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정 구 군서면 출신 법학박사 고용노동부여수지청장 전)호남대법학과 강사
공무원연금 개혁을 둘러싸고 공무원단체 사이의 갈등, 정부 여당과 야당의 치열한 공방전을 지켜보며, 30년 이상 공직생활을 해온 필자는 착잡한 마음이다. 공직자로서 올바른 삶을 살아 왔는지, 주위로부터 존경까지는 아니더라도 사랑을 받고 있는지 자문하면서 중국 전한시대의 유향(劉向)이분류한 여섯 종류의 바른 신하와 나쁜 신하, 즉  육정육사(六正六邪)를 생각하게 된다.
조선시대 실학자 성호 이익은, 모든 벼슬아치는 육정이 아니면 육사에 해당한다. 육정에 해당하는 벼슬아치는 표창하고 육사는 퇴출시켜야 한다고 하였다. 
공직사회에서 퇴출시켜야 하는 육사, 즉 나쁜 인재는 무엇일까.
 첫째는, 벼슬은 좋아하지만 공익보다 사익에 힘쓰면서 늘 시세의 부침을 관망하며 처신하는 구신(具臣)이다. 숫자만 채우는 신하란 뜻인데, 현재에도 사방에 널려 있을 것이다. �
 둘째는, 군주의 언행은 무조건 칭송하면서 군주가 좋아하는 것을 몰래갖다 바쳐 군주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하지만, 뒤에 닥칠 환란은 돌아보지 않는 유신(諛臣:아첨)이다.�
셋째는, 말 잘하고 간사하며, 내 편을 진출시키기 위해 단점은 숨기고 장점만 나열하면서, 반대편을 쫓아내기 위해 장점은 숨기고 단점만 나열해 군주에게 상벌을 잘못 시행하여 영(令)이 서지 않게 하는 간신(奸臣)이다. �
넷째는, 남의 잘못을 꾸며낼 수 있을 만큼 머리가 좋고, 남을 기쁘게 할 수 있을 만큼 말도 잘하지만, 집안에서 골육지친(骨肉之親)을 이간질하고 집 밖에서는 나라를 혼란스럽게 하는 참신(讒臣:남을 참소)이다.�
다섯째는, 권력과 세도를 장악해 국사의 경중도 가문의 이익만을 기준으로 삼고, 당파를 만들어 군주의 명령도 무시하고 자신만 귀하게 여기는 적신(賊臣)이다. 군주를 국민으로 바꾸어 해석하면 지금도 여러 정치가가 떠오를 것이다. �
여섯째는, 간사한 말로 아첨해 군주를 불의한 곳에 떨어지게 하고,   붕당을 만들어 군주의 총명을 가리고, 옳고 그름과 흑백의 구분도 없어 군주의 잘못이 국내에 퍼지고 외국에까지 들리게 하는 망국지신이다.
반면, 바른 신하인 육정은, 앞 일을 헤아려 군주에게 선정을 베풀도록 하는 성신(聖臣),좋은 계획을 진언하고 옳은 길로 보필하는 양신(良臣),어진 사람을 적극 추천하는 충신(忠臣),일을 잘 처리해 군주를 편안하게 하는 지신(智臣),원칙을 존중하고 검소한 생활을 하는 정신(貞臣),잘못을 거침 없이 지적하는 직신(直臣)이다. 2천여 년 전에 만들어졌지만 오늘날에도 그른 게 하나도 없다.
공무원연금은 1960년에 출범하였다. 당시 공무원은 춥고 배고픈 직업으로 상징되었기 때문에 어떠한 형태로든 추가적인 보상이 필요했던 것이다. 50여 년이 지난 오늘날, 공무원들이 느끼는 삶의 질 만족도는   크게 상승(75.5%)했다고 한다. 한국경제연구원의 ‘기업 및 경제현안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에 따르면, 대기업 근로자(62.1%), 변호사, 의사 등 전문직 종사자(69.1%)보다 높다. 그리고 2세의 희망직업을 ‘공무원’이라는 답변도 1위(43%)로 나왔다.
정부와 여당은 공무원 연금재정이 조만간 고갈되면 국민의 혈세가 투입되어야 할 처지라는 논리를 내세워 공무원들을 압박하고 있다. 국민들은 평생 국민연금을 불입하고, 65세가 되어 백여만 원의 금액을 받는데,  공무원들이 퇴직 후 죽을 때까지 받는다는 자체가 공무원 생활이 아직도 박봉이라 하더라도 선뜻 수긍하기 어려울 것이다.
만약, 작금의 공직사회가 그야 말로 육사, 나쁜 인재는 모두 퇴출되어 찾아볼 수 없고, 국가와 국민을 위한 육정, 바른 인재들이 국민들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받고 있다면, 국민들은 공무원의 연금뿐 아니라 삶의 질 향상에도 지속적인 지원과 지지를 보내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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