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친환경 신재생 에너지, 왜 필요한가한 귀농인의 쓰레기 분리수거와 자원 재활용 '첫걸음'30여 가구의 전형적인 농촌마을...에너지 자립으로 마을기업 진화

 


한 귀농인의 헌신적인 노력

임실 중금마을은 임실군청에서 임실읍을 지나 남원·전주 간 17번국도 전주방향으로 진입 500m 앞 임실역 뒤편에 위치해 있다. 치즈마을로 유명한 금성리의 3개 마을 중 한 곳이 중금마을이다. 전주에서 약 20km 거리에 위치해 있지만 전형적인 시골마을이다.

이곳 중금마을이 전국에서 주목을 받으며 꽤 유명세를 타기까지는 한 젊은 귀농인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다. 바로 임실군 지속가능발전협의회 운영위원장 김정흠씨()다. 직함도 특이한 그는 원래 고향은 전주인데, 축산농을 꿈꾸며 2007년에 중금마을로 귀농했다. 그런데 이듬해 우연히 기후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접하고 나서 완전히 딴 세상을 알게 됐다.

"2008년 무렵 풍력발전 워크샵에서 에너지 고갈, 지구 온난화 문제에 대해 처음 접하게 되었습니다. 전혀 몰랐던 것들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왜 이런 내용을 모르고 살았나?' 싶었죠. 그래서 삶의 방향을 바꾸었습니다. 그 때 당시에는 정말 에너지 자립에 대한 생각 말고는 다른 생각은 하지도 않았던 것 같습니다."

에너지에 대한 아무런 개념도 모르고 살았던 그에게 '에너지 자립마을 만들기’를 해야겠단 생각을 갖게 된 것이다. 하지만, 쉬운 작업은 아니었다. 여느 시골마을과 별반 다를것 없는 노인들이 많았던 탓에 종전의 생활방식을 바꾸기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우선 주민들과의 이해관계가 밀접하게 맞물리는 방법부터 찾았다. 바로 재활용 분리수거 작업이었다. 자연에서 에너지를 얻는 행위자체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결과를 낳는데 자원을 재활용하면 에너지를 얻는 행위의 공정이 줄어든다. 그래서 재활용 분리수거를 통한 자원 재활용을 가장 먼저 시행했던 것이다.

 

마을회관 앞 재활용품 분리수거장의 모습. 지붕을 볏짚으로 엮어 농촌의 정감이 스며있다.

 

 

 

 

 

 

 

 

 

 

 

 

 

 

 

 

 

 

 

 

 

 


재활용 분리수거에서 터득한 지혜 

 

 

 

 

 

 

 

 

 

 

 

31가구 85명이 사는 마을의 분리수거장은 농약병, 농약 봉지, 병뚜껑, 잡병 류, 깡통, 플라스틱, 종이 등 12개의 수거함이 있다. 2008년 당시 마을회의에서 분리수거를 결정한 이후 글자를 잘 모르시는 마을 어르신들이 지금의 분리수거가 가능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다. 수거한 물품은 임실군에서 가져가고, 판매한 수익은 마을회관 공동경비로 사용했다. 주민들은 그동안 아무렇게나 버려지던 쓰레기가 분리수거 되면서 마을이 산뜻하게 변하고, 그냥 태워졌던 폐지 등이 얼마간의 돈으로 바뀌는 것에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그리고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김 위원장은 "에너지 절약은 생각을 바꾸면 그 다음부터는 어렵지 않기 때문에, 자원 재활용을 시행한 후 이러한 문화는 주민들에게 정착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 단계로 새어 나가는 에너지를 잡기 위해 노력했다. 에너지 낭비를 열 적외선 카메라 등을 동원해 진단하고 단열시공 처방을 내렸다. 먼저 노후주택의 에너지 효율을 위한 집수리부터 시작했다. 바람이 많이 불지 않는 동네 특성상 풍력과 운영비가 많이 드는 지열, 보조난방이 따로 필요해 비효율적인 태양열은 제외시켰다. 

