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5월 14일(제140호)

▲ 본사 대표이사 발행인

전남도지사 보궐선거를 앞두고 후보선정을 둘러싼 잡음이 새나오고 있다. 주로 열린 우리당 쪽에서 나오는 파열음은 전남도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면서 당의 정체성에 심대한 타격을 입히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격세지감(隔世之感)이랄까. 그동안 민주당에 쏠렸던 힘이 열린 우리당으로 급격히 기울면서 당초 도지사 경선후보로 나서겠다는 우리당 후보가 10여명에 달했다. 과거 민주당에서나 볼 수 있었던 ‘쏠림 현상’은 지난 4·15총선을 전후해 열린 우리당으로 급반전된 것이다. ‘정치는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라는 말이 정말 실감날 정도다. 어쨌든 故 박태영 전남지사 궐석에 따라 다음달 5일 치러지는 전남지사 보궐선거에 열린 우리당은 경선 예비주자 10명 가운데 6명을 탈락시키고 4명을 본선 진출자로 확정한데 이어 잡음 때문에 최근 1명을 추가했다. 그러나 아직도 일부 후보들이 이의를 제기하고 재심을 요청하는 등 석연치 않은 대목들이 들먹거리고 있다.

또 재선거가 치러지는 일부 기초자치단체에서도 납득할 수 없는 후보심사로 당원들이 떼지어 중앙당을 항의 방문하는 등 선거를 불과 20여일 앞두고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4·15총선에서 벌어졌던 행태가 똑같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도지사 경선후보의 경우 일부 부적격자가 포함되면서 같은 지역출신 유력후보가 배제되는 등 불공정 시비가 계속 일고 있다. 이같은 배경에는 중앙당의 고위층이 밀고 있다는 소문까지 나돌면서 의혹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혹시라도 열린 우리당의 오만(傲慢)에서 비롯된 결과가 아니길 바라면서 초심(初審)의 자세를 잃지 않길 권하고 싶다. 민주당이 왜 오늘날 이 지경에 이르렀는가. 그들은 똑똑히 몰락의 과정을 지켜보지 않았는가. 그래서 그들은 정치개혁을 부르짖었고, 민심은 그와 같은 뜻을 전폭 수용했다. 하물며 그때가 언제라고 벌써부터 오만한 태도를 보일 수 있단 말인가. 구태(舊態) 정치를 답습하는 오만함은 결국 민심을 등지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더욱이 지금 전남경제는 빈사상태에 있다. 정치놀음에 한가하게 놀아날 여유가 없다. 전남경제를 살릴 유능한 CEO(최고경영자)가 절박한 시점이다.

과거 역대 도지사가 일궈놓은 업적을 더듬어 보자. 과연 정치인 출신들이 얼마나 많은 일을 했는지 말이다. 청년실업이 전국에서 최고라는 최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의 정책보고서는 우릴 더욱 우울하게 만든다. 광주·전남지역 젊은이들의 3분의 2가 미취업 상태라는 사실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지역경제가 전국에서 가장 취약하다보니 취업률이 낮은 것 또한 당연하지만 도대체 이 같은 악순환이 언제까지 되풀이 돼야 한단 말인가. 이러한 지역실정을 감안한다면 민선시대 전남도백은 타 시·도 광역단체장 보다 몇 갑절 유능한 인재가 나와야 한다는 결론이다. 역대 지사가 유능하고 몸을 불살라 헌신했다면 지금쯤 최악의 청년실업은 면했어야 되지 않겠는가.

언제까지 가난의 대물림은 계속돼야 하며, 취업 못해 방황하는 젊은이들을 방치할 것인가.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250만 전남도민의 삶을 담보할 수 있는 전남도백의 자리는 과거처럼 정치논리로 풀어서는 안된다. 그나마 피선거권 규정으로 인물난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에서 섣불리 특정인을 겨냥한 후보선출은 도민을 우롱하는 처사로 밖에 볼 수 없다. 계파별 ‘자기사람 심기’식의 구태정치 답습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 될 것이다. 초가삼간에서 시작했던 그 마음, 그대로 하지 않으면 열린 우리당의 정체성에도 큰 흠집을 남기게 될 것이며. 결국엔 얼마가지 않아 민주당과 같은 ‘쪽박신세’가 될 것임이 자명하다. 전라도에서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됐던 민주당이 오늘날 초라한 모습으로 전락하게 된 것은 민의를 무시한 오만에서 비롯된 결과임을 열린 우리당은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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