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운 열 신북면 용산리 출생 서강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한국금융학회 회장 금융통화운영위원회 위원 서강대학교 부총장 역임
본인은 수업을 시작하기 전 20여 분 동안 신문을 읽고 학생들과 경제 현안에 대해 토론을 한다. 이론적인 강의 못지않게 우리가 처한 현실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나름의 해법을 찾아보고자 한 시도에 많은 학생들이 공감하여 오랫동안 지속하고 있은 강의 방법이다.
한 학생이 ‘담뱃값 인상이 증세입니까 아닙니까’라고 질문한다. ‘담뱃값 인상의 내용을 보면 담배소비세, 지방교육세, 부가가치세, 개별소비세 인상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증세가 맞다. 다만 우리나라 담뱃값이 다른 나라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담배소비가 줄지 않은 면이 있어 국민 건강관리 차원에서 담뱃값을 인상하여서라도 흡연을 줄일 수 있다면 이번 담뱃값 인상은 바람직 할 것 같다’고 답을 해 주었다.
작년 정부가 담뱃값을 인상하고 주민세, 자동차세 인상을 시도하고, 최근 연말 정산 방법의 변경으로 세금을 더 내게 되자 국민들로부터 심한 저항을 불러 일으켰다. 새누리당 주요 당직자가 모 종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앵커가 ‘담뱃값 인상이 증세입니까 아닙니까’라고 묻자 그는 ‘증세는 증세인데 본격적인 증세는 아니다’라는 괴변을 토로한 적이 있었다.
논란이 커지자 청와대 경제 수석은 경제 브리핑에서 오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서민증세가 아니라고 강변한다. 부총리도 어느 자리에서 담뱃값 인상은 결코 증세가 아니고 국민 건강을 위하여 취한 조치라고 강변한다.
담뱃값 인상의 목적이 흡연으로 인한 국민 건강상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정책의 일환이라 하더라도 내용과 결과가 세금 인상이 분명한데 굳이 정부 여당의 주요 인사들이 증세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모습이 국민들에게 구차한 변명으로 비추인다. 국민들이 화가 난 것은 세부담이 늘어난 것보다도 정부가 국민을 속이고 있다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정부가 ‘비과세 감면을 축소해 세수가 늘어나는 것을 증세라고 하면 안 된다’든지 ‘담뱃값 인상으로 세수가 늘어난다고 증세라고 하면 안 된다’든지, ‘증세는 주요 세목의 증설이나 세율을 인상하는 것이고 사후적으로 세금이 더 걷히는 것을 증세라고 하면 안 된다‘는 주장은 국민에게 솔직하지 못하고 꼼수를 부리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이는 바람직한 공직자의 자세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국민 입장에서 현재 100원을 세금으로 내고 있는 데 110원 세금 내게 되면 증세라고 받아드리지 증세 아니라고 느끼는 국민이 어디 있을까. 이제 우리 국민들이 현명해져서 얄팍한 말장난에 넘어갈 만큼 어리석지 않다는 사실을 공직자들이 명심했으면 한다.
지난 대선을 통하여 복지비 지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고 경기 활성화를 위하여 예산을 상당 금액 적자 예산을 편성하는 상황에서 정부는 국민에게 솔직하게 재정 지출 규모가 얼마이고, 그것을 충당하기 위한 방안이 구체적으로 무엇이고 필요하면 증세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절박함을 호소하고 국민의 이해와 협조를 구하는 것이 당당한 공직자의 자세가 아닐까.
선거 때 복지 공약을 했지만 국가 재정 상황을 보니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워 복지비 지출을 줄이겠다고 하던지, 공약을 지키기 위해서는 세율을 인상하고 지하경제를 양성화하는 등 방법으로 증세를 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국민에게 솔직하게 고백하는 공직자가 보고 싶다.
정직과 성실을 삶의 덕목으로 알고 살아온 우리 영암에서 국민에게 솔직한 공직자가 보다 많이 배출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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