주민들은 태양광을 선택했고, 2010년 전북도가 지원하는 그린빌리지를 신청해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했다. 자원순환과 에너지 자립을 목표로 한 중금마을의 실험은 규모가 적고 느리지만 지금도 착실히 진행되고 있다. 

그동안 마을주민들은 신재생에너지 시설이 왜 마을에 필요한지, 환경적·경제적 측면을 다 고려해 1년 동안 주민들끼리 토론하는 과정을 거쳤다.

 

마을입구에 세워진 임실 중금마을 간판

폐식용유를 바이오 디젤로 이용

그리고 집안 백열등을 고효율 전구로 바꾸고, 단열과 방풍을 위해 문풍지와 방풍 실리콘 처리도 했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겨울철 난방비가 확 줄고, 집이 몰라보게 따뜻해졌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되었다. 

"요즘에는 자기가 사용하는 에너지를 되도록이면 자연을 통해 획득하려 합니다. 그래서 지금은 31가구 중 10가구가 태양광 발전기로 에너지 전력을 수급하고 있습니다. 가정전력의 70%를 발전기를 통해서 전력을 수급하고 있는 것입니다."

김 위원장의 노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폐식용유를 바이오 디젤로 전환하는 작업이다.

국내 폐식용유 발생량을 연간 18만 톤으로 추정할 때 이 중 5만 톤은 수거되지 않고 하수관 등으로 배출되고 있다. 수거되지 않는 폐식용유는 수질, 토양 등을 오염시키는 쓰레기이지만 분리수거를 통해 재활용하면 친환경적인 재생에너지로 순환될 수 있다. 

그래서 중금마을에서는 인근 치즈 마을에서 나오는 폐식용유를 이용해 바이오 디젤로 에너지 전환하고 있다. 에너지 해외 수입의존도 97% 이상인 대한민국은 그에 따른 경제적 부담과 2013년도부터 적용될 포스트 교토 기후협약에 따른 온실가스 저감정책에 대응하는 중요 수단으로 폐식용유를 이용한 에너지 대체가 필요하다. 이미 그라츠(오스트리아), 쿄토(일본)시는 100% 폐식용유로 만든 바이오 디젤로 청소차량이나 버스를 운행할 정도로 에너지 전환을 이루고 있다.

 

“냄비 속의 개구리를 서서히 가열하면 뜨거워지는 것도 모르고 죽어가는 것처럼, 우리 인간도 지구온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데도 그 심각성을 모르고 적응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원자력과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에너지는 지구의 수명을 단축시키고 있는 주범입니다.”

한 낮의 온도가 35℃를 웃도는 올 여름, 치즈마을로 유명한 전북 임실군 중금마을 신재생에너지교육장에서 만난 김정흠 위원장의 진지한 강의는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방문객은 유치원에서부터 초중등, 시민단체, 공무원, 외국인들까지 연 4천명 정도 방문하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 가장 중요한 테마 중 하나는‘기후 변화’다. 점점 더워지는 지구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멀리 북극이나 남태평양의 섬나라 뿐만 아니라 우리의 일상 생활도 변화시키고 있다. 기후 변화가 미치는 영향은 직접적으로 농어업에 영향을 미치고, 도시계획과 에너지 정책을 변화시키고 있다.

 

매일같이 찾아오는 방문객들에게 에너지의 소중함을 강의하고 있는 김정흠 위원장.

김 위원장은 다시 힘주어 말한다. "지금 농촌은 노령화로 인해 가구 수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기후변화의 위기 속에서 농업이 가지는 의미는 국민들에게 더 크다고 봅니다. 기본은 국민에게 안전한 식량을 보급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농민의 의무죠"

김 위원장은 이를 실천하기 위해 마을입구에 '중금마을 비전2020' 안내판을 내걸었다. 에너지부문, 농업부문, 마을공동체 문화복지 부문, 마을생태 부문의 내용들이 조목조목 담겨있다. 그리고 지금도 하나씩 실천해 가고 있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아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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