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종면 내동2구 손영진·민병례씨 부부

최근 노부부의 애틋한 사랑을 담은 독립영화 ‘님아 그강을 건너지 마오’라는 영화가 전국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그 영화는 98세 조병만씨와 89세 강계열씨가 주인공으로 장성한 자녀들은 모두 도시로 떠나보내고 서로를 의지하며 오순도순 살아가는 모습을 담은 영화로 노년 부부의 애틋한 모습을 통해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깨닫게 해주는 영화로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어내면서 독립영화로서 사상 최초로 전국 관객 480만명이라는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 지역내에도 영화의 주인공들처럼 노년의 삶을 사이좋게 살아가고 있는 주인공이 있다. 시종면 내동2구 손영진(94), 민병례(90)씨 부부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손씨 부부는 21살, 17살이 되던 해에 결혼식을 올려 올해로 73년동안 결혼생활을 해왔다. 과학과 의술의 발달로 사람들의 평균수명은 크게 늘어났지만 여전히 남녀간의 수명차이는 10년이상 크게 벌어져 있다. 이 때문에 대다수의 마을에는 70대이상 주민들의 경우 여성들이 더 많이 분포해있어 이들 손씨 부부는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손씨 부부는 당시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주변 사람들의 소개로 만나 결혼을 하게 됐다. 1940년대초 손 씨는 일제시대말기에 군청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이었다. 당시 지역내에서 군청에 근무했던 군민이 2명이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실로 엄청난 일이었다.

시종면 내동리가 고향인 손 씨가 신북면 갈곡리가 고향인 부인 민 씨를 만나게 된 것은 군청에서 근무하던 당시 동료 직원의 소개로 인연이 이어지게 됐다. 당시 군청내에서 근무하던 민 씨의 친척이 현재 남편인 손 씨를 소개해준 것이다. 이때 두 사람의 인연으로 결혼을 하게 됐다.

결혼식을 올린 손씨 부부는 남편의 집으로 들어가 5년동안 생활하다가 이웃마을로 분가를 했다. 결혼당시 손 씨의 집은 논 5마지기와 밭 4마지기 정도를 보유하고 있어 당시로선 상당히 부유한 집안이었다. 부유했던 집안 탓에 가족들과 농사일을 해주는 일꾼들까지 20여명 정도가 집에 상주하고 있어 이들의 식사를 준비하는 것도 모두 며느리인 민 씨의 몫이었다.

결혼식을 올리고 안정적인 생활속에 공직생활을 하던 손 씨는 1945년 광복이 되면서 군청을 그만두게 됐다. 이후에는 면사무소와 농협, 시종보통학교 후원회장 등을 역임하는 등 지역사회에서 활발하게 활동을 해왔고 마을이장도 맡아 활동했을 정도로 적극적이었다.

대외적으로는 많은 활동을 하며 존경을 받았던 남편 손 씨였지만 부인의 입장이었던 민 씨는 달갑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어려서부터 부유한 집안에서 생활했던 탓에 농사일에는 문외한이었다. 이 때문에 집안일외에도 농사일도 모두 민씨의 몫이었다. 힘든 농사일을 모두 민 씨 혼자 도맡아 할 수 없어 큰집에서 일손의 도움을 받아 농사일을 할 수 있었다.

이들 부부가 70여년의 결혼생활중에서 가장 기뻤던 일은 바로 첫 딸을 출산했을 때였다. 결혼식을 올리고 한동안 아이가 생기지 않아 가족들의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5년만에 첫 딸을 출산하면서 가족들 모두의 축하를 받기도 했다. 첫딸을 시작으로 3남2녀의 자녀를 뒀다.

기뻤던 일도 있었지만 가슴속에 묻어야만 했던 슬픈 일도 있었다. 바로 아들을 먼저 떠나보냈던 일이다. 외지에 당구장을 운영하던 셋쩨아들이 50살되던해 1남1녀 자녀를 두고 저혈압으로 세상을 떠났다. 먼저 떠난 아들을 생각하면 이들 부부는 아직도 가슴이 아파 아이들을 키우며 혼자 살고 있는 며느리가 명절때 집을 방문하게 되면 손을 꼭 잡고 따뜻한 사랑의 말을 건네고 있다.

손 씨 부부는 “70년이 넘는 결혼생활동안 기쁜 일, 슬픈 일도 많았지만 서로 이해하고 사랑하며 살아왔다”며 “이제 더 바라는 것은 없고 가족들 모두 올 한해동안 건강하고 하는 일이 잘됐으면 하는 것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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