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 에너지로 '무'에서 '유'를 만들다50여개 기업유치 일자리 1,100여개 창출

 

귀싱 바이오매스 발전소. 목재에서 열, 전기, 가스와 함께 세계 최초로 자동차 연료를 생산하고 있다.

친환경 신재생 에너지, 왜 필요한가
<5>오스트리아 '귀싱마을'의 교훈


헝가리와의 국경지대에 위치한 귀싱은 1990년대 초까지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이었다. 2만 7천여 명의 주민들은 옥수수와 해바라기씨유, 목재 생산으로 생계를 유지했고, 관광지라곤 12세기에 지어진 헝가리 귀족의 성 밖에 없었다. 높은 실업률과 인구감소로 골머리를 앓았던 귀싱이 지금은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미래가 밝은 도시로 손꼽힌다. 유럽에서도 귀싱의 경험을 일컬어 ‘귀싱 모델’이라고 칭한다. 도대체 귀싱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지역에서 에너지를 생산하다

 

 

 

 

유럽 재생에너지 센터. 1996년 설립된 이곳은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한 컨설팅과 교육을 한다.
귀싱은 유럽 최초로 재생가능에너지를 이용해 전기, 냉․난방, 연료 에너지 100%를 자립한 곳이다. 게다가 온실가스 배출량은 1995년 수준에서 무려 93%가 줄어들었다. 재생가능에너지 덕분이다. 1989년 농구국가 대표선수였던 라인하트 콕이 고향으로 돌아와 시의 에너지정책을 맡으면서 귀싱은 변신을 시작했다. 라인하트 콕이 세운 최우선 목표는 젊은이들이 귀싱을 떠나지 않도록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살아가는데 없으면 안 되는 에너지 산업에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당시 귀싱에서는 1992년 기준으로 연간 600만 유로를 에너지 구입비용으로 지출했다.

가난한 귀싱에서는 이렇게 에너지 비용을 지불하는 것 자체가 큰 부담이었다. 다행히 귀싱에는 풍부한 농업 부산물이 있었다. 1990년대 초부터 ‘귀싱은 화석연료로부터 100% 독립한다’는 정책을 수립하고, 유채와 폐식용유, 나무와 가축분뇨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시설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가난한 지자체에서 엄청난 모험을 시작한 것이다. 

 

 

귀싱의 농촌마을 스트렘은 420가구에 960명이 거주한다. 이 마을의 한 모퉁에는 마을 공동보일러가 설치돼 있다. 보일러는 총연장 5.5km의 관로를 통해 각 가정과 연결돼 있고, 주민들은 보일러에서 데워진 열을 난방이나 온수가 필요할 때마다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다.

보일러는 목재를 잘게 부숴 만든 우드칩을 연료로 쓴다. 목재를 연료로 사용하지만 기술개발을 통해 EU의 까다로운 규제를 맞출 정도로 환경오염이 거의 없는 시설로 설비돼 있다.

보일러 인근에는 잔디를 발효시켜 에너지를 만드는 바이오매스 발전시설이 설치돼 있다. 이 시설은 우드칩 보일러를 보조하는 열을 생산하는 동시에 가스를 만들어 전력으로 변환시키고 부산물로 비료도 생산한다. 

이런 친환경 시설을 갖춤으로써 마을 주민들은 필요한 모든 난방열을 친환경 재생에너지로 사용한다. 또 바이오매스 발전소는 마을에서 소비하는 전력의 3배를 생산해 도리어 전력회사에 판매, 수익을 거둔다.

슈트램 마을을 비롯해 귀싱지역내 35개 마을이 목재와 태양열을 이용한 지역난방 시스템을 구축했다.

 

귀싱은 단순히 나무를 태워 발생한 열에너지를 공급하는 것을 넘어 전기를 만들고, 자동차용 액체연료를 생산하는 등 다각화에도 성공했다.

에코에너지랜드, 관광은 부수입

 

 

 

 

오스트리아의 가난한 시골마을이었던 귀싱이 전세계가 주목하는 에너지 자립지역으로 성장했다.
귀싱은 20여년간의 노력으로 신재생에너지 기업 50여곳을 유치해 1천100여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시켰다. 신재생에너지 산업으로 얻는 연간 매출은 1천300만유로(148억원)에 순수익만 900만 유로(102억원)에 달하고 있다.

 

 

현재 신재생에너지 공급율 60%를 달성한 귀싱은 100% 목표를 달성할 경우 3천700만 유로(422억원)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1996년 설립된 유럽재생에너지센터(EEE)는 신재생에너지산업 기술 연구개발, 컨설팅, 교육, 생태관광산업을 진행하면서 귀싱의 발전에 속도를 내는 동시에 부가가치를 더욱 높이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곳은 유럽의 각 지자체 및 기업들과 계약을 체결하고,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한 컨설팅과 교육을 한다. 태양학교를 통해 교육하고, 지역 에너지 자립모델을 설계하는 노하우를 전수하며, 온실가스 ‘0’ 발전소 설계와 에너지 효율개선 정보를 제공한다. 귀싱시장이 대표를 맡고 있으며, 에너지 전문가가 포진해 있어, 유럽 전역에서 귀싱의 성공사례를 배우기 위해 방문하고 있다. 

여기에 생태관광 수익은 부수적이다. 2007년에만 3만 명이 귀싱을 방문했다. 에코에너지랜드(Eco-Energy Land) 지도를 따라 자전거를 타고 달리면, 귀싱에서 어떻게 에너지를 생산해 지역 주민들에게 공급하는지를 한 눈에 볼 수있다. 각 마을마다 소형 발전소가 있고, 주민들은 자신들이 일하는 발전소에서 저렴하게 에너지를 구입한다. 

귀싱모델의 핵심은 지역에서 나는 에너지자원을 잘 활용했다는 점이다. 지역 에너지 자립을 이룩하기까지 공무원, 교사, 과학자, 농민, 중앙정부 등 여러 사람의 참여와 도움이 있었다. 시작 초기에는 지역 내 공공에너지를 효율화하고 절약해서 생긴 예산과 중앙정부 지원 예산으로 재생가능에너지 생산시설을 설치했다. 지금은 이미 투자한 재생에너지 설비가 수익을 내고 있고, 거기에다가 지자체, 중앙정부의 지원, 유럽연합 차원의 프로젝트를 결합해 매년 새로운 재생가능에너지 생산실험을 지속해 나가고 있다. 귀싱모델은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다.<끝>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지원을 받아 이뤄졌습니다.>

저작권자 © 영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