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운열/신북면 용산리 출생/한국금융학회 회장/금융통화위위원회 위원/전 서강대학교 부총장(경영학부 교수)/서강대학교 석좌교수

요즈음 가을 하늘이 참 청명하고 아름답다. 옛 어린 시절 보았던 바로 고추잠자리가 날고 제비가 강남 행을 준비하며 멀리 날던 그러한 맑고 깨끗한 가을 하늘을 볼 수있어 얼마나 기분이 상쾌한 지 모르겠다. 과거 10여 년 전 공해에 찌들어 하늘이 뿌옇던 시절에 비하면 이곳이 한국인가 싶을 정도로 맑은 날이 계속된다. 언제 호주에서 천국이 보일 것같이 청명한 하늘을 보며 얼마나 부러워 했던가, 그 하늘을 이제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다니 감사하고 고마울 따름이다.

아름다운 날, 모처럼 시간을 내어 가을 나들이를 나갔다. 나들이라야 멀리 가지 않고 차를 타고 30여 분 가면 '하늘공원'이란 곳이 있다. 하늘공원의 억새풀이 아름 답다는 TV를 보고 가보기로 했다. 하늘공원 정상에 펼쳐지는 억새풀의 장관이 이곳이 몇 년 전까지 악취를 풍겼던 그 난지도인가 싶을 정도로 완전 변모되어 있었다.

난지도는 1978년부터 서울의 쓰레기 매립장으로 지정된 이후 1993년 까지 15년 동안 서울의 쓰레기를 무려 9천200만 톤이나 매립하여 높이 100m 가까운 쓰레기 동산이었다. 90년 대 중반까지 신촌의 음식점에 앉아 있어도 난지도에서 날라오는 쓰레기 악취 때문에 괴로워 했던 나쁜 기억이 있었다.

한국지명 유래집에 의하면 난지도는 행정 구역상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하고 북서쪽은 경기도 고양시 화전동과 접해 있으며 남서쪽은 한강 둔치와 면하여 강변북로를 따라 인접해 있다. 현재는 섬이 아니지만 1978년 이전 망원정 부근에서 한강과 갈라진 난지 샛강이 행주산성 쪽에서 다시 본류와 합쳐진 곳에 있는 섬이었다.

난지란 난초와 지초를 아우른 말이다. 샛강에서 맑은 물이 흐르며 수양버들이 늘어서서 낭만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난초와 지초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섬이어서 난지도라 칭하지 않았을까 추측된다. 또한 난지도는 그 형상이 마치 오리가 물에 떠있는 모습과 비슷하다 하여 오리섬 또는 압도(鴨島)라고 하였다.

이 천혜의 섬이 정부 정책에 의하여 서울시 쓰레기 매립장으로 변모한 것이 1978년이었다. 그 정책이 잘못이었는지 판단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그 덕으로 서울에 사는 수백만 서울시민들의 생활 쓰레기를 매립하여 시민들의 불편을 덜어주었기 때문이다. 1993년 포화상태에 이르자 더이상 쓰레기 매립이 중단된 이후 매탄가스와 침출수 등으로 환경이 악화되면서 난지도 매립지는 생물이 살 수없는 버려진 곳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몇 년이 지나고 점차 생태계가 복원되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이 얼마나 오묘한 자연의 섭리인가.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이 들어서면서 난지도도 자연생태 공원으로 조성되어 하단부에는 보리, 채소, 땅콩, 화훼 등이 재배되고 주변에 버드나무 숲이 조성되었다. 하늘공원과 노을공원이 나뉘어 하늘공원에는 정상에 억새풀 숲을 만들어 가을이 되니 100m 높이에 억새풀 날리는 풍광이 정말 아름답다. 노을공원은 원래 시민들 골프장으로 조성되었으나 일부 반대에 부딪쳐 서양의 노을을 구경하는 공원으로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난지도의 변천사를 보면서 천혜의 자연도 인간의 개발정책에 따라 훼손되기도 하고 버려진 땅으로 여겨질 정도로 폐허가 되기도 한다. 폐허로 변한 불모지도 이용하기에 따라 우리에게 유익한 자원이 되기도 하고 아름다운 관광명소가 될 수있다는 사실을 알 수있다.

지난 산업화 과정에서 낙후된 호남지역이 오히려 미래, 우리의 삶의 먹걸이가 될 수있는 자연보고가 될 수 있음으로 위안을 삼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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