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만 얻는 축산에서 동물 복지형 축산으로
동물 습성을 고려한 사육환경, 오염배출 저감

유럽연합에서 행해지고 있는 동물 복지형 축산이 최근 국내에도 도입돼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이러한 형태의 축산은 소, 돼지, 닭 등 이들 동물이 가진 습성을 그대로 사육에 접목하여 가축의 생에 만족감을 주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으로서 가축이 면역력이 강해져 항생제를 쓰지 않아도 되며 사육장에서 풍기는 냄새도 약해 주변 지역에 민폐를 끼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생산되는 축산물은 소비자인 인간에게 항생제 축적으로 인한 약물 내성 강화 등의 폐해와 불필요한 지방의 섭취를 줄이면서 인간에게 유익한 성분의 고기와 산물을 제공한다.

전남에서 이러한 방식을 도입해 성공적으로 안착한 곳으로 한우로는 장흥 풀로만 목장, 돼지로는 해남 강산이야기 등이 있다. 본 기사에선 대표로 장흥 풀로만 목장을 소개한다.

한편 동물복지가 가장 앞선 곳은 유럽연합(EU)이다. EU는 1822년 최초의 동물보호법인 영국의 마틴법을 시작으로 1911년 동물보호법을 제정하는 등 지속적인 동물보호에 나서고 있다. 특히 1997년 EU 이사회에서 채택한 굶주림· 목마름, 불편, 고통·질병, 공포·고민으로부터의 자유와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자유의 5가지 원칙은 지금도 동물복지의 기본원칙이 되고 있다.

소에게 100% 풀만 먹이는 장흥 ‘풀로만 목장’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먼저 아득히 들려오는 요들송의 소리에 차분해지면서 “소 색깔이 곱다”, “소가 웃는다”, “축분 냄새가 적게 난다” 등으로 첫 소감을 말한다. 더불어 ‘사람은 사람답게... 소는 소답게’라는 목장의 목표를 듣는 순간 기존에 알아오던 먹거리에 불과했던 소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기회를 갖게 된다.

목장 주인인 조영현 씨는 목초 수입상에서 수십여년 일을 해온 전문가로써 기존 배합사료와 조사료 중심의 축산을 거부하고 소다운 삶을 보장하면서 사람에게는 건강한 고기를 제공하는 축산을 모색해온 사람이다. 그는 그 답을 100% 풀을 먹인다는 것에서 찾아냈다.

여기에서 의문은 100% 풀만 먹인다면 소가 제대로 살이 찌고 잘 자라겠느냐는 것이지만 조 씨가 외국 사례를 직접 보고 조사하고 연구한 바로는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초식 동물에게 다량의 영양을 제공하는 풀사료 작물인 알팔파에 주목하고 몇 마리의 송아지를 들여 축산을 첫 시작했을 때 국내 축산인들은 소들이 몇 개월이면 다 영양실조로 죽을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실제론 잘 성장해 다달이 일정 수익을 제공해주고 있다.

조 씨는 “위가 4개인 소가 건강하기 위해선 되새김질을 해야 하는데 기존 농후사료는 살을 찌우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제대로 된 소화과정을 못하게 만들면서 분뇨가 배출되어 사육장 바닥에서 썩기 때문에 소의 건강을 해치고 고약한 냄새가 나게 된다. 하지만 풀로만 목장의 소들은 영양가가 풍부한 목초를 충분한 되새김질을 통해 분뇨로 배출하고 자연계의 분해효소들이 이를 잘 분해하기 때문에 냄새가 적다”고 설명한다.

조 씨는 우리나라의 한우산업이 기형적으로 배합사료를 쓰는 비육우에 쏠린 것은 한우등급제가 일본의 마블링(화우)의 등급제를 그대로 받아들인 것에 기인한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등급제 아래에서 소를 키우는 것은 소의 본성과 행복할 권리를 완전히 무시한 채 지방이 풍부한 고기만을 얻기 위한 것이란 주장이다.

조 씨는 마블링을 만드는 방법은 “원래 초식동물인 소는 근육 내에 지방이 끼기 어려운 생리학적 특성이 있으나 비타민 A를 결핍하게 만들어 상피세포를 약화시키면 지방이 근막을 뚫고 미세하게 마블링 형태로 근육에 지방을 축적된다. 즉 소가 과잉비만, 각기병, 야맹증, 심장질환 등 성인병을 앓는 상태가 돼야만 좋은 마블링이 형성된다”고 설명한다.

풀로만 목장은 100% 풀 사료를 소에게 먹이고 운동장을 제공하면서 배합사료나 농후사료를 먹이지 않고 얻는 ‘그래스-페드(GRASS_FED) 쇠고기’란 개념의 고기를 생산하고 있다. 몸에도 좋고 맛도 좋지만 기존 마블링 제도에서의 등급은 지방이 살 속에 미세하게 끼지 않은 나쁜 쇠고기이다. 그래스-페드는 초식동물 특유의 향이 강한 저지방 적색육으로 칼로리가 낮으며 체지방분해를 도와주는 공액리놀레산/CLA와 체내 콜레스테롤을 낮춰주는 오메가-3 지방산인 ALA, EPA, DHA가 일반 쇠고기보다 훨씬 더 풍부하다. 조 씨는 사람과 동물 모두 행복하고 건강한 축산으로 가기 위해선 마블링 등급제의 개선과 함께 ‘맛 등급제’ 실시, 방사장 등 소의 운동 공간 확보, 풀사료 투여 증대 등을 내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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