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종 희(사도요한) 영암성당 주임신부 철학박사 광주카톨릭대학 교수 목포카톨릭대학 총장
외국 격언에 “세상에 제일 무서운 사람은 책을 딱 한 권만 읽은 사람이다”는 말이 있다. 한 권의 책에서 얻은 지식이 사람과 세상을 보고 판단하는 유일한 잣대가 되면 안 된다는 의미이리라. 다양하고 많은 가능성이 있는 세상에 단 하나의 고집스런 시각을 지니고 살아간다면 주변의 사람들이 얼마나 힘들고 애가 탈까?
세월호 사건을 풀어가는 정부의 태도나 국정감사 하는 의원들, 청와대의 인사, 새로 지명한 총리 장관들의 면면. 참 답답하고 은근히 치미는 부아를 어찌할거나. 국민은 뒷전이고 한 권 읽은 책(?) 속의 논리만 고집하는 사람들 같다.
“착한 마음을 갖는 것이 최대의 재산이다”는 탈무드의 교훈이 새삼스럽다. 유대교의 제단은 돌만을 사용한다. 금속은 무기로 변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착한 마음이 필요한 이유다.  사실 정직과 진실은 종교와 윤리의 기본적 가르침이지만 사회의 질서와 규범을 지탱하는 중요한 힘이기도 하다.
거짓과 기만 그리고 자기방어적인 독선들은 건전한 사회와 공동선을 파괴하는 지름길이지 않는가. 우리가 6~70년대에 겪은 어두운 경험들이 되풀이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월출산은 저리도 푸르르건만….그 많은 시간과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도 왜 우리 생활은 푸르러지질 않을까?
정부기관의 통계와 조사들이 장밋빛 지표 일색이란다. 지난 5월 발표된 중산층 비중이 65,6% 지난 8년 동안의 중산층 지표 중 가장 높은 수치란다. 국민의 소득 불균형 정도를 평가하는 지니계수도 역대 최저치인 0.302%란다. 근데 작년 현대경제연구원이 전국 20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는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느끼는 사람은 46,4%. 저소득층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절반인 50.1%. 최근 중산층에서 저소득층으로 떨어졌다고 답한 사람이 15,5%나 된다. 체감 저소득층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 빈익빈 부익부의 현상이 심화되어가고 있는 형편이다. 한 대학교수는 이런 현상의 원인을 비정규직 확대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더 문제는 노인빈곤율이 50% 가까이 된다고 한다. 그걸 보는 중장년세대도 멀지않은 현실을 보고 소비를 억제한다네. 안 쓰는 것이 최고라고.이런 불안정한 사회현상을 보는 대학생들은 어떨까? 70% 중산층 공약을 내건 지금 정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숫자만 발표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을까? 정직과 진실을 눈 가리고 아웅 한다고 믿어줄까? 세월호 사건과 겹쳐서 떠나고 싶다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이 이해가 간다.
정치가 살아야 경제도 산다. 경제가 살아야 우리도 살고. 어떻게?
연인이 애인 집 문을 두드렸다.
“누구세요?”
“나야 나.”
“그럼 가세요. 이 집은 너와 나를 들여놓는 집이 아니에요.”
쫓겨난 연인은 그 곳을 떠나 광야로 갔다. 거기서 몇 달 동안 내릴 애인의 말을 두고 곰곰이 묵상을 계속했다. 그러고는 되돌아와 다시 문을 두드렸다.
“누구세요‘”
“너야 너.”
금방 문이 열렸다. 종교박람회 161
우리나라가 나와 너가 아닌 너의 나라로 바뀌었으면 합니다. 나를 지키기위해 다른 너가 너무 많이 희생되어서는 안되겠습니다. 밀양 송전탑 공사장의 노인네들. 고리 핵발전소 주변에 살면서 위험성을 느끼고도 그곳을 떠날 수 없는 사람들. 지지부진 아직도 가족을 차가운 바닷물 속에 두고 있는 세월호 유족들.
너를 생각해주세요. 내가 내가 아니라 너라고. 너가 살아야 내가 살 수 있음을. 너를 위한 세상을 함께 만들어 갔으면 합니다.
“누구세요?”
“너야 너‘”

저작권자 © 영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