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땅에서 바이엘 정착 후 기업도시로 변모스포츠, 문화, 환경 등 성공적 기업도시의 표본

민간기업이 지방자치단체와 협약을 맺은 후, 관광, 레저, 문화 등 주된 기능과 함께 주거, 교육, 의료, 문화 등의 자족적 복합기능을 구루 갖추도록 개발되는 도시를 관광레저형 기업도시라고 한다. 이렇게 관광레저형 기업도시로 현재 개발구역으로 지정된 곳은 충남 태안과 전남 해남, 영암지역이다. 전원과 도시라는 극단의 개념을 끌어안고 있는 관광레저형 기업도시는 충분히 매력있는 기획이다. 해당 지자체와 주민에게 경제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고 더 나아가 제대로 시행된다면 나라 발전에도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개발과 맞물려 항상 대두되는 환경보전에 대해서도 시행과정에서 충분한 관심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이번 기획취재는 관광레저형 기업도시라는 원초적인 개념에서부터 출발해 현재 진행정도와 앞으로의 계획 등에 대해 점검하는 시간과 함께 지역별 특성에 맞게 추진해야 하는 과제와 선진국의 발전상황을 점검하면서 지역과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원동력을 제공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편집자주>

 

비행기로 약 10시간을 가야 갈 수 있는 독일의 레버쿠젠은 우리에게 그리 낯설지 않은 도시이다. 레버쿠젠은 전 수원삼성 감독이었던 차범근씨가 80년대 선수로 활약했고 불과 얼마 전 까지 손흥민 선수가 몸을 담았던 축구팀‘바이엘 04 레버쿠젠’의 연고지로 잘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독일 북서쪽 퀼른과 뒤셀도르프 중간에 위치한 레버쿠젠은 18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버려진 땅에 불과했다. 북독일 중심도시로 라인강과 퀼른 대성당과 같은 역사와 문화가 발달한 퀼른이나 국제 상업도시로 철강과 자동차, 제지 등 정밀기기공업의 발달한 뒤셀도르프에 비해 과거 레버쿠젠은 발전을 논할 만큼 역사나 기반 시설이 약했다. 하지만 200년이 흐른 지금은 16만명여명의 인구가 거주하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기업도시로 탈바꿈 했다.

이와 같은 중심에는 바이엘 그룹이 있다. 바이엘그룹이 레버쿠젠에 본격적으로 둥지를 튼 것은 1891년. 아스피린으로 유명한 세계적 제약‧화학 기업인 바이엘 그룹의 본사가 레버쿠전에 들어오면서 황무지와 다름없던 그곳에는 상가와 학교, 극장이 차례로 들어섰고 차츰 도시형태를 갖추게 됐다.

 

그리고 1912년 바이엘그룹이 완전히 레버쿠젠에 자리를 잡으면서 이곳은 공업도시이자 기업도시로 발돋움했다. 바이엘이라는 기업이 중심이 돼 공업도시로 성장해온 레버쿠젠의 인구는 16만여명으로 이 가운데 2만 5천여명이 바이엘에 근무하고 있다. 여기에 인근 소도시에도 2만여명의 직원들이 살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레버쿠젠 전체 인구의 1/3가량이 바이엘에 소속되어 있을 정도로 바이엘 중심으로 도시가 돌아가고 있다.

이러한 특징에도 불구하고 도시에 어떠한 공장도 남아 있지 않다는 것, 그리고 레버쿠젠은 고유한 정체성, 특징, 독립된 삶을 영위한다는 것을 도시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쉽게 말해 시커먼 공장 매연과 코를 찌르는 폐수가 연상되는 일반적인 공업도시의 모습이 아닌 현대적 공간과 고풍스런 문화공간이 어우러진 한 폭의 그림과 같은 도시의 모습 속에 수많은 시민들이 어우러진 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 사회공헌 활동 도시발전계획과 맞물려 시너지

이같은 도시의 모습에서조차도 바이엘이라는 이름을 빼놓을 수 없다. 레버쿠젠에서 가장 잘 알려진 공원의 이름은 ‘바이엘 케미컬’ 공원이고 또 축구전용경기장 명칭도 ‘바이아레나’다. 이외에도 농구, 아이스하키 등 온갖 종류의 경기장이 모든 경기장에서도 바이엘사가 지은 탓에 바이엘이라는 이름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또 바이엘은 현재 총 55개의 스포츠클럽을 직·간접적으로 후원하면서 직원을 비롯해 지역주민들이 참여하는 스포츠클럽이 활발하게 운영하도록 돕고 있다.

