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 도시재생, 영암지도를 다시 그리자 ④ 부수는 뉴타운? 이제는 올드타운이 대세마을주민, 행정, 예술인 함께 창조마을 건설…도시재생의 새로운 패러다임 제시

 

파란 슬레이트 지붕에 알록달록한 벽돌담. 지붕 위에는 사람의 얼굴을 한 새들이 익살스런 모습으로 앉아있고, 곳곳에 물고기 모양의 이정표가 길을 안내 한다.
산 허리에 자리 잡은 마을이 마치 한폭의 그림처럼 다가오는 곳. 한국의 마추픽추라고 불리는 부산 ‘감천 문화마을’이다. 계단식 집단 주거형태와 모든 길이 통하는 미로 골목길의 경관이 특징인데, 수년 전부터 부산시와 사하구 등에서 팔을 걷어 부치고 다양한 민간단체도 적극 참여한 끝에 부산을 대표하는 전국적인 문화마을로 재탄생했다.
흔히 도시재생을 말할 때 재개발을 떠올리기 쉽상인데 부산감천문화마을은 파괴보다는 문화라는 비파괴를 통해서 세월의 손때 묻은 허름한 골목에 옷을 입혀 새로운 여행지 또는 새로운 주거타운으로 재탄생 했다.

허름한 달 동네에서 한국의 산토리니로 변신


부산엔 피난민들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 달 동네가 많다. 그 중 한곳의 피난민촌이 바로 감천동이다. 1950년대 태극도 신앙촌 신도와 한국전쟁 피난민이 집단으로 거주하면서 감천동은 전쟁의 상처와 역사를 그대로 간직한 부산의 대표적인 곳이다. 산자락을 따라 질서정연하게 늘어선 계단식 집단 주거형태는 모든 길이 통하는 미로 같은 골목길로 감천동만의 독특함을 보여준다. 감천동 사람들은 감천동만의 특색과 역사적 가치를 살리기 위해 지역 예술인들과 마을 주민들이 모여 시작한 ‘마을미술 프로젝트’다. 감천문화마을 만들기는 산동네 문화를 그대로 살려 현재는 연간 5만여 명이 방문하는 관광 명소로 각광을 받고 있다. 감천문화마을이 만들어지기까지 마을주민들과 문화 활동가, 작가, 그리고 구청, 주민 센터 공무원들까지 함께 노력해서 만들어낸 파괴 없는 창조 마을이 된 것이다.
지금의 감천문화마을이 있기 까지는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1960~70년대 경제성장 과정에서 인구가 줄어들고, 노년층만 남으며 죽어가는 마을이 됐다. 지역의 여론 또한 국내 제2의 도시인 부산의 이미지와는 동떨어진 감천동의 달동네를 없애고 재개발을 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2008년부터 2011년까지 부산 평균 인구가 0.2% 감소할 때 서부산권은 1.3%나 줄어들었다. 특히 북구는 3.5%가 감소했고, 사하·사상구가 각각 2.6%, 2.3% 줄어들었다. 인구 감소로 범죄 발생 우려가 높은 폐·공가가 많아지고 자연스레 주거환경이 악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더욱 재개발의 여론을 부채질 했다.
부산의 대명사 해운대, 광안대교에 비해 보잘 것 없는 초라한 달동네가 세계적인 관광지로 떠오른 것은 지난 2009년의 마을 미술프로젝트에서 비롯됐다. 4,500여 세대 9,600여 명의 주민들과 예술가, 자치단체가 한 마음 한 뜻이 돼 현대식 재건축 재개발 대신 마을을 그대로 보전하면서 빈집 30여 채를 창작 전시공간으로 꾸미고 골목에는 벽화와 예술작품을 설치했다.
33㎡도 안되는 집, 가파른 계단, 공동화장실, 공동 목욕탕, 우물 등 옛 추억의 흔적들과 주민들의 삶의 향기는 고스란히 관광객들의 향수와 감성을 자극하면서 역사와 예술의 공간으로 거듭났다. 또 실핏줄 같은 골목길은 각종 조각과 그림들로 가득 채우고, 성냥갑 같은 작은 공간 곳곳에는 아트숍과 카페, 마을의 생활상이 담긴 작은 박물관을 꾸며 문화가 흐르는 휴식공간이자 소통의 장으로 변모하면서 전국적인 명소가 됐다.

 

부산감천문화마을의 도시재생은 비파괴다
앞서 밝혔듯이 부산감천문화마을의 도시재생은 부수고 으리으리한 건물을 세우는 ‘재개발·개건축 형 도시재생’이 아니다. 한국전쟁 당시 힘겨운 삶의 터전으로 시작돼 현재에 이르기까지 민족 근·현대사의 흔적과 기록을 간직하고 있는 감천동 문화마을의 역사와 옥녀봉에서 천마산에 이르는 산자락을 따라서 질서 정연하게 늘어선 독특한 계단식 주거형태를 가진 감천동만의 감성을 고스란히 보존하면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이다.
또 불편하다고 느껴질 법한 구불구불한 미로 골목길에 파스텔 톤 색깔을 입히고 황량하기만 했던 허름한 담벼락에는 주민들과 예술인들이 개성 있게 그려 넣은 그림까지 더해지면서 창조적인 재생마을로 변모했다.

여기에 부산시와 사하구청은 산 중턱을 관통하는 산복(山腹)도로에서 이름을 딴 ‘산복도로 르네상스사업’이라는 사업을 통해 지난 2011년 초부터 산 중턱의 오래된 집과 골목을 허물지 않고 스토리텔링을 통해 관광지화하는 사업을 추진했고 시는 부산감천문화마을을 비롯해 구도심 6개구 1044만㎡(주민 63만 명)를 3개 권역 9개 사업구역으로 나눠 2020년까지 도시재생사업으로 1,500억 원을 투입하는 등 적극적인 행정지원으로 감천문화마을을 가꿔 고층 빌딩이나 대형 건물로 각인되는 현대도시에 대한 일반적인 패러다임을 바꾼 것은 물론 일방적인 관 주도가 아닌 주민참여형 마을 발전 계획으로 기존의 도시개발 과정을 뒤엎는 혁신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감천문화마을이 점차적으로 전국각지에 알려지면서 관광객들이 몰려들면서 지난해 30만명의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았고 올해에는 40만명을 무난하게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관광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는 어디까지나 부수적 효과로 지역민의 만족도를 낮다면 필요없겠지만 관광지로 급부상하면서 지역민들의 만족도나 자부심도 상당히 높아진 것도 부산감천문화마을의 도시재생이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은 이유이다.
하지만 벽화 그리기, 설치미술 등 미관개선사업에 100억원 이상 투입됐지만 정작 주민의 삶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사하구 관계자는 “방문객이 단순히 사진만 찍고 가는 형태가 아닌 체류형 여행 모델을 만들어 주민의 자활을 돕는 것이 진정한 도시재생사업”이라며 “고령의 주민이 많지만 예술가에게서 공예를 배워 판매하는 등의 수익사업을 계속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정안 기자
<이 기획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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