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0월 29일(제162호)

▲ 본사 대표이사 발행인

가을이 깊어가는 모양이다. 아무런 예고도 없이 슬며시 우리 곁에 다가왔던 가을. 쫒기는 일상에서 어느 날 갑자기 지나가다가 본 국화. 그 길가에 다투어 피는 국화를 보고서야 가을임을 느꼈는데 벌써 만산홍엽(滿山紅葉)으로 둘러쳐진 산은 사람들의 발길을 유혹하고 있다. 불과 얼마 전 설악에 왔다던 치자 빛 물결은 조계, 지리, 내장산 허리를 타고 금새 월출산 자락에 까지 번져 있다. 축제의 계절, 가을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영암에도 큰 행사를 앞두고 있다. 군민의 날 행사와 함께 아시안 등반경기대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올해 군민의 날 행사는 실내행사로 조촐하게 치러질 예정이다. 하지만 국제대회를 앞두고 행사준비를 하는 공무원들은 밤잠을 설쳐가며 만반의 준비를 해왔다. 군 단위 지자체에서는 보기 드물게 국제대회를 유치한 영암군에서는 차질 없는 행사를 위해 전 행정력을 쏟고 있는 것이다. 손님을 맞기 위해 얼마 전 대형 꽃 탑이 영암터미널 앞에 세워져 경축 분위기를 한껏 자아내고 있다.

이달 30일부터 31일까지 이틀간 열릴 이번 대회에 참가할 인원은 14개국에서 3천여명이 예상되고 있다. 선수단과 가족, 관람객, 전국의 산악인들이 대거 영암을 찾게 된다. 행사준비를 위해 엄청난 예산이 투입됐을 것이라는 상상도 쉽지 않게 할 수 있다. 이처럼 많은 재정과 행정력을 쏟아 행사를 치루는 것은 우리고장 영암을 널리 알리기 위함일 것이다. 왕인문화축제, 산조축제 등도 궁극적으로는 이익창출을 위한 투자다. 그런데 많은 경비를 들여 잔치를 벌여 놓고도 정작 잔칫집의 주인들이 무관심하다면 말이나 되겠는가. 이번 행사에도 공식행사에 앞서 전야행사, 부대행사 등 많은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바쁜 농사철이긴 하지만 지역민들의 많은 관심과 친절은 영암을 찾은 외지인들에게 깊은 인산을 심어줄 것이다.

또 그럴 때라야 투자가치가 있는 법이다. 그동안 수없이 느껴왔던 터이지만 언제나 이런 행사 때면 ‘그들만의 잔치’로 끝났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앞으론 지역민들의 동참이 절실하다. 지역축제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지역축제들이 관광 진흥과 경제 활성화라는 본래의 목표달성은 고사하고 재미없는 행사로 전락한 이유는 뭔가. 일차적으로는 지역민들의 무관심이다. 늘상 행사가 관 주도일 수밖에 없는 것은 주민들의 무관심에서 비롯되고 있는 것이다. 관 주도의 행사는 지역 주민들의 정서를 무시한 채 일회성, 선심성, 소비성으로 흐르기 쉽다.

따라서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은 불필요한 낭비요인을 없애고 축제 본연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면 단위에서 치러지는 행사도 마찬가지다. 면민의 날과 함께 지역특산물을 내세운 면단위 축제도 오랜만에 주민들이 한데 모아 화합을 다지는 자리이긴 하지만 보다 생산적인 행사가 되려면 적극적인 관심과 동참이다. 서로 머리를 맞대고 좋은 아이디어를 도출해 내려는 노력들은 결코 헛되지 않는다. 이번에 우리 영암군이 유치한 아시안 등반경기대회도 손님을 불러다 먹고 즐기는 것이 아닌 장기적인 투자인 만큼 결코 손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지역민 모두가 주인 된 자세로 손님맞이에 나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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