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재 홍 정치학 박사 서호면 몽해리 아천 출신 성균관대 언론정보대학원 초빙교수 가나문화콘텐츠그룹 부회장

걷기에 아주 좋은 계절이다. 요즘 집밖에 나서면 울긋불긋 고운 단풍과 코스모스, 황금색 들판이 저절로 걷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한다. 아주 상쾌하고 기분좋은 가을이다.
필자는 20여 년이 넘도록 아침 걷기운동에 중독이 되어있다. 아침 6시 뉴스를 보고 30분 후에 운동화를 신고 집을 나간다. 서울 연희동 자택을 출발해 서대문구청 뒤 안산과 연세대 뒷산을 1시간 30분 정도 매일 걷는다. 그리고 다시 동네 헬스클럽에 가서 근육운동을 30여분하고 샤워를 한 후 아침식사를 한다. 비나 눈으로 걷지 못할 때는 바로 동네 헬스클럽에서 1시간 이상 런닝머신 위를 걸어야 직성이 풀린다. 또 하루일과를 마치고 집에 오면 잠들기 전 30분이상 동네길을 산책한 뒤 샤워를 하고 11시 전후에 꿀잠을 잔다. 그러나 이렇게 규칙적으로 꾸준히 걷기운동을 계속한다는 것은 쉽지않다. 실제로 걷기운동을 습관화하려면 굳은 마음의 각오와 집념이 선행되어야 한다.
먼저 자신이 걷기운동으로 건강해지고 있다는 확신이 서야 한다. 더불어 걷는 운동에 스스로 상쾌한 기분을 느끼고 희열을 느껴야 걷기운동을 성공적으로 습관화할 수 있다. 아침마다 조깅으로 화제를 모았던 전 김영삼 대통령도 지난 1994년 5월 제주에 내려와 학교운동장을 필자와 함께 조깅한 적이 있다. 당시 김 대통령은 조깅을 하면서 필자에게 “내일 아침은 비가 많이 내렸으면 좋겠다. 그래야 조깅을 하지 않고 쉴 수있다”라고 말해 함께 조깅을 하던 일행들과 함박웃음을 웃었던 기억이 난다. 그만큼 규칙적인 걷기나 조깅운동이 쉽지 않다는 이야기이다. 올해 87세인 김영삼 전 대통령은 80대 초반까지 규칙적인 아침 조깅덕으로 매우 좋은 건강을 유지했다.
전문가들은 하루 1만보를 걸으라고 조언한다. 성인남자는 하루평균 2,500 Kcal를 음식을 통해 섭취한다. 우리 몸의 기초대사에 1,500 Kcal를 쓰고 일상생활에 700 Kcal를 쓰고 나면 남은 열량은 300 Kcal이다. 이 남은 열량을 운동으로 소비하지 않으면 체지방으로 쌓여 비만이 된다. 따라서 남은 열량 300 Kcal를 소비하려면 하루 1시간 이상 1만보 걷기운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세상을 살다보면 더이상 통제되지 않는 건강, 일, 인간관계와 관련된 서글픈 생각이 꼬리를 문다. 이는 바로 우울증에 걸리기 쉬운 원인이 된다고 정신과 의사들은 설명한다.
걷기운동과 산책은 우울함에 대항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걷다보면 주의가 분산되면서 우울함과 상관없이 전혀 딴 생각이 떠오른다. 걷기에 동반되는 몸의 리듬은 유쾌한 감정을 일으킨다. 프랑스 철학자 앙리 르페브로는 몸의 리듬은 사회문화적인 구성이며 걷기는 고도의 문화적 행위라고 말했다.
또 걷기를 가장 문화적 행위로 규정한 독일 철학자 발터 베냐민은 도시의 구석구석을 걷는 사람을 산책자라고 했다. 발터 베냐민은 동서양의 고전에서 산책은 철학적 사유와 연관지어 자주 산속을 헤매는 방랑이라고도 했다. 어쨌든 걷기운동과 관련된 선진국 학자들은 걷기와 산책은 모두 육체와 정신건강을 지켜준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들 학자들은 또 걷기운동이 치명적인 우울증을 예방하는 효과도 내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결국 걷기운동은 육체와 정신을 건강하게 지켜줌과 동시에 요즘 고령화 시대에 급증하는 우울증까지 예방하는 3중효과를 내는 훌륭한 운동이라는 것이 증명되고 있다.
걷기운동은 돈이 들지 않는다. 다만 경쾌하게 걸을 수 있는 간단한 운동복과 언제든지 부담없이 신을 수 있는 가벼운 운동화, 그리고 걷기운동을 함으로써 정신적 육체적 건강이 회복될 수 있다는 강한 집념과 행동이 뒤따르면 된다. 걷기운동은 자신의 건강을 지키는 것임은 물론 자연과 함께 교감하는 고도의 문화적 행위임을 명심하여 우리 모두 운동화 끈을 조이고 집밖으로 나가는 새로운 캠페인이 전개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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