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9월 24일(제158호)

▲ 본사 대표이사 발행인

또 한 차례 국민의 대이동이 다가오고 있다. 수해 끝에 정신들이 없지만 그래도 대 명절은 어김없이 찾아와 마음은 벌써 고향에 가 있다. 나라 경제는 최악의 상황에서 모두가 못살겠다고 아우성이지만, 올해도 예외 없이 귀소(歸巢)인파는 반도를 뒤덮을 것임이 틀림없다. 사람들은 왜 고향을 찾는 것일까. 귀소 본능으로 말하자면 연어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큰 바다로 나갔던 연어는 4년 후에는 반드시 자신이 태어난 하천으로 되돌아온다. 하천 물속의 여러 물질이 연어의 취각을 자극해서 정확하게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이 통설(通說)로 전해오고 있다.

 하천에서 태어난 물고기가 바다로 나가 일정 기간을 지낸 다음 원래의 하천으로 돌아오는 연어의 회귀(回歸) 본능은 영락없이 인간과 다름없다. 하물며 연어가 그럴진대 인간의 정리(定理)는 갈수록 색이 바래고 잊혀져 가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다. 논둑길을 따라 줄지어 다니던 성묫길도 앞으로 얼마나 더 볼 수 있을 것인지 자못 의문스럽다. 어린 시절 아버님의 강요(?)에 못 이겨 따라 다니던 송묫길은 이제 대(代)가 끊긴 채 단촐한 모습이기 때문이다. 조상이 모셔진 산소를 대를 이어가며 관리해왔지만 이젠 그마저 맥이 끊길 위기에 있는 것이다. 물론 장묘문화가 바뀌어야 하겠지만 조상 섬김이 사뭇 예전만 못한 것은 사실이다. 요즘 젊은 아빠들 치고 성묫길에 2세를 데리고 다니는 모습이 그리 흔치 않을 뿐만 아니라 무연고 묘가 갈수록 늘고 있음은 그 한 예다. 이런 추세는 더욱 가속화 될 것임이 뻔하다. 예전에는 ‘산소가 어디 붙어 있는지 알아야 한다’며 부보들이 자식들을 챙겼지만 요즘 부모들은 ‘공부 만능주의’에 빠져 조상 섬김에 등한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핵가족화 시대, 컴퓨터 세대로 태어난 요즘 청소년들이 아빠의 손을 잡고 험한 산길을 따라 나서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나 홀로 자라 컴퓨터와 단둘이 놀았던 아이들에게 ‘공동체’라는 것도 생소할뿐더러 ‘명절’은 그들에게 별 의미가 없을 것이다. 결국 공동체를 도외시한 자기 중심적 사고는 세상을 더욱 각박하게 하고 불신을 조장하는 근원임을 목도하게 된다. 최근에 불거진 연예인들의 병역비리도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사안이다. 소변검사 등을 조작해 병역을 면제받은 프로 스포츠계, 연예계, 특수계층의 병역비리는 도덕적 해이의 극치다. 직업 전선에서 한참 일하거나 대학 등에서 한창 공부를 하다가 소중한 시기 2년여를 병역의무를 위해 멈추게 됨을 안타까워하지 않는 젊은이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병역은 국가를 지키는 신성한 의무이기에 대부분의 젊은이는 군 입대를 마다않는다. 우린 그런 젊은이들을 대견하게 여긴다. 아들이 병역비리 의혹에 휩싸여 곤욕을 치른 대통령 후보가 있었음을 우리는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병역은 우리 사회에서 아주 민감하게 작용하는 피할 수 없는 국민의 의무인 것이다. 하지만 부도덕한 이들 몇 명 때문에 성실한 젊은이들의 사기가 꺾이고 정의 사회가 뿌리 채 흔들리고 있음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민족의 대 명절, 추석을 앞두고 우리 사회의 기초단위인 가정에서부터 ‘도덕 재무장’에 나서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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