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철 영암관광지킴이 회장 영암문인협회 초대회장 민주평통 영암군협의회장 역임 한국펜클럽 한국본부 회원
지난 8월 28일 영암과 인접한 해남군 산이면 구성지구 간척지 20ha에 갑자기 나타난 수십억 마리의 메뚜기 떼가 나타났다. 다행히 전남도의 긴급방제로 퇴치했지만, 메뚜기 떼는 벼와 채소는 물론 풀잎에 이르기까지 닥치는 대로 먹어치워 그 떼가 지나가는 자리는 초토화된다. 성경에 보면 이집트 왕권에 의해 비참한 노예생활을 하던 이스라엘 사람들이 해방될 때도 메뚜기 재앙이 나타났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펄 벅 여사가 중국을 배경으로 쓴 소설 『대지』에도 엄청난 메뚜기 떼가 나타나 농토를 황폐화시키는 장면이 나온다. 지난 8월 29일에는 마다가스카르의 수도 안타나나리보 도심에 수십 억 마리의 메뚜기 떼가 나타나 도시를 공포로 몰아넣었다고 한다. 한 마디로 메뚜기 떼의 출현은 재앙이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은 솥뚜껑보고도 놀란다고 한다. 경제에까지 악영향을 끼칠 정도로 국민적 트라우마를 일으킨 세월호 참사에 이어 병영과 사회에서 정상적인 인격으로는 저지를 수 없는 비참한 사건이 줄줄이 터져 심란하던 터에 끔찍한 자연재해 소식까지 겹쳤다. 자칭 국민의 대변자로 나섰다가 항상 정쟁의 소용돌이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국회의 사람들처럼 이 땅은 소망이 없는 것일까.
광주로 가는 나주시 남평읍 오거리에는 혁신카센터(애니카랜드 남평점)가 있다. 지난 8월 중순, 필자는 이상이 생긴 자가용(가스 겸용)을 수리하기 위해 광주로 가다가 배기통에서 심한 연기가 나는 것을 본 주변사람들의 경고로 하는 수 없이 가까운 그 곳 카센터로 들어갔다. 엔진소리를 들어본 수리공은 엔진의 수명이 다되어서 교체를 해야 한다면서 엔진을 열고 확인해보아야 알겠지만 수리비가 80~100여만원 나올 것이라 했다. 정말 막막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경에 있었던 것이다. 그 사람은 내 사정을 듣더니 활용할 수 있는 것은 그대로 활용해서 비용을 최대한 줄여보겠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의 차를 내주고는 내일 오라고 했다. 다음날 그 카센터에 갔더니 다른 수리공과 함께 엔진을 분해해놓고 작업하다가 내게 문제의 부품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해주었다. 수리가 끝나자 20여개가 넘는 교체부품의 명세서와 함께 공임을 붙여 64만원의 계산서를 보여주었다. 남에 대한 배려심 깊고 정직한 이 수리공은 이 카센터의 김종희 사장이다.
김종희 사장은 차에 가스통을 처음 부착하던 시기에 서울에서 자동차정비소에서 일한 것을 시작으로 광주신흥택시 정비소를 거쳐 이곳에서 일하기까지 35년을 이 일에 종사해왔다고 한다. 그래서 소리만 들어도 차의 이상을 알아볼 수 있게 되었다고 했다.
수리한 차를 몰고 다닌 지 열흘쯤 지났을까, 정지했다가 출발하면 역화현상으로 소리를 내며 차의 시동이 꺼지는 현상이 생겼다. 바짝 뒤에 차가 있는 것을 보면 추돌사고가 날 것 같아 소름이 끼치는 일이었다. 하는 수 없이 그 곳 카센터로 가지고 갔더니 김사장은 부품을 새것으로 교체하지 않고 문제의 케이블을 꺼내 납땜을 하여 정상으로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는 공임을 받지 않았다. 진짜 놀란 것은 이번 일이었다. 지난 토요일, 밤늦게 광주에서 일을 보고 내려오는데 엑셀을 밟아도 차가 잘 나가지 않는 것이었다. 차가 워낙 중고인지라 이런 고장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겨우 차를 이동시켜 그 곳 카센터 주차장에 키를 꽂아 세워놓고 휴일인 일요일을 지나 다음날 갔더니 차를 고쳐놓았다며 가져가라고 했다. 내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는데 수리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교체한 부품들이 눈에 보이는 데도 괜찮다며 그냥 가라고 했다. 평소 아는 사람도 아닌데 어떻게 이렇게 할 수 있을까.
밝은 마음은 건강한 세상을 창조하고, 어두운 마음은 병든 세상을 창조한다. 한민족(韓民族)의 뿌리는 남을 배려하고 살리기를 좋아하는 군자(君子)의 민족, 동이(東夷)이다. 동이의 후예가 시골의 아름다운 가게에 살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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