 

여기에 바이엘 그룹내에 문화부를 설립해 레버쿠젠과 인근지역 문화사업을 총괄하면서 매년 9월부터 5월까지 오케스트라 초청, 실내악및 현대음악 공연, 재즈, 코미디쇼, 뮤지컬, 독서회, 마임, 샹송 등 다양한 볼거리를 직원 뿐 만 아니라 가족, 지역민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특히 매년 유명한‘국제 레버쿠젠 재즈 페스트벌’이 1908년 바이엘 사가 지은 ‘에어홀룽스 하우스’에서 개최되는 등 레버쿠젠의 문화 1번지 역할을 톡톡히 해나가고 있다.

이는 기업의 사회환원 활동의 일환으로 막대한 돈과 노력이 필요로 하지만 회사와 직원, 지역주민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중요한 연결수단으로 활용하면서 지금의 레버쿠젠이라는 도시가 형성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고 지역 문화발전 차원을 넘어 독일의 문화발전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고 할 정도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환경공헌은 사람‧도시를 살리는 첫 걸음

앞서 말했듯이 레버쿠젠에서 공업도시의 이미지는 찾아볼 수 없다. 도로변에 빼곡하게 심어진 키는 가로수 길과 마치 풍경화에서 그대로 옮겨다 놓은 듯한 유럽 전통적인 주택들… 이러한 모습이 공업도시, 기업도시 알려져 있는 레버쿠젠의 실제 모습이다.

현지에서 만난 한 시민은 “레버쿠젠이 단순히 공업도시로 성장했다면 아마도 더러워서 사람이 살기 힘든 도시였을 것이다”고 말했다. 물론 1960년대 라인강은 각종 오물과 유럽에서 흘러들어오는 폐수로 지금보다 훨씬 심하게 오염됐다. 필름을 현상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독일 정부가 20년 동안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 도시 생활하수와 산업폐수를 집중적으로 관리하면서 눈에 띄게 개선됐다.

 

기업들의 노력도 더해졌다. 바이엘은 생산공장에서 발생하는 오·폐수는 물론, 레버쿠젠에서 발생하는 생활·공업하수까지 모두 바이엘의 정화시설을 거쳐 라인강으로 내보낸다. 또 폐수에서 걸러진 찌꺼기들은 핵폐기물 수준으로 밀봉돼 보관하면서 환경오염의 위험성을 철저하게 배제하고 있다.

이 역시 막대한 시간도 노력, 그리고 돈이 들어가지만 레버쿠젠에서는 이는 당연한 투자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왜냐하면 이는 사회에 대한 기업의 일회성 사업이 아닌 사람을 위한 투자이자 레버쿠젠이라는 도시가 살 수 있는 투자이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사회공헌 활동이 도시발전계획과 맞물려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바이엘사의 경영철학과 이같은 기업의 움직임에 시 당국과 지역민들이 상호협력을 해가며 사회적 네트워크를 구축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고방식으로 인해 기업과 함께 시작된 레버쿠젠의 도시 역사는 기업도시의 모범사례로 꼽히고 있다. 지역주민들은 기업을 사랑하고, 기업은 환경, 문화예술, 스포츠활동 등에 대한 후원을 통해 지역사회 발전에 공헌하면서 공생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같은 레버쿠젠의 모습은 앞으로 성공적 기업도시를 건설해야 하는 전남도와 영암군이 어떻게 기업도시가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는 좋은 본보기이다.

저작권자 © 영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