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출산 천황봉 너머 달뜨는 풍경이 가장 아름다운 마을

 

  

 

호숫가 원풍정의 전원마을

2015년 7월 31일 오후 6군서면 모정마을 앞 5만여 평의 호수가 마을풍물단의 장구와 꽹과리에 맞춰 춤을 춘다호수 둑방길에 늘어선 주민들과 관광객들은 '농자천하지대본'이라고 써진 오색깃발을 따라 풍물단의 흥겨운 장단에 맞춰 산책길에 나선다드넓은 호수에는 붉은 홍련이 활짝 피었다이윽고 은적산 너머로 노을이 진다원풍정 무대에서 들리는 통기타 가수의 노래와 섹스폰 소리는 축제 분위기를 한껏 달아오르게 한다땅거미가 내려앉고 마을 골목길에는 가로등이 하나둘 켜진다잠시후 동네 아주머니들의 노랫가락이 들린다

모정마을 달 떠온다 모정마을 달 떠온다/아름답고 살기좋은 우리마을 으뜸일세

호숫가 원풍정 열두 가지 풍경들은 신선들의 놀이터/우리마을 자랑일세

마을풍물단 아주머니들의 원풍정 12경 창작민요의 구성진 가락이 흐르자 마치 화답이라도 하듯이 때마침 월출산 위로 보름달이 두둥실 떠오른다산책길에 나선 모두가 넋을 잃고 월출산 달오름을 바라본다달빛은 산봉우리를 뛰어넘고 너른 들녁을 건너 달맞이 언덕아래 가득 피어 있는 홍련 꽃봉오리 위로 살포시 내려앉는다수면 위로 얼굴을 내밀고 있던 수만송이 연꽃들이 수줍은 듯 얼굴을 붉히며 달빛 품에 안긴다원풍정에 모여 있던 사람들 모두가 달빛에 취하고 연향에 취하고 흥에 취하여 장구장단과 민요가락에 맞추어 덩실덩실 춤을 춘다마침내 월출산 달빛이 모정 저수지에 피어난 홍련과의 만남이 이뤄지는 순간이었다.

  

홍련과 달빛을 조합하다 

모정마을 홍련지(紅蓮池)는 약 450년 전인 1450년경 임구령에 의해 조성된 것으로 연못가에는 쌍취정이라는 운치있는 정자가 있었다고 한다하지만 쌍취정은 이웃마을로 옮겨지고 1970년대 혹독한 가뭄으로 연못이 마르자 한때 홍련도 자취를 감추었으나 5년 전부터 다시 홍련이 피어나고 있다그래서 이날의 축제는 지난 봄에 완공된 수변산책로를 기념하고 수십년 만에 다시 핀 홍련을 축하하기 위해 '달빛연꽃축제'를 연 것이다. 2014년 가을 원풍정 음악회에 이어 두 번째로 마을주민들 힘으로 치러낸 축제였다주민들은 마을축제를 위해 새벽부터 일어나 청소를 하고 연잎밥을 만들며 파전을 부쳤다. 20여명으로 구성된 풍물단은 저녁마다 체험관에 모여 풍물연습을 했다외부의 지원없이 마을 자체적으로 행사를 준비하다 보니 적자에 대한 두려운 마음도 있었지만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극복해낸 것이다.

사흘간 치러진 행사는 호수 산책로 걷기와 어린이 물놀이 체험원풍정 신선체험연꽃 들차회연음식 체험 등 종류도 다양하다모정마을 생태호수는 2014년 녹색전남21 담양 생태시연에서 최우수상을 받아 주목을 받은 곳이다.

모정마을 주민들은 원풍정에서 2014년 음력 9월 보름에 달맞이 음악회를 열기도 했다단순히 음악회만 갖는 것이 아니다모정마을 두레체험관(녹색농촌체험관)에서는 문화장터가 열린다장터에서는 주민들이 직접 가꾼 정성이 깃든 농특산물이 판매된다그다지 많지는 않지만 수백만원의 소득을 올렸다또 보름달 소원지 쓰기도 하고 전통놀이 체험도 한다마을사람들이 준비한 저녁식사 및 다과음료도 시식할 수 있다한가로이 마을산책(고택벽화거리돌레미 한옥단지호수산책길)을 할 수도 있다

  

주민들 스스로 일군 명품마을

모정마을은 2010년 전남도 행복마을로 선정돼 20여 동의 한옥을 완공했으며, 2011년 녹색농촌체험마을로 지정되어 체험관을 완공했다. 2013년에는 한옥형 반찬 사업장을 신축했다. 2011년과 2013년 두 차례 '참 살기좋은 마을'로 선정돼 원풍정 보수와 골목길 벽화그리기를 진행했다그 뿐만 아니다올해는 전남도로부터 마을숲 가꾸기 사업에 선정돼 숲 체험장이 조성된다올 연말께는 작은 도서관도 들어선다아동과 청소년들을 위한 작은 도서관은 인문학 강좌와 영화감상도 할 수있는 문화공간으로 거듭날 전망이다여기에 행안부에서 추진하는 창조마을 가꾸기 사업은 모정마을의 최정점을 이룰 전망이다이 사업에 최종 선정될 경우 수변공연장이 들어서고 마을주민들이 직접 운영하는 카페가 운영된다달마지 언덕을 조성하여 월출산 기(받기 등 각종 문화행사를 통해 주민소득 사업이 활발하게 전개된다.

이러한 힘의 원천은 농촌의 자원과 전통을 고스란히 살려 주민들 스스로 마을축제를 성공적으로 일궈냈다는 점이다마을주민 20여명으로 구성된 모정 달마지풍물단의 경우 1개 면을 통틀어서도 운영하기 힘든 상황이지만 마을행사를 주도적으로 운영하고 외부행사까지도 참여한다그러다 보니 재경향우들의 참여와 지원이 끊이지 않는다김용길 전 재경 모정마을향우회장은 체험관 지을 땅이 없다는 소식을 듣고 240평의 땅을 구입해서 흔쾌히 마을에 기증했는가 하면마을길 축대를 쌓고 숲을 가꾸는데도 아낌없이 도움을 줬다향우와 주민들의 이 같은 단합된 힘은 말 그대로 '행복마을'로 거듭 변신을 꾀했다

요즘 농촌에서 보기 드물게 111가구, 230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것만 봐도 행복마을을 입증하고 있다특히 이 가운데 20여 가구가 젊은 층이고 갓난아이가 11명에 달해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직업군도 화가시인도예가국악인목수사업가 등 다양하다출향인 자녀들이 앞다퉈 들어오고외지인들도 살고 싶어하지만 들어갈 집이 없어 집을 구하려 통사정을 하는 도시인들도 생겨나고 있다.

그동안 모정마을을 행복마을로 거듭나게 했던 김창오씨()는 "모정마을은 영암에서 월출산 천황봉 너머로 달뜨는 풍경이 가장 아름다운 곳이며 장단과 풍경이 아름답고마을공동체가 살아 숨쉬며남도의 멋과 인정이 넘치는 보기드문 마을이다"면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협동조합이 만들어지고 마을기업이 탄생하면 각종 문화행사를 통한 주민소득 창출사업이 본격 진행될 예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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