 없을 것이다. 21세기가 정보화시대, 글로벌 시대, 프로슈머(생산자이면서 동시에 소비자)시대 등등 21세기하면 새로운 패러다임이 지배하고 우리의 생활이 이전과는 전혀 새롭게 바뀔 것이라는 장밋빛 희망이 지배하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새로운 트렌드(trend)는 계속해서 또 다른 새로운 것으로 바뀌었고, 바뀌고 있는 중이고 또 앞으로도 계속해서 바뀔 것이라는 현실 속에서 지금 우리나라는 교육과 변화라는 두 개의 영역이 너무나 조화롭지 못한 것이 또한 사실이다. 변화가 고통을 수반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겠지만 지금 우리의 교육현장은 변화하지도 않으면서 많은 고통이 유령처럼 떠돌고 있다고 많은 교육 소비자들은 생각한다. 가슴 아프고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 교육현장의 모습은 산업사회의 절정기와 함께 시작된 20세기 초반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거의 모든 학교들이 학생들을 마치 공장에서 대량 생산되는 상품들처럼 표준화된 공정(교육과정)을 거쳐 때를 맞추어 출고를 해댄다. 수업은 여전히 주입식 교육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차이가 있다면 고등학교의 경우 상품의 종류가 조금 다양해졌다는 것이다. 기존에 있던 일반고(인문계고), 특성화고(실업고), 예술고, 체육고에다가 영재학교, 과학고, 외국어고, 국제고, 자율형고 등등으로 학교의 유형들이 다양해졌지만 여기에서 생산된 제품들의 특성과 쓰임새는 별반 차이가 없어서 구별이 잘 되지 않는다.

모든 학교들이 서울대학을 필두로 하는 명문대학 입학이라는 결과에 목을 맨다. 지역사회도 명문대학 입학생 숫자를 기준으로 해서 학교를 서열화하는데 매우 익숙하다. 그래서 명문대학에 합격시키기 위한 학교 교육과정을 전교생의 4%에 해당하는 학생들을 위한 수업에 모든 학생들을 대상으로 운영하고 있다. 수많은 평범한 학생들이 예비 명문대생들을 위한 희생양 혹은 들러리가 돼버렸다. 이들 평범한 학생들을 위한 교육내용이나 관심은 찾을래야 찾을 수가 없다. 그래서 대부분의 학생들은 수업중에 졸거나 하면서 수업에 능동적으로 참여하지 않는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이들은 수업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여지를 수업속에서 찾을 수가 없다. 국어, 영어, 수학 같은 주요 교과목 뿐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수업이 그러하다.

지금 당장 대한민국 교육은 달라져야 한다. 교육과정이 달라져야 하고 그에 따른 평가가 달라져야 한다. 이미 낡아빠진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말을 했던 18세기 영국의 공리주의 철학자 제레미 벤담의 생각을 우리교육의 현실에 비추어 보더라도, 지금의 학교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현상이기 때문이다. 극소수만 행복하고 다수가 소수의 행복을 위해 불행해진다면 이것은 정의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넓은 의미에서 벤담의 관점에서 본다면 우리는 정치, 경제, 사회의 영역에서 공공선의 실현을 철저하게 실패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가치가 존중되고 다수의 행복을 추구하는 풍토가 아쉽다. 학교를 평가하는 기준이 다양한 가치를 수용하고 학생들이 이러한 가치를 추구하는 교육이 이루어지고 학교생활이 행복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돼야 한다. 사람마다 행복을 추구하는 방향이 다르므로 다양한 분야의 다양한 수준의 인재를 길러내는데 교육적 역량을 쏟아야 한다. 입학할 때와 졸업할 때를 비교하여 재학하는 도중에 학생 개개인들이 얼마나 성장하였는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학생들이 스스로 능력에 맞는, 가고 싶어하는 학교와 학과에 합격하는 것으로 평가하고, 졸업식 날 학교생활 만족도 조사를 해서 만족도가 제일 높게 나오는 학교가 우수한 학교라고 지역사회가 인정해줘야 한다.

사회 현실이 각박하고 힘드니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포기해서는 안 될 일이다. 이런 각박한 세상을 우리가 스스로 만들었으니 바꾸는 것도 우리의 몫이다. 대학교육이 바뀌어야 하고 대학입시 제도가 다양한 교육을 하도록 바뀌어야 하고 이런 과정 속에서 다양한 교육을 학교에서 실시하도록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이것만이 학교교육이 소수의 공부 잘하는 학생들만 관심하는 교육에서 꼴찌에게도 애정과 관심을 쏟는 교육이 이루어질 수가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런 것들을 평가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사회의 기반이 단단해지고 모두가 행복한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 갈 수가 있는 것이다. 시대를 뛰어넘어 개인이나 사회나 국가나 할 것 없이 교육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주기도 하고 빼앗아 가기도 한다는 사실은 만고의